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12배의 국토면적, 취약한 농업기반 탓에 농지 90% 방치
오염지역 고구마 재배로 바이오에탄올 생산 및 오염 토양 회복

[카자흐스탄 알마티=환경일보]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舊)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외국 자본과 경영을 적극 유치하는 등 자본주의체제로 변환했다. 에너지 생산 등의 기간산업분야는 외국 투자가 활발해 가동률이 높아졌고 고용이 증가하는 반면 농업분야에서는 생산성이 격감하고, 농촌의 빈곤과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카자흐스탄은 미국, 러시아, 호주, 캐나다, EU에 이은 세계 6번째 밀 수출국이지만, 육류, 계란, 감자 등의 수출은 1990년대부터 급격히 줄어 실질적인 수입국이 됐다. 드넓은 농경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카자흐스탄의 가장 큰 고민 역시 농업이다. <편집자 주>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나라이면서 1인당 경작가능면적이 호주 다음으로 크다. <사진=김경태 기자>

카자흐스탄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나자르바에프 대통령의 장기집권(1989년~현재)과 안정된 정치체계, 급속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신흥부국이다.

또한 자원이 풍부하기로 유명해 매장량 기준 원유 세계 12위, 가스 22위, 텅스텐 1위, 크롬 2위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원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매우 활발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선진화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면적은 세계 9위이며 한반도의 12.2배인 272만5000㎢로 서유럽 면적과 비슷한 크기다. 반면 인구는 1840만명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적은 인구밀도를 가진 나라 중 하나다.

카자흐스탄은 약 130종류 이상의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이며 카자흐인이 63%로 가장 많고 이어 러시아인 24%, 우즈베크인 3%, 우크라나인 2%로 이뤄졌다.

카자흐스탄은 1인당 경작지 이용가능 면적이 1.5㏊로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국가이며, 비옥한 토지와 다양한 기후대를 보유한 농업 잠재력이 높은 국가다.

기후는 대륙성으로, 덥고 건조한 여름과 비교적 따뜻한 겨울이 교차한다. 여름의 고온과 풍부한 일조량을 이용한 농업을 하고 있으며, 관개농업이 일찍부터 보급됐다.

카자흐스탄은 중국,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매니스탄, 우즈벡키스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자료제공=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리적으로는 산악지역 12.4%, 숲과 초원지역 9.4%, 반사막지역 33.2%, 사막 44% 등으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경작지는 공화국 남부와 동부 산악지역, 카스피 해 연안, 북부에 분포했다.

카자흐스탄 북부는 밀 등의 곡물재배가 활발하며, 남부는 풍부한 일조량과 수자원을 활용해 쌀, 과일, 채소 등을 재배한다. 동부에서는 유지작물, 중부의 사막지대에서는 축산업이 활발하다.

그러나 농업 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북부가 15~25% 남부는 15%, 그 외 지방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소비에트 시절 건설한 농업 관련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자원 수출에만 기댄 결과다.

카자흐스탄 한인농업기업협의회 김훈 회장(농업법인 아그로플루스 대표이사)은 “카자흐스탄은 유목생활을 하던 민족이라서 농업을 모르고 살았다. 지금도 경작 가능한 면적의 10%만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은 땅이 좁아서 농사에 한계가 있지만 여기서는 원하는 만큼 농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천산의 만년설이 녹아 카자흐스탄 평지의 물이 더욱 풍부해지고 농사 짓기에 더욱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카자흐스탄 전체 작물 생산량의 39%는 소작농을 비롯한 중소기업이, 31%는 농업전문 기업이 재배하고 있다. 농산물 수출은 지난 2016년 기준 21억 달러를 기록해 카자흐스탄 전체 수출의 6%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 품목은 밀과 쌀이며, 특히 밀은 농산물 수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도시가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인구는 전체 카자흐스탄 인구의 43%다. 지방에 거주하는 경제활동 인구의 18%가 농업, 어업, 임업 분야에 종사한다. 그러나 농업 분야의 낮은 임금과 처우 때문에 농업종사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김훈 회장은 “카자흐스탄이 지금까지 자원으로 먹고 살았다면 앞으로 살 길은 농업밖에 없다. 세계 9번째 면적을 가진 넓은 나라지만 농업기술도, 농업을 주도적으로 할 인력도 미약하다”며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한국 농업기술 배워오라고 장려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의 농식품 교역은 2004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량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자료출처=OECD,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원의 저주’ 극복 나서

세계에서 9번째로 넓고, 2번째로 1인당 경지면적이 많은 나라이지만 밀 등 몇몇 작물을 제외하면 곡물, 과일 등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나라다.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이 경계하는 것은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다. 풍부한 자원을 팔아 식량과 서비스, 공산품을 구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작 자국의 산업은 발전시키지 못하는 현상. 자원이 풍부할수록 경제성장이 더뎌지는 자원의 저주를 극복해야 한다.

2003~2005년 국가 농업 및 식품 프로그램은 카자흐스탄 농업정책의 전환점이다. 이는 자원산업 의존적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려는 경제다변화정책의 일환으로, 농업발전을 지원하는 정책이 적극 시행됐다.

그 결과 농업부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2.5%에서 2006년 6.5%로 증가했다.

