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 원장 조도순

조도순 국립생태원 원장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조도순 국립생태원 원장 /사진제공=국립생태원

[환경일보] 유엔 산하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지난 9월 ‘침입외래종과 그 관리를 위한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침입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이 생물다양성의 감소, 생태계의 물리적 변화 등 생태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그 수의 증가와 그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에서 계속 확대되고 있고, 특히 많은 생물의 멸종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의 3만7000종의 외래종 가운데 3500종 이상이 침입외래종에 해당하며 이들은 지구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에 큰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 식량 안보, 삶의 질,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침입외래종은 2019년에만 전 세계에서 423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고 그 피해가 매10년마다 4배씩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인간에 의해서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자생지 외의 다른 지역에 도입된 모든 외래종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감자, 고구마를 포함해 많은 곡물, 과일, 야채 종은 외래종이며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원예식물들도 상당수가 외래종이다. 그러나 일부 외래종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면서 스스로 빠르게 서식지를 넓혀 나가고 있는데 이들을 침입외래종이라 부른다. 침입외래종은 모든 대륙에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지구적인 문제이다. 침입외래종은 특히 자연에 삶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원주민 및 지역공동체(IPLC)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생물의 멸종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급격한 생물다양성 감소 현상은 이제 기후변화와 함께 심각한 지구 환경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의 모든 다양한 생명체’를 뜻하는데 여기에는 생물종의 다양함(종 다양성)뿐만 아니라 종내의 다양한 변이(유전적 다양성)와 다양한 서식지(생태계 다양성)도 포함된다. 만약 지구에서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면 지구는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잃고 달이나 화성처럼 삭막한 환경으로 변할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1992년에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이 발의됐고 작년에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에서는 다음 10년간 전 세계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목표를 담은 ‘쿤밍-몬트리올 지구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KM-GBF)’가 합의됐다. KM-GBF의 23개 세부 목표 중 6번째 목표는 침입외래종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서 그중에는 ‘이미 알려진 또는 잠재적인 침입외래종의 유입과 정착 비율을 2030년까지 50% 이상 줄여야 한다’는 사항도 포함돼 있다.

IPBES가 2019년에 발표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에 관한 지구평가보고서’에서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직접적 원인으로서 토지이용변화(서식지 감소), 과다수확, 기후변화, 환경오염, 침입외래종 등 5가지가 있으며 육상생태계에서는 그중 서식지감소가 가장 큰 원인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후변화로 인한 감소가 식물의 경우 고산지대에 국한돼 있어서 서식지 감소 다음으로 중요한 생물다양성 감소 원인은 침입외래종이 아닐까 생각된다.

침입외래종은 세계화, 지구 기후변화, 그리고 인간활동의 확대 등으로 인해 그 피해가 더 확산되고 있다. 침입외래종 확산의 구체적 이유로는 토지이용 변화로 인한 산불 등의 교란 증가로 침입이 쉬워지는 점, 교통의 발달과 수송의 증가로 인한 빈번한 외래종의 이동, 해양 수송의 문제 등을 들 수 있으며 여기에 기후변화까지 더해 확산 속도가 더 빨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침입외래종의 문제는 심각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블루길, 가시박 등의 외래종은 그 피해가 커서 환경부에서는 이들을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하고 허가를 받은 학술연구 등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입, 사육, 유통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현재 37종과 1속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에는 지구 기후변화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면서 열대에 살던 개미들이 유입된 후 월동이 가능해져 생태계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거북과 같은 파충류의 경우 합법 또는 불법적으로 수입돼 가정에서 반려동물로 기르다가 사육이 어려워지면 산이나 강에 유기해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러한 침입외래종이 일단 새로운 환경에서 정착한 후 서식 범위가 확산되면 퇴치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유입을 사전에 방지하는 일이다. 그러나 유입된 것이 확인되면 더 확산되기 전에 조기 박멸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환경부는 침입외래종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침입외래종이 우리나라로 들어오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입주의생물을 지정하고 있는데 현재 706종이 지정돼 있고 이들의 수입 또는 반입을 원하는 경우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라쿤은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처럼 이미 들어와 있으면서 생태계 유출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생물은 위해우려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미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침입외래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들의 포식자 또는 기생생물을 의도적으로 도입하는 생물학적 방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외래 포식자 또는 기생생물이 나중에 침입외래종으로 변해 더 큰 피해를 야기하기도 하므로 외래종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침입외래종은 세계화, 지구 기후변화, 그리고 인간활동의 확대 등으로 그 피해가 더 확산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침입외래종은 세계화, 지구 기후변화, 그리고 인간활동의 확대 등으로 그 피해가 더 확산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침입외래종의 피해는 섬 지역에서, 특히 빙하시대에도 한번도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었던 대양도서에서 심각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대양도서에 해당되는 울릉도와 독도는 외래생물 유입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가장 좋은 대책은 이처럼 유입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다. 공항 및 항구에서의, 특히 섬으로의 검역에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한다. 또한 희귀한 외래종 양서류, 파충류, 어류, 조류 등을 불법으로 구입해 반려동물로 사육하다가 유기하게 되면 동물학대로 이어지고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원산지에서의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침입외래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멸종위기 외래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을 통한 인식 증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침입외래종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국립생태원도 침입외래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공항과 항구에서의 검역 협력과 조기 발견, 확산 방지 및 방제를 비롯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