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늘어나는 폐기물··· 모을 곳도 버릴 곳도 없다

[환경일보] 쓰레기가 갈 곳이 없다. 쓰레기란, 용도를 다하고 어딘가로 모아 처분할 것들을 말하는데 갈 곳까지 없어진 쓰레기는 말 그대로 ‘불법’ 쓰레기가 된다. 쓰레기만으로도 처량한데 불법의 굴레까지 썼으니 도대체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됐는지 실태와 경과를 알아보고 대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3주에 걸쳐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① 늘어나는 폐기물··· 모을 곳도 버릴 곳도 없다

② 폐기물 처리 한계··· 공공이 보완해야

③ 폐기물 처리, 주민 상생과 소통이 관건

소각‧매립시설 수용한계점 임박··· 시간이 없다

‘모으면 자원 버리면 쓰레기’라지만, 모으려 해도 모을 곳이 없고 버리려니 버릴 만한 곳은 더더욱 없다.’

지난 2018년 4월 서울·수도권 및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폐기물 대란’이라는 낯선 용어가 들려왔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걷어가는 업체들이 수거해가지 않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은 넘쳐나는 재활용품들이 산처럼 쌓여갔고, 주민들은 쓰레기 거부 문제에 직면했다.

다행히 당사자(수거업체와 공동주택) 간의 협상으로 ‘대란’만은 막았다. 그렇지만 뇌관이 제거된 것은 아니었다. 대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생겨나는 쓰레기를 자원화 하기도 어렵거니와 태우거나 묻을 곳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쓰레기 자체가 너무 많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쓰레기의 절대량을 줄이는 문제는 훗날을 기약하며, 이번 기획을 통해 쓰레기가 왜 쌓여가고 있는지 그 실상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2018년 쓰레기 대란은 간신히 막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은 간신히 막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폐기물은 어디로 가고 있나?

통상적으로 쓰레기라 부르는 폐기물의 법적 정의(폐기물관리법 제2조 제1호)는 ‘쓰레기, 연소재, 오니, 폐유, 폐산, 폐알칼리 및 동물의 사체 등으로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말한다.

일정량 이상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사업장폐기물이라고 하며, 그 외에는 생활폐기물이라 부른다.

주로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종량제 봉투에 담긴 폐기물과 분리수거를 하는 재활용 폐기물로 나뉜다. 물론 사업장 내에서도 생활폐기물은 발생된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폐기물은 수거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종이, 빈병, 고철, 폐의류, (일부)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은 자원으로서 환금 가치가 있기 때문에 대금을 받게 되므로 오히려 파는 셈이 된다.

이른바 ‘폐기물 대란’은 이와 같은 재활용품 처리 과정에 쓰레기 수입 거부라는 예기치 못한 중국발 변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단가가 하락한 결과 수거업체의 채산성이 떨어져서 생긴 결과였다.

폐기물 종류에 따른 처리 방법 /자료제공=한국환경공단
폐기물 종류에 따른 처리 방법 /자료제공=한국환경공단

폐기물별로 처리하는 방법도 다르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폐기물은 지자체에서 처리하는 반면, 재활용 폐기물은 대체로 별도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가 수거 및 선별 작업 후 재활용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지자체의 책임 아래 각 공동주택별로 위탁 처리하는 형식이 되며,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여전히 지자체가 처리한다.

이처럼 생활폐기물의 처리 책임은 기본적으로 지자체에 있는 반면, 사업장폐기물은 배출자, 즉 사업자가 처리 주체가 된다.

이와 같이 자원으로서 다시 쓸 여지가 있는 폐자원은 재활용하고 그렇지 않은 쓰레기는 일반 폐기물로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상적이지만 이러한 폐자원의 순환경제가 늘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방치·불법투기 폐기물의 발생 원인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한 방치‧불법투기 폐기물은 전국적으로 약 161.6만톤(누계, 2020년 12월 31일 기준, 환경부)으로 확인된다.

재활용업체 등이 폐기물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처리해주기로 하고 수거한 후 방치하거나 임대 창고, 야산 등에 불법 투기해 온 결과가 누적된 것이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알려진 경북 의성군 단밀면 쓰레기산의 불법폐기물 약 20만톤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국비 등 282억원의 예산으로 현재 처리가 완료된 상태이나, 문제는 방치·불법투기 폐기물 이외에도 부적절하게 매립된 ○○시 폐석산 143만톤, ○○시 매립장 약60만톤 등 추가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성 쓰레기산 초기 처리 현장(2019.10). 현재는 처리 완료된 상태다.  /사진제공=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의성 쓰레기산 초기 처리 현장(2019.10). 현재는 처리 완료된 상태다.  /사진제공=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폐기물은 왜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가지 않고 방치‧불법투기 되는 것일까?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원인 중 하나는 국내 사업장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민간 폐기물 처리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이로 인해 폐기물처리비용이 급증하면서 불법처리 유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을 수치를 통해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보자.

