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 위원장 ‘복합위기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방향’ 특별강연
‘Climate=First’ 초격차 기술혁신으로 돌파구 마련해야

김상협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6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클린에어엑스포 컨퍼런스’에서 ‘복합위기 시대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채빈 기자
김상협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6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클린에어엑스포 컨퍼런스’에서 ‘복합위기 시대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채빈 기자

[킨텍스=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이른바 ‘복합위기’ 시대다. 세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난과 에너지 대란, 저성장 흐름, 신냉전, 탈세계화 등 고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국가 안보를 위한 도전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의 힘을 빠르게 구축하고 미래 패권을 장악하고자 탄소중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상협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6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클린에어컨퍼런스’에 참석해 “기후변화는 환경문제를 넘어 돈과 권력이 걸린 새로운 국제 패권 경쟁의 장”이라며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은 산업 주도권을 잡을 경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등이 경제적 우위를 선점하고자 자원 무기화와 자국 중심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선 책임감 있는 에너지전환과 초격차 녹색기술을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협 위원장은 환경일보와 메쎄이상, 한국실내환경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컨퍼런스에서 ‘복합위기 시대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대전환과 미래강국 조건
‘탄소중립·녹색성장’ 본격화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자 외국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 기후가 경제와 얽히면서 생긴 변화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자 외국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 기후가 경제와 얽히면서 생긴 변화다.

복합위기 시대 세계는 위험에 준비된 승자와 그렇지 못한 패자로 나뉘게 될 전망이다. 에너지 대란과 물가상승 등 단기적 위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최대 리스크인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ABCD’(Advanced Bio Climate Digital)를 제안했다. 그는 “한국이 미래강국으로 거듭나려면 ABCD를 잘해야 한다”며 “특히 기후(C)는 우리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이자 성장의 기회”라고 말했다.

기후대응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실전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 세계 돈줄을 쥐고 있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우리가 생산·소비하는 모든 것이 녹색으로 재창조돼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사업 기회”라며 10조 달러가 넘는 운용자산을 바탕으로 ESG 혁명을 이끌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설비나 토지 사용 등 물리적 투자 비용만 30년간 275조달러 투입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평균 매년 9조2000억달러(약 1경1064조원), 세계 GDP의 8%에 육박한다.

탄소중립은 새로운 패권 경쟁의 영역이기도 하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 주도권 확보 수단이 됐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IRA는 에너지전환과 기술안보를 위한 산업정책과 이를 지원하는 중장기적 계획 등을 담았다. 문제는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와 배터리에 감세 혜택을 주는 게 골자로, 수입 자동차를 차별하는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을 꾀한다는 점이다. 배터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큰 타격이다.

유럽연합(EU)은 이에 맞대응하는 ‘유럽판 IRA’로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숭고한 인도주의 목표 속에서 산업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하는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은 피할 수 없는 새로운 경제 질서”라며 “산업화와 정보화에 이어 세 번째로 찾아온 녹색화의 물결에 우위를 차지하고, 거대한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관 혁신주도·인내자본 확보가 관건
‘ROI’ 키워드로 新성장동력 창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초격차 녹색기술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초격차 녹색기술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건은 정부와 산업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혁신과 인내자본(Patient Capital) 확보다. 김 위원장은 “기후대응은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하는 인내자본으로, 단기적인 업적과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에서 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퍼스트 코리아(First Korea)는 한국이 세계 리더십을 차지한다는 의미와 함께 궂은 일에 먼저 뛰어들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방향도 제시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핵심 키워드로 ‘ROI’(Responsibility, Order, Innovation)를 내걸고 있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 ▷책임(R) 있는 실천과 ▷질서(O) 있는 전환(O) ▷혁신(I) 주도 전진을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집약형 산업구조 특성을 고려해 산업계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을 끌어낼 획기적 녹색기술에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김 위원장은 “지키지 않는 약속보다 하나씩 실천하며 축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는 국제사회와 미래세대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약속을 실천하고, 예측·계산할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전환을 하는 한편, 대형 녹색기술을 반드시 찾아서 다음 정부에서 탄소중립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이다. 지난해 정부는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발표했지만, 한국을 대표할 녹색기술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산업화 시대의 철강, 정보화 시대의 반도체에 필적할 만한 한국만의 녹색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먼저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까지도 최근 녹색기술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탄소중립 구현할 한국형 재생에너지 육성
전기요금 결정기구 정치적 독립 ‘시급’

김상협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기요금 개혁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협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기요금 개혁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술혁신은 정부·산업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탄소중립을 구현할 녹색기술 연구개발(R&D)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차세대 원전은 물론 이차전지, 초대형 해상풍력, 고효율 태양광 등 한국형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한다.

김 위원장은 또 재생에너지와 원전에너지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중립’ 관점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를 바탕으로, 전력 시스템 혁신을 동반한 에너지믹스를 구상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 방향은 오는 3월 발표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내년 3월 발표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5개년 기본계획’에 담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에너지 요금과 관련해 지난 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탈원전을 하면서 한전의 전력 구입비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은 좋지만, 그에 수반되는 뼈아픈 조치를 하나도 하지 않고 전기요금을 동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정책의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전기요금 결정기구의 정치적 독립’을 들었다. 그는 “당장 물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국장이 국내 전기요금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일”이라며 미국의 공공사업위원회(PUC)를 비롯한 선진국 대다수는 독립적 에너지 거버넌스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지만, 에너지효율은 OECD의 꼴찌 수준이다. 역대 정권 모두 에너지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절약을 호소했지만,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가격 정책이 정치적 포퓰리즘에 휘둘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노동, 교육, 연금 등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개혁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라며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와 탄소 가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주도 녹색금융 본격화
‘기후동맹’ 글로벌 협력 강화

정부는 녹색금융 확대를 위한 재무정보공시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녹색금융 확대를 위한 재무정보공시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녹색금융 본격화와 투자자본 유입 확대는 기술혁신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ESG와 녹색투자 유도를 위해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및 제3자 시장 참여확대 ▷NZBA(100여개 은행 가입, 세계 은행자산 44%) 여신 녹색화 ▷기재부 기후대응기금·금융위 녹색금융기반 강화 ▷한국은행 녹색건전성 도입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반영한 재무정보공시 투명성도 강조됐다. 김 위원장은 “기업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를 공시할 때 투명성을 담보하고자 검증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녹위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투자가 건강하게 이어지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녹색동맹과 기후클럽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외교의 바람을 거론하며, 기후대응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특히 한미동맹의 새 견인차는 기후와 에너지 분야에서 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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