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전략 컨설팅그룹 GR코리아 이건학 컨설턴트

환경일보와 글로벌 정책전략컨설팅그룹 GR코리아는 다양한 정책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환경을 모색해 보는 ‘글로벌 정책산책’ 연재를 시작합니다. 국회,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입안과 집행과정도 함께 고찰해 봄으로써 각종 정책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GR코리아 이건학 컨설턴트​​​​​​​​​​​​​​​​​​​​​​​​kunhak.lee@gr-group.com
이건학 컨설턴트 ​​​kunhak.lee@gr-group.com

[환경일보] 최근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 가뭄, 한파, 산불 등의 기후위기가 빈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각국 정부는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합의한 이후 지구온난화를 1.5℃ 상승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UN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올해 8월에 발간한 6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5℃ 상승의 시기가 채 20년도 남지 않았다. 즉 예견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보다 책임 있고 적극적인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작년 7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같은 해 10월 대통령이 직접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천명했다. 올해 8월에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부문별 세부 정책방향과 전환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총 세 가지 안을 발표했다. 같은 달 마지막 날 국회에서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적 기반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됐다.

본격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세부계획 마련에 앞서 여론과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을 통해 수정이 가능한 초안 성격의 시나리오가 나온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국회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키며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와 협치(거버넌스)를 법제화했다는 점,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중간단계 목표를 법률에 명시하고 국가 주요 계획 추진과 예산수립 등에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나 온실가스 감축인지예산 제도 등 실질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한 점도 인상적이다.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탄소중립위원회 시나리오의 경우 두 달여밖에 안 되는 준비기간에 대한 지적과 1, 2안은 결국 탄소중립을 포기하는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의 경우 이해관계자별로 평가가 갈리는데, 환경단체의 경우 명시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현저히 낮다는 점을 지적했고, 경제계에서는 에너지 전환 인프라 및 기술 부족 등 여러 제약요인이 존재하는 국내 여건을 고려했을 때 2030 NDC 목표 달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마련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세부계획과 새로운 제정법의 시행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특히 기업의 사업전략과 우리 개개인의 일상생활과도 관련된 만큼 세부계획을 기획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

먼저 산업계를 비롯해 정책방향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활성화하고 협의를 거쳐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점진적인 변화가 가능하게끔 충분한 협의 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게끔 창의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원순환성 증대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식품용기에 물리적·화학적 재생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EU, 일본 등에서 적극적으로 도입 중인데, 이를 국내에서도 제도적으로 허용하려는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의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가 미래의 예견된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갈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계획 제시가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 준수가 가능한 정책, 우리의 여건을 고려하는 동시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정책을 시행해 기후위기 해결에 기여하고 모범이 되는 환경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