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링채널 대표 편경훈

편경훈 투어링채널 대표
편경훈 투어링채널 대표

[환경일보] 랜드마크와 관광 ‘시설’ 개발의 유혹을 넘어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은 가능할까? 한국 각 지역은 오래된 역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자연과 문화 유산을 두루 품고 있고, 그렇기에 ‘개별자유여행(FIT, Fully Independent Tour)’이 세계 여행의 대세가 된 지금, 한류의 성장판을 키운 한국은 여행 자원의 엘도라도가 될 수 있다. 그런 개별자유여행의 동기유발은 공간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부터 시작한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관광시설이 아닌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담은 작은 공간, 물체 하나가 그 스토리텔링의 중심이 되곤 한다.

스토리텔링 여행? 알기도 , 찾기도 어려운 여정!

그렇다면 도전의 시작은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느냐일까?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개별자유여행(FIT)’을 위한 몇 가지 선결과제들이 있다. 지금은 아무리 복잡한 길이나 숨은 맛집도 자동차 내비게이션, 지도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찾아갈 수 있지만, 국가 행정 주소 체계에서는 스토리텔링 공간까지의 세밀한 안내는 어렵다. 또한 온라인에 예쁘게 포장해서 던져 놓는 듯한 ‘정보’들이 아니라 유튜브 내 구독 영상들처럼 스토리텔링을 찾아 사람들이 계속 다가올 수 있는 ‘콘텐츠’가 공공 여행 정보에 더 풍부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그 모든 정보와 콘텐츠를 세계인이 언어적으로 더 편리하게 접근할 방법들이 서울과 수도권 외 각 지역에서도 제공돼야 한다.

유동 인구 증가 없이 정주 인구 증가 없어

‘투어링채널’과 ‘환경일보’는 저탄소 관광 인프라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하고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길게는 수천 년의 이야기부터 짧게는 근대 이후의 이야기들, 더 민감하게는 작금의 한류 콘텐츠 기반의 이야기들이 모두 한국 각 지역의 수많은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여행 인프라에 대한 스토리텔링 자체도 중요하지만, 문제들의 대안 기획과 실험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우리는 반복해서 자연을 훼손하고 케이블카를 올리고 저탄소, 생태 관광은 사회 봉사활동 수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지역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었다. ‘우리 지역은 외국인보다 내국인 관광객이 우선이다. 거기에 맞는 계획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관련 부처가 그런 생각을 할지라도 지방정부의 목표와 계획들은 오히려 현실 안주보다 상상력과 가능성의 기획과 실험정신을 외면하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 세계 곳곳의 성공 사례 중 내국인에 초점을 맞추어 성공한 사례를 아직 보지 못했다. 유동 인구 증가를 원한다면 이제 저탄소 관광 인프라의 대안 기획과 실험, 그리고 글로벌 접근성(Global Access)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작은 변화의 씨앗이 결실 얻을 것

현지에서든 공항에서든 가상이 아닌 실제 세상에서 여행자가 여행지와 만나는 가장 직접적인 접점은 바로 ‘여행안내’ 책자나 리플릿이다. 여행지 쿠폰 때문에 챙기기도 하고 이미 계획을 세웠어도 여행지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가져가곤 한다. 그것들을 한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만들고 중앙정부도 만들고 각 문화재나 관광 스팟들도 앞다퉈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문제는 그 엄청난 분량의 종이 정보지들을 수십 년간 습관적으로 배포해도, 한국 관광의 지역 편중화는 계속 심화되고 저탄소 관광 산업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에 관심 있는 여행자를 위한 정말 유용한 도구(Toolbook)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의 여행 인프라가 개선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제안해 가는 여정을 걸어온 이들이 있다. 20세기의 시작, 1900년 프랑스 내무부 산하 한 부서에서 일하던 어떤 공무원이 운전자들을 위한 식당 정보 안내서로 타이어 회사와 무료 책자로 나눠주기 시작한 그 책이 21세기인 지금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관광 인프라가 되었다. ‘투어링채널’과 ‘환경일보’의 씨앗은 그렇게 ‘미슐랭 가이드’와 같은 ‘인프라’를 목표하고 있다. 탄소배출은 최소화, 여행체험은 최적화하는 스마트한 여행 가이드의 보급 및 사용 확대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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