민간에서 운영 중인 매립시설 잔여용량은 2014년 2059만9천㎥에서 2017년 1290만9천㎥로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사용 가능 연수가 2014년 3.6년에서 2017년 2.2년으로 줄었다.

민간 소각시설의 경우에도 신규 소각시설 설치가 지연됨에 따라 허가용량(7868톤/일)을 초과해 가동(2017년 기준 가동률 109.3%)되고 있는 실정이다(출처: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실태 감사보고서(감사원, 2019.12.)).

폐기물처리비용 또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10년 13만3천원이던 톤당 소각단가는 2018년 18만6천원으로 8년 만에 40%가 증가했으며, 매립단가는 같은 기간 4만원에서 8만원으로 무려 100%나 증가했다(출처: 배재근, 폐자원 재활용과 처분에 대한 진단과 개선방안, 2018. 재인용).

다만, 소각비와 비교해 매립비의 상승폭이 유독 큰 것은 폐기물의 해양배출 금지 조치와 사후관리이행보증금 인상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쓰레기는 줄지 않고 처리할 곳은 한계점에 다다르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처리 장소는 물색이 어렵고··· 한마디로 쓰레기 처리의 선순환이 막혀버릴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수출은 막히고, 재난은 늘고···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방치‧불법투기 폐기물은 민간처리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재활용 폐기물의 상당수를 해외로 수출까지 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재활용 폐기물의 50% 이상을 소화하던 중국이 지난 2018년 1월부터 재활용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해외 수요처, 그것도 큰손이 사라지다 보니 재활용 폐기물의 공급과 수요에 커다란 불균형이 생기고, 이것이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마침내 재활용품 수거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셈이다.

재활용 폐기물의 낮은 수익성으로 민간 처리업체에서 처리를 기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일부 악덕업체에서 상당량의 폐기물을 방치‧불법 투기한 것이다.

그간 민간에서 별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수출 차단을 계기로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도시 및 환경 전문가인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이남훈 교수는 “비용 규모는 크고 시설은 포화 상태이니, 이것은 마치 수년 내에 터질 것을 알고 기다리는 시한폭탄과 같다. 예정대로(?) 폭탄이 터지게 되면, 시쳇말로 ‘2018 쓰레기 대란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던’ 재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방치‧불법투기 폐기물뿐만 아니라 재난폐기물도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폐기물의 발생 여부와 시기를 알 수 있다면 미리 계획을 세워 처리하면 되는데, 예측하기 어려운 것, 아니 거의 불가능한 것이 바로 수해, 지진, 대규모 화재 등 단기간에 다량 발생하는 재난폐기물이다.

예컨대 수해 폐기물의 발생 추이는 (2013~2016년 차례로) 3291톤, 16만2779톤, 없음, 3만6751톤 등과 같이 그야말로 들쭉날쭉 예측이 불가능하다(출처: 2019년 4월 25일 권역별 폐기물공공처리장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 이남훈 교수 발표 자료).

다량의 폐기물이 한순간에 발생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처리지연으로 인한 2차 피해로 인해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쓰레기 대란, 대안은 있는가?

이와 같은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폐기물 처리시설의 확충은 어떤 면을 살펴보아도 전망이 밝지 않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운영 중인 민간 매립장과 소각장은 포화 및 노후 상태인데 신·증설은 난망하기만 하다.

유해폐기물은 점점 늘어가고, 꾸준히 증가하던 폐기물 재활용률은 정체돼 있고, 기후 위기 등으로 자연재해에 따른 재난폐기물도 늘어가는 등 쓰레기의 절대량은 증가하고 있다.

반면 처리시설의 오염물질 배출 기준 및 설계 기준은 강화되고, 시설의 사후 관리 기간은 늘고, 관리 인건비는 상승하는 등 시설 건립 조건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설령 이 모든 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해도 가장 큰 문제는 시설의 입지이다. 그 누구도 그 어느 지역도 매립장과 소각장을 원치 않는다. 처리시설에 관한 상세 내용을 알지 못할수록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지역적으로 차별받는 듯한 소외감은 오히려 더욱 커진다.

이 난감하고도 중차대한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다음 회에는 해외 참고 사례를 통해 눈앞의 위기로 닥친 폐기물 처리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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