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 원장 조도순

조도순 국립생태원 원장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조도순 국립생태원 원장 /사진제공=국립생태원

[환경일보] 지난 1년은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복원하는 데 있어서 큰 응원군이 등장한 한 해였다. 2022년 12월에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KM-GBF)’가 합의됐고 이어서 2023년 9월에는 TNFD(자연관련 재무공시 협의체)의 최종 권고안이 발표됐다. TNFD 권고안은 기업의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과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업이 어떻게 공개할지에 대한 절차와 내용을 담고 있다. GBF와 TNFD는 자연을 활용해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 지구 환경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생물다양성 감소도 기후변화와 함께 지구의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우리의 경제는 생물다양성이 가져다주는 생태계서비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제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정책입안자, 기업, 투자자들도 사람들의 활동이 생물다양성에 피해를 주고 있고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생태계서비스를 크게 저하시키게 되기에 생물다양성의 대규모 소실 자체가 또 다른 지구환경 위기임을 점차 인식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금방 나타나지 않지만 기후변화는 이상기후와 극단적 기상 현상 등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기에 우리는 모두 지구 기후변화 대응에, 특히 탄소저감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구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제 기후변화는 토지 이용 변화 또는 서식지 파괴 다음으로 중요한 생물다양성 감소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삼림의 파괴는 화석연료의 연소 다음으로 중요한 온실가스 증가원이다. 또한 화석연료도 과거의 생물로부터 유래된 것이기에 결국 기후변화도 생물다양성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지구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과 생물다양성협약이 같이 발의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구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는 동전의 양면

국립생태원 전경 /사진제공=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 전경 /사진제공=국립생태원

실제로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잘 보전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면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도 같이 덤으로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을 해안가의 콘크리트 장벽 건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개발 등의 기술에만 의존할 경우 비용도 많이 들고 그 대응 규모도 크지 않을뿐더러 자연이 주는 다양한 혜택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및 복원을 함께 추구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이미 2015년에 TCFD(기후관련 재무공시 협의체)가 발족돼 ESG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있는 데 비해서 생물다양성에 대해서는 6년 늦은 2021년에 TNFD(자연관련 재무공시 협의체)가 출범했고 최종 권고안이 2023년 9월에 발표됐다. TNFD는 기업이 자연자본에 대한 위험을 공시하게 해 금융투자가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한 긍정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 ESG 경영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다음 과제는 생물다양성 보전이 될 것이며, TNFD는 자연과 생물다양성 보전·복원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의 당사국총회는 매 2년마다 개최된다. 2010년 일본의 나고야에서 열렸던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아이치목표(Aichi Targets)는 2020년까지 각 당사국이 달성해야 할 20개의 세부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상 거의 모든 목표가 미달성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2022년 제15차 당사국총회가 새로 합의한 KM-GBF는 2050년까지의 비전, 목표(goal),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23개항의 실천목표(targets) 외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이행수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KM-GBF의 23개항의 실천목표 가운데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협 저감에 속하는 8개항은 국립생태원과 같은 생태전문기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실천목표2는 2030년까지 훼손된 생태계의 30% 이상을 효과적으로 복원할 것, 실천목표3은 2030년까지 육상, 담수, 연안·해양 지역의 적어도 30%를 준보호지역(OECM)을 포함해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 실천목표4는 멸종위기종의 인위적 멸종을 멈추고 멸종위험을 감소시키고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복원할 것, 실천목표6은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에 미치는 침입성 외래종의 영향을 제거, 최소화, 감소 또는 완화시킬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GBF의 목표는 Aichi 목표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으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ESG에 거는 기대가 크다. ESG 경영에서 안전, 인권, 공정을 강조하는 사회(S),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강조하는 지배구조(G)에 비해서 환경(E)은 기업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환경에서의 주요 영역은 기후변화 저감 및 적응,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전 및 복원, 물의 지속가능한 이용, 순환경제, 환경오염 방지 등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환경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ESG의 핵심 사업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이 자연에 의존하고 있기에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전과 관련된 이슈가 앞으로 탄소중립보다 그 중요성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동시 만족··· 자연기반해법 적극 고려해야

TNFD는 TCFD의 틀을 활용해 각 기관이 자연 관련 의존성, 영향, 위험 및 기회를 보고하고 실행에 옮기는 기준을 제시하며 지구의 재무적 흐름이 네이처-네거티브에서 네이처-포지티브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TCFD가 기후변화협약의 파리협정(2015)에 기반하고 있다면 TNFD는 생물다양성협약의 KM-GBF(2022)에 근거를 둔다. TNFD의 최종 권고안은 국제지속가능공시기준위원회(ISSB)의 기준과도 부합되도록 작성됐다. 기업들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 및 복원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서는 GBF가 반영된 TNFD에 따른 공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연 관련 공시를 위해서는 경제, 산업계뿐만 아니라 환경부와 생태전문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립생태원은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에코뱅크에 저장하고 이를 분석, 활용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기업의 자연관련 재무공시 평가 및 대응 지원을 위해 2023년 12월에 TNFD 포럼에 가입했으며 환경부, IUCN과 함께 국내 자연자본 공시 표준체계 마련에 참여할 계획이다. 일본 환경성에서는 기업의 요구에 대응해 금년에 ‘네이처 포지티브 경제이행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TNFD에 기반한 기업 정보 공시 지침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에코뱅크 누리집 /자료제공=국립생태원
에코뱅크 누리집 /자료제공=국립생태원

생물다양성과 관련해 기업들이 공시를 준비해야 할 대표적인 내용에는 기업활동이 자연이나 생태계서비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분석과 부정적 영향을 줄이거나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활동 등이 있다. 기업들이 사업장 이외의 지역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이나 훼손지 복원사업을 실시할 경우 탄소배출권처럼 생물다양성 크레딧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자연기반해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면서 동시에 저탄소 경제로의 생태적 전환을 이루려면 두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하나는 쿤밍-몬트리올 GBF이고 다른 하나는 TNFD이다. 이 둘은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보전과 복원의 이행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해 현재의 인류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재 기후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의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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