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변호사 “방지시설의 한계를 고려하되,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필요”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를 연재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했다. <편집자 주>

오승재 변호사  sjoh@jipyong.com
오승재 변호사 sjoh@jipyong.com

[환경일보] 방지시설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없애거나 줄이는 시설을 말합니다.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거나 설치신고를 한 사업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해당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법적 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될 수 있도록 방지시설을 반드시 설치·가동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배출시설을 가동하면서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행정처분·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방지시설을 가동하더라도 이를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게 하거나 ▷부식이나 마모, 고장이나 훼손으로 오염물질이 새나감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하는 행위 ▷기타 배출시설이나 방지시설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아니하여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방지시설을 설치·가동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 방지시설을 정상적으로 가동했고, 달리 부식·마모·고장·훼손이 없음에도 해당 방지시설의 한계로 오염물질을 완전히 흡입하지 못하거나, 그중 일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상태에 있다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대기환경보전법 등 환경법령 준수 여부를 감시·감독해야 하는 행정청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경우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을 것인바, 처분의 근거 조항을 어떤 규정으로 보아야 할지 문제가 됩니다.

환경부는 이 같은 질의에 대해 “배출시설이 가동될 때 방지시설이 가동되고 있더라도,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방지시설로 유입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경우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않고 배출한 것과 같이 볼 수 있을 것”이므로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아니한 행위(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회신한 바 있습니다.

판례를 살펴보아도 “방지시설을 작동했다고 하더라도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없애거나 줄이는 기능을 전혀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면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한 취지로 판시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지시설을 작동했지만, 배출시설에서 발생한 ‘일부’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상태에 대해 최근 하급심 법원은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아니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시를 했습니다. 법 문언상 ‘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아니한다’는 것은 통상 ‘방지시설 자체를 움직여 일하게 하지 아니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고, 법 체계적으로도 ‘방지시설을 거치지 아니하고 오염물질의 일부를 배출하는 경우’에 관하여는 다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별개의 요건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위 판례 사례에서는 외부로 유출된 물질이 법적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아니라, 수증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행정청이 해당 업체에 대해 실시한 오염물질 측정 당시 법적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았던 자료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방지시설은 기술상 한계 등으로 오염물질을 전량 없애지 못하고, 일부 물질을 외부로 유출하는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유만으로 행정처분·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면 사업장으로서는 억울한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럴 때 오염물질 측정 등을 통해 외부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그렇지 않다면 행정청에 이와 같은 사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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