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 변호사 “후류효과로 인한 풍력발전사업자 간 분쟁 막을 지침 제정 서둘러야”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를 연재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했다. <편집자 주>

신민 변호사 mshin@jipyong.com
신민 변호사 mshin@jipyong.com

[환경일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에 대한 제도적 이행방안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주공급원을 전환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 볼 때,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풍력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풍력자원이 존재하고, 변전소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경제성이 충족돼야 하며, 풍력발전에 따른 소음 등으로부터 거주지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민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등 입지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나아가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환경파괴문제가 따라올 수밖에 없으므로 환경보호 필요성이 큰 곳에는 건설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국토가 좁고 과밀해서 풍력발전 입지조건을 충족하는 곳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다수의 풍력발전소가 새로 건설될 경우 일정한 발전단지 내에서 밀집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풍력발전은 풍력터빈(풍차)과 발전기를 통해 바람이 가진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합니다. 풍력터빈의 로터 블레이드가 회전을 통해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바람은 속도가 감소하고, 난류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이격거리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후방에 있는 풍력터빈은 속도가 줄어들고, 난류가 증가한 바람을 맞이하게 돼 출력이 낮아질 뿐 아니라 부품의 마모가 빨라져 수명도 감소하게 됩니다. 이를 후류효과(wake effect)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다수의 풍력발전소가 밀집해서 건설될 경우 전방·후방의 발전사업자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풍력발전단지 내 후류효과에 따른 에너지효율 감소 측정과 후류효과를 감소시키는 기술적 방안 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아직 후류효과에 따른 전·후방 발전사업자 간 분쟁에 대한 판례나 후류효과를 고려한 발전사업허가조건을 정한 입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환경권의 일종으로 개인이 바람의 통행을 누릴 수 있는 권리인 통풍권을 언급하고 있는 사례(대구고등법원 2010. 1. 14. 선고 2009나5958 판결 등)가 있지만, 통풍권 침해가 인정된 판례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통풍권이 환경권을 넘어서 영업권이나 재산권에도 인정되는 권리인지, 후방사업자의 통풍권을 침해할 경우 발전사업허가도 위법해지는 것인지 등은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 영국, 일본 등 풍력발전의 선구적인 국가 역시 아직 후류효과에 따른 후방 발전사업자의 손해를 인정한 판례나 후류효과에 따른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이격거리 등 기준을 정한 입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다수의 풍력발전소가 기존 또는 신규 풍력발전단지에 지속해서 건설되는 과정에서 서로 밀집하게 되면, 후류효과에 따른 분쟁이 지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후류효과에 따른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을 미리 마련하지 않는다면, 전방·후방을 불문하고 후류효과에 따른 손해발생이나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할 객관적 지침이 없어서 발전사업자와 투자자가 투자를 망설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려는 공익적·사회적 목적 성취도 지연되거나 실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후류효과를 최소화하면서 풍력발전사업자의 효율은 최대화할 수 있는 이격거리·기술기준 등을 정비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이는 새로운 산업 발전을 담보할 수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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