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즐기는 생태탐방 (2)

[환경일보]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 거리가 늘 고프다. 도시개발 전에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공존하며, 자연스럽게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를 자세히 알아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자연을 온전히 누리기 힘든 환경이다. 아이와 함께 푸릇푸릇한 자연 속에서 일상의 활력을 충전하고 유익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 없을까.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하며 재미있는 생태탐방이 가능한 장소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살아있는 문화유산

추존 원종과 인헌왕후가 잠들어 있는 장릉의 원경 /사진=이채빈 기자
추존 원종과 인헌왕후가 잠들어 있는 장릉의 원경 /사진=이채빈 기자

조선왕릉은 519년 동안 지속된 조선시대 역대 27명의 왕과 왕비 그리고 사후에 추존된 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18개 지역에 40기가 있다.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6월3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북한에 있는 2기의 조선왕릉은 제외됐다.

조선왕릉은 519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한 왕조가 지속된 사례도 드문 데다가 역대 왕과 왕비의 무덤이 모두 남아 있는 경우도 유례가 드물다고 한다. 유교와 풍수 등 한국인의 세계관이 압축된 장묘문화의 공간으로, 왕실의 장례와 제례 등을 조명할 수 있어 문화재로서 가치가 풍부하다.

조선왕릉 중 장릉이란 명칭을 쓰는 곳은 김포(章陵), 파주(長陵), 영월(莊陵) 세 곳이다. 고려 17대 왕인 인종이 안장되어있는 장릉(長陵)까지 합하면 네 곳이다. 그 중 김포 장릉은 한강이남 서북부축의 유일한 조선시대 능으로 세계문화유산 중 한 곳이다.

장릉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담은 독특한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신성한 공간이다.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제례가 이어져 오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봄기운 가득한 풍요로운 산책길

김포 장릉 입구 /사진=이채빈 기자
김포 장릉 입구 /사진=이채빈 기자

서울 근교에 있는 김포 장릉은 완연한 봄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세계문화유산 중 한 곳으로 자연보전이 잘 되어 있어 도심에서는 느껴보지 못할 자연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바로 앞에 매표소가 보인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만 25세~64세는 입장료 1000원을 내야 한다. 반입금지 물품으로는 음식물과 반려견, 전동킥보드 등이 있다. 조선시대 역사문화를 더욱 탐구하고 싶다면 오전 10시30분과 오후 1시30분, 3시30분 세 차례에 걸쳐 정기 해설이 있으니 참고할 것.

장릉 연못 /사진=이채빈 기자
장릉 연못 /사진=이채빈 기자

매표소에서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울창한 숲이 방문객을 반겨준다. 왕릉으로 가기 전 숲속 둘레길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연속이다. 길을 따라 걸으면 양옆으로 형형색색 꽃과 푸른 녹음이 가득하다.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소나무와 평소 보지 못했던 수많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중간에 연못과 저수지가 있는데, 바로 연꽃이 피는 ‘장릉 연지’와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 떼가 노니는 ‘장릉 저수지’다. 장릉 저수지는 수도권 유일의 원앙새 서식지이기도 하다. 원앙의 남북 이동 경로 중간 기착지로 약 300마리가 서식한다.

원앙(위)과 청설모(아래)
원앙(위)과 청설모(아래)

연못과 저수지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거나, 물 안에 서식하는 생물을 관찰해도 좋다. 연못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백 또는 수천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올챙이떼가 봄나들이를 나왔다. 질서정연하게 원을 그리며 군무를 펼친다.

저수지를 지나 다시 둘레길을 걷다 보면 귀여운 청설모가 나무에서 내려와 싱그러운 풀밭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까치 등 다양한 생물종을 만나볼 수 있다. 정말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해가 지지 않는 곳

홍살문 /사진=이채빈 기자
홍살문 /사진=이채빈 기자

천천히 3분 정도 걷다 보면 능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홍살문을 지나면 중간에 길이 마련돼 있다. 큰길은 향이나 제가 들어가는 길 ‘향로’이고, 오른쪽에 좁은 길은 왕이 걷는 길 ‘어로’이다. 왕이 걷는 길 어로를 따라 걸어보았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자각이 있다. 제향(제사)을 모시는 건물이다. 왕릉제향은 역대 제왕과 왕후에 대한 기신제향 의식을 지칭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국가의식 규정인 오례의(五禮儀) 중의 길례(吉禮)에 해당한다. 김포 장릉의 제향 일정은 2월2일이다.

정자각 /사진=이채빈 기자
정자각 /사진=이채빈 기자

정자각 창 뒤로는 능이 보인다. 김포 장릉은 조선 16대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그의 부인 인헌왕후의 능이다. 원종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아들 능양군이 인조로 즉위하면서 왕으로 추존됐다.

김포 장릉은 왕릉과 왕비릉이 나란히 놓인 쌍릉이다. 병풍석이나 난간석은 설치하지 않고, 봉분 아래로 얕은 호석만 둘렀다. 이는 추봉된 다른 왕릉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해설사는 이곳을 “아침에 해가 떠서 저녁에 해가 지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가장 양지바른 곳에 부모를 모시고 싶었던 선조들의 마음과 더불어 유교와 풍수 등 한국인의 세계관이 압축된 장묘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옛 가옥을 살펴보다

산책로 끝에서 만난 재실 /사진=이채빈 기자
산책로 끝에서 만난 재실 /사진=이채빈 기자

능을 다 구경하고 내려와 다시 산책을 시작한다. 장릉 곳곳에는 한 방향으로 걸으라는 표지판이 적혀있다. 그대로 따라 걸으면 산책로 끝에서 재실을 만날 수 있다. 재실은 신하들이 제향을 준비하는 곳이다.

재실은 왕릉의 수호와 관리를 위해 능참봉(陵參奉)이 상주하던 곳으로, 제례 시에는 제관들이 머물면서 제사에 관련된 전반적인 관리를 하던 공간이다. 능참봉의 집무실인 재실, 향과 축문을 보관하는 안향청, 제기를 보관하는 제기고, 그 외 부속 공간인 행랑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릉 둘레길 /사진=이채빈 기자
장릉 둘레길 /사진=이채빈 기자

재실 일부분은 개방돼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 역사와 함께한 문을 열면 한옥의 전통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어 교육적으로 좋은 기회가 된다.

산책로를 지나 입구로 돌아오면 장릉 탐방이 끝난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생물을 관찰하는 숲체험 현장이자, 살아있는 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을 꼭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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