[한국환경영향평가 추계학술대회 II]
일관성 없는 평가에 무방비, ‘거짓·부실’ 조사 되풀이 우려
‘온실가스 감축·기후위기 적응엔 공짜 없다’ 인식 우선돼야

환경부는 지난 9월25일부터 국가계획 및 개발사업에 탄소중립을 내재화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제'를 시작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부는 지난 9월25일부터 국가계획 및 개발사업에 탄소중립을 내재화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제'를 시작했다. /사진=환경일보DB

[엘타워=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이하 기평)가 지난 9월25일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협의에 이른 사례는 아직 없다. 기평은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계획 및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대상들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때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기평은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생했다. 운영 시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감축 대책을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의 환경영향평가제도와는 다르다.  

하지만 당장 정량화된 평가가 어려운 한계로 인해 수많은 변수가 거론된다. 이는 당초 취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기평은 환경영향평가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는 ‘환경보전목표’ 수립 같은 뚜렷한 근거가 모호하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를 하려는 자는 ▷환경정책기본법 ▷자연환경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등을 고려해 환경보전목표를 세워야 한다. 

현재 기평에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활용될 수 있는 근거는 ‘2050년 탄소중립’,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40% 감축’이 사실상 전부다. 시·도 및 시·군·구 단위의 지자체 감축목표는 아직 나온 게 없다. 기후변화 적응 목표까지 잡는 일은 엄두도 못 낸다.  

이영수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이하 학회)장은 11월4일 열린 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존 환경영향평가의 틀에 기평을 태운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며 “환경영향평가의 한계가 그대로 나타날 거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한계 재현하나 

이날 학술대회에선 기평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제도가 이미 시작됐지만 새로운 시행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계획 수립기관의 장이나 사업자 스스로가 수행할 수 있는 감축 방안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모범사례를 분석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기후변화 적응 평가의 시작점인 ‘지자체 별 기상 현황’ 파악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기존 문헌(재해연보, 언론보도)만 잘 활용해도 파악 과정에서 유의미한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고 평가됐다. 기상청 자료를 써서 미래 기상을 전망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의 취약성을 분석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취약성 분석에 활용될 도구로는 현재의 툴(VESTAP, MOTIVE, InVEST) 외엔 별다른 대안은 없는 걸로 나타났다. 100% 신뢰할 순 없어도 천차만별의 취약성 평가나 협의, 검토 현상을 방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환경영향평가처럼 자료의 ‘거짓·부실’ 조사 등과 같은 신뢰성 논란이 생겨날 가능성은 컸다. 기후변화 특성상 평가 범위가 넓어질 확률이 높은 것도 우려 요인이었다. 그만큼 평가 전문 사업자의 판단에 기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이영수 학회장은 “물론 공문서 기반의 자료를 전문가의 식견을 투입해서 판단하겠지만 그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기평의 평가 방법론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에 공짜는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김윤승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소송 등 많은 법적 쟁점이 예견되는 상황”이라면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모범적인 의사결정지원형의 제도가 되도록 끌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11월4일 열린 (사)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학술대회에선 
11월4일 열린 (사)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학술대회에선 기후변화영향평가제의 운영 효율화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최용구 기자  

“거래 기능도 넣어 달라”   

박민대 한국환경영향평가협회장은 미성숙한 제도로 사업자, 기술자들이 규제에 갇힐 것을 고민했다. 그는 “제도를 도입할 때 심을 나무와 수량은 모른 채 무턱대고 산부터 그리는 문제가 있다”며 “실천성 높은 세세한 대안을 검토하면서 산을 그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문승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장은 “시행 초기에는 가볍게 좀 천천히 가면서 협의기관과 검토기관 간 유기적인 협조가 됐으면 한다”고 했으며,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도처럼 기평의 감축 목표에도 거래를 활용할 수 있도록 부가 기능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각계의 의견을 들은 이승준 환경부 기후전략과 팀장은 “업계의 목소리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전문 검토기관들과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든 워크숍을 열든 해서 보완해 가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