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영향평가 추계학술대회 Ⅲ]
사전 추정으로 환경영향 구별, 환경부 ‘열린 규제’ 선언
부처간 충돌, 정치 외압 우려···수치 기반 의사 결정 중요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지난 11월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학술대회에서 비공개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했다. /사진출처=환경부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지난 11월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학술대회에서 비공개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했다. /사진출처=환경부

[엘타워=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지난 8월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들에 대한 ‘스크리닝 제도’ 도입 의사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관련 업계와 환경단체, 국회 등을 상대로 제도 도입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차은철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은 11월4일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사)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회장 이영수) 학술대회에서 “한국에 맞는 스크리닝 제도를 설계했다”며 “사전에 개략적인 환경영향을 추정해서 평가 절차의 경중을 정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날 차 과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존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있던 사업들은 모두 스크리닝 제도의 적용을 검토받게 된다. 사업의 환경영향을 미리 파악해서 그 영향의 정도를 상·중·하로 구별한 뒤 각각 차별화된 평가 절차를 진행하는 식으로 추진된다. 

환경부가 한 해 협의하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 가운데 소규모 사업은 3000여 건이다. 그중 일부는 환경적 영향이 경미해 평가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협의가 필요없는 사업은 과감히 평가 과정을 건너뛰되, 작은 사업이라도 환경적 영향에 민감하다면 꼼꼼히 살피겠단 취지로 나온 게 스크리닝 제도다. 환경부는 앞서 제도 도입의 취지로 4가지의 변화(▷닫힌 규제에서 열린 규제로 ▷획일적 규제에서 차등적 규제로 ▷명령형 규제에서 소통형 규제로 ▷녹색사회 전환을 선도하는 규제)를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입맛에 맞는 사업들의 환경영향평가를 면제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스크리닝 제도에 관한 정부의 추진 방향이 제시된 이날 학술대회에선 여러 의견이 나왔다. 김진오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는 “스크리닝 제도 과정에서의 부처간 충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교통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하는 사업을 두고 왜 스크리닝 해서 못하게 하느냐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며 “특히 국가가 미는 사업에 대해서 환경부가 ‘안 돼’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치적 목적에 휘둘릴 여지 또한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업 계획 초기 단계에서의 환경영향평가 개입의 한계’, ‘타 인허가 절차상 환경영향평가의 우선 순위 문제’를 거론했다. 

김 교수는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환경영향평가가 일찌감치 고려되지 못한 채 사업 계획이 거의 끝나는 단계에서 이뤄져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만큼 의사결정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단 것이다. 

엔지니어링 업계에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맡길 때 발주를 내는 형식도 한계점으로 꼽혔다. 환경영향평가 발주를 재해영향평가 등과 패키지로 묶어내는 관행을 두고 개선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이는 환경영향평가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학술대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환경영향평가 스크리닝 제도에 관해 논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학술대회장에선 환경영향평가 스크리닝 제도에 관한 논의가 뜨거웠다. /사진=최용구 기자 

스크리닝을 하는 과정에서 환경부 혼자의 힘만으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패널들은 법적인 의사결정 기구를 만들어 대응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 밖에 스크리닝 평가 과정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데이터베이스 활용 및 응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등에 대한 기술자들의 분석과 의사결정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오 교수는 “스크리닝에서 의사결정을 잘 하려면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구축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길승호 강원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그동안 환경영향평가가 그저 규제의 수단으로만 많이 인식돼 있었다”라면서 “점차 바뀌기 위해선 교육 기회의 제공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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