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지자체 개발사업의 명분으로 작용

[환경일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흑산공항 사업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국립공원에는 시설물을 만들 수 없다는 현행 법률을 회피하기 위해 국립공원에서 해제한 것이다. 놀랍기 짝이 없는 발상의 전환이다. 

환경단체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환경부는 난개발에서 국토환경을 보전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 개발업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업무보고에서 ‘녹색산업 100조 수출’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국토부도 아니고, 산업부도 아닌 환경부가 ‘산업’과 ‘수출’이라는 단어를 목표로 들이민 것이다.

국립공원은 국토보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국립공원에서는 취사, 흡연, 음주 등이 모두 금지된다.

개인의 안전 문제도 있지만 국립공원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국립공원을, 이렇게 쉽게 개발업자들의 손에 쥐여줘도 괜찮은 것일까?

환경부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흑산공항을 위해 국립공원을 해제한 근거와 이유는 제시하지 않은 채 새롭게 편입되는 면적이 해제면적보다 많다는 수치만을 강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은 환경부 차관이고, 당연직으로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위원회 구성 역시 환경부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나는 몰라요’라는 변명이 납득 가능할까?

흑산공항이 과거 두 차례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00원을 들여 공항을 만들어도 100원만큼의 효용 가치를 창출할 수 없어 낭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흑산공항 사업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경제성 조작 및 환경 훼손 논란으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정권 교체 이후 다시 추진됐만 2018년 열린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신안군수의 난입과 환경부 차관 감금 등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무산됐다.

당시 환경부는 전문가 회의를 통해 흑산공항의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죽했으면 표결 직전 국토부 스스로 안건을 철회했을까.

흑산공항 개발이 시작된다면 이는 단순히 흑산도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10여년이 넘게 줄기차게 케이블카 건설을 요구해온 지리산과 설악산에 인접한 지자체들은 흑산공항을 명분 삼아 더욱 강력하게 케이블카 건설을 요구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설악산에 1개, 지리산에 접한 4개의 지자체별 케이블카 4개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산됐던 영남알프스 기차사업 역시 다시 추진될지 모른다. 흑산공항이 국립공원 파괴의 트리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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