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폐기물 처리, 주민 상생과 소통이 관건

공공폐자원관리시설법 통해 폐기물 처리의 새로운 모델 제시···
폐자원 관리의 순환경제 정착 기대

[환경일보] 민간 소각시설의 허가용량 초과, 매립시설의 잔여용량 도래 등 민간 폐기물처리시설 확충이 시급하나 주민 반대로 신증설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기존 폐기물처리체계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환경부는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을 준비 중이며, 2020년 6월 ‘공공폐자원관리시설 설치·운영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약칭: 공공폐자원관리시설법)’이 제정·공포돼 지난 6월10일 시행됐다.

불법, 재난, 유해 폐기물 등의 신속하고 친환경적인 처리를 위하여 정부가 직접 나설 것임을 알리는 첫발을 내민 셈이다.

① 늘어나는 폐기물··· 모을 곳도 버릴 곳도 없다

② 폐기물 처리 한계··· 공공이 보완해야

③ 폐기물 처리, 주민 상생과 소통이 관건

앞서 2회에 걸쳐 살펴본 것처럼 폐기물 처리는 수요공급의 논리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우리보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독일, 일본 등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폐기물 처리에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공이 관여한다 해도 지역주민들의 정서적인 거부감이 태생적으로 너무나 크다.

다시 말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공공폐자원관리시설 설치는 지역주민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인 것이다.

2019년 5월3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실시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가 주도로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찬성 89.9%) 내집 앞 설치에는 난색이라는(찬성 12.1%) 결과가 이 과제의 난도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및 면접 조사, 95% 신뢰수준 표본 오차 ±2.95%). ‘우리 뒷마당엔 안 된다’는 님비의 말뜻 그대로인 것이다.

주민과 함께하는 친환경 폐기물처리시설

앞서 언급한 특별법 제1조에서는 제정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폐자원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국민건강 및 재산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의 설치‧운영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공처리대상폐기물을 신속하고 친환경적으로 처리하여 지속가능한 환경보전과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한다’

특별법의 목적은 분명하다. 방치‧불법투기 폐기물, 재난폐기물, 민간에서 처리가 어려운 사업장폐기물 등 공공의 처리가 필요한 폐자원의 처리를 위하여 매립장과 소각장 등을 갖춘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을 설치‧운영하고, 해당 지역주민들에게는 확실한 지원을 통해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별법에서 정한 운영 이익금 공유방안 /자료제공=한국환경공단
특별법에서 정한 운영 이익금 공유방안 /자료제공=한국환경공단

구체적인 반대급부에 대해 특별법의 내용만으로 본다면, 우선 지역주민을 시설 설치 지역에서 가까운 순으로 이주지역, 기금수혜지역, 투자참여지역으로 나눠 이주지역 주민에게는 이주 대책을 수립해 지원하고, 기금수혜지역 주민은 설치비용의 10%를 주민특별기금으로 조성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현물 또는 현금으로 환원하고, 투자참여지역 주민에게는 시설 설치 사업의 투자를 허용하는 방법으로 시설 운영 수익을 지역주민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주민 복지사업 등을 위해 운영이익금의 40% 범위 내에서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이 입지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할 예정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은 운영이익을 주민에게 돌려주며 공공성을 우선한다는 것이 공공폐자원관리시설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이다.

마지막으로 강화된 환경기준을 적용하고 폐기물처리현황 및 시설관리현황(환경영향)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자원회수시설(성암소각장) 전경 /사진출처=울산시
자원회수시설(성암소각장) 전경 /사진출처=울산시

휴식‧편의시설을 넘어 랜드마크로

폐기물 처리 해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사례들 또한 차츰 생겨나고 있어서 몇몇 사례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견학단이 방문하는 실정이다.

하남 유니온타워·유니온파크(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 710 소재)는 하남시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의 부속 환경기초시설로서 국내 최초로 지하에 폐기물 처리시설과 하수 처리시설을 함께 설치한 사례이다.

지하에 소각시설, 음식물 자원화시설, 재활용선별시설,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지상에는 실내체육관, 물놀이시설, 조경시설, 전망대, 야외무대 등을 설치하여 시민 편의시설로 운영 중인 국내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서 각 지자체의 답사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하남유니온타워·유니온파크의 주변은 대규모 신축 아파트단지와 주민 편의시설이 지금도 계속 들어서고 있는 전형적인 택지 공간이면서도 폐기물 처리시설과 무리 없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 다른 국내 사례로 구리시 자원회수시설(경기도 구리시 왕숙천로 49 소재)이 있다.

폐기물 소각장의 굴뚝을 높이 100미터의 전망타워로 활용하여 1층은 48각의 유리 전망대, 2층은 360도 회전식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상에는 축구장, 게이트볼장 등 야외체육시설과 실내 수영장과 갤러리를 비롯한 문화공간을 설치, 운영해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개관 이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범 사례로서 유사 시설의 국내외 답사 1번지 역할을 오랜 기간 해왔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코펜힐(Copenhill) 소각장 옥상에는 인공 스키장을 설치해 사계절 스키를 탈수 있도록 했다. /사진=환경일보DB
덴마크 코펜하겐의 코펜힐(Copenhill) 소각장 옥상에는 인공 스키장을 설치해 사계절 스키를 탈수 있도록 했다. /사진=환경일보DB

이 밖에 충남 아산시와 경기 평택시에도 이와 유사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하남과 구리를 비롯한 이들 사례는 모두, 생활공간 가까이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시설이 시민 휴식 및 편의시설을 갖춘 매력적인 건축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폐기물 처리시설이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슈피텔라우(Spittelau)는 연간 25만톤의 처리 용량을 갖추고 60㎿ 규모의 지역난방 및 전기를 공급하는 소각시설로서 건축가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의 손을 거쳐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받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사례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코펜힐(Copenhill)은 연간 55만톤의 처리용량을 갖추고 2017년 가동한 소각장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레저시설을 선보인 사례이다.

소각장 옥상에 인공 스키장을 설치해 사계절 스키를 탈수 있게 했고, 슬로프 한편에 산책길, 외벽은 암벽등반장으로 이용되며, 옥상에는 덴마크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도 있어 환경만을 고려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을 즐기는 공간으로 꾸며 신선한 충격을 준 시설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2017년)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2017년) /자료제공=환경부

주민‧정부 간 공감과 정직한 소통

앞서 언급한 특별법을 시행하는데 있어 관건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 내냐는 것인데, 필자는 이때의 조건을 ‘정직하고 숨김없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필수 조건으로 인식하고 소통을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시설이 아닌 우리에게 필요한 시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운영이익 공유, 복지 및 편의시설 지원, 주민 우선 고용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주민과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주민의 동의를 얻어냈다면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한다.

지난 6월10일 시행된 공공폐자원관리시설법의 성공적인 정착 조건은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이며,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필요한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소통 노력과 지역주민의 공감이 될 것이다.

정부와 지역주민의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의 성공적인 안착과 더불어, 폐자원 관리의 순환경제가 정착되는 환경 선진국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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