카자흐스탄 농산물 품목별 수출 변화 추이 <자료출처=OECD,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장비 임대, 비료와 연료 구매 보조 등 농업생산을 장려하자 밀 생산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농업회사와 전업농가는 세금면제 혜택을 받았다. 2003년에는 새로운 토지법에 따라 49년간의 토지임차제도가 사라지고 완전한 농지사유화가 도입돼 농지재산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17~2021년 농업산업 발전 국가프로그램’을 수립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농업 분야 투자가에게는 법인세 면제, 토지세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기술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들다. 카자흐스탄은 선진농업기술을 배우기 위해 외국과의 연구를 강화하고,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김훈 회장은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농업기술은 대략 20년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량농업 측면에서는 땅이 넓은 카자흐스탄이 앞선다. 카자흐스탄의 대량농업기술에 한국의 집약적인 농업기술을 20~30% 접목시킨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 ‘고구마’를 알리다

한국과의 학술교류에 가장 적극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 위치한 식물생명공학연구소(Institute of Plant Biology and Biotechnology(IPBB), Kazakhstan, Almaty)는 1993년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기존 수목원에서 독립해 설립된 카자흐스탄 과학기술교육부(Ministry of Education and Science) 산하 국가 식물과학 및 식물생명공학연구기관이다. 소장인 카불 잠바킨 박사(Dr. Kabl Zhambakin)는 2006년부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카자흐스탄과학원 멤버다.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는 식물유전육종연구실(Laboratory of Genetics and Breeding)을 비롯해 식물분야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를 위한 7개 연구실에서126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과 고구마 기반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3년 4월 연구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식물생명공학연구실(Laboratory of Breeding and Biotechnology, 실장 샤메코바 말리카(Dr. Shamekova Malika))에서 고구마 협력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식물생명공학연구실(Laboratory of Breeding and Biotechnology)은 27명의 연구원이 5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6명이 고구마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카자흐스탄에 맞는 고구마 품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는 식물분야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하고 있으며 고구마 품종 개발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도 교류연구를 하고 있다.

올해 카자흐스탄 과학기술교육부로부터 고구마프로젝트가 선정돼 연구원 2명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고구마 생명공학 협력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자파 쿠니쉬(Zhapar Kuanysh)연구원과 다우로프 디아스(Daurov Dias) 연구원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구를 하고 있으며,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고구마 학술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는 전통적으로 많이 재배하는 밀과 보리 연구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이후 범위를 확대해 유채, 감자, 콩, 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조직배양, 유전자원 등의 게놈 프로젝트와 함께 고무나무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소속은 교육과학부이지만 농림부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23개의 새로운 품종을 개발했으며 특히, ‘나토 토양정화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억새의 토양정화 기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아울러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포플러 나무 연구도 하고 있다. 봄에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본래 카자흐 농업대학에서 20년간 연구했던 과제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가 이어받았다.

중국 역시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일정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접어들지 못했다.

곽상수 박사가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와 한국생명공학연구소가 맺은 연구교류 협정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MOU 체결

카자흐스탄 정부의 농업 육성 정책이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경제적인 여건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엑스포를 개최하느라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고 식물과학연구소, 국가생명과학연구소 등 국가 산하 연구소들을 통폐합 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각 연구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이 때문에 식물생명공학연구소가 주목한 작물이 바로 고구마다. 카불 잠바킨 소장은 “2013년 곽상수 박사를 만나 처음 고구마를 알게 됐다. 사실 이전까지는 고구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와 이슬람권에서는 고구마가 전혀 새로운 식물이다. 특히 유목민족들은 감자와 고기가 주식이다.

카불 잠바킨 소장은 “한국을 방문해서 처음 고구마를 알게 됐고, 이후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곽상수 박사와 이메일을 통해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면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그 결과 2013년 4월 아스타나 생명공학연구소 부원장 초대로 곽상수 박사가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면서 MOU를 체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카자흐스탄 교육과학부가 2015~2017년 3년간 총 3000만원을 지원해 고구마 연구가 진행됐고 조직배양을 거쳐 올해 처음으로 고구마를 직접 시험 재배했다.

카불 잠바킨 소장은 “고구마는 전분, 칩 등 가공식품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 지원을 받아야 관련 사업이 커질 수 있다. 상품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샤메코바 말리카(Dr. Shamekova Malika) 연구실장이 고구마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정부에서 받는 R&D 예산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시험재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기업과의 합작연구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원 2명을 한국으로 파견했다. 현재 이들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머물면서 카자흐스탄에 맞는 고구마 품종을 연구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에서 나가 있는 자파 쿠니쉬(Zhapar Kuanysh) 연구원은 잠바킨 소장의 아들이다. 그만큼 연구소가 고구마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샤메코바 말리카(Dr. Shamekova Malika) 연구실장은 “고구마와 관련된 연구는 5대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27명의 연구인력 중 6명이 참여하고 있고, 여기에는 현지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는 농부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는 올해 처음으로 1.5㏊의 면적에 고구마를 시범 재배하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올해 첫 시험재배, 판로 확보가 관건

카자흐스탄 현지 농장주 알렉산더(Александр)는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1.5㏊에 고구마를 심었다. 

그는 “1㏊당 20~25톤의 생산량이 예상되며 재배기간을 최대한 늘린다면 45톤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감자 역시 1㏊당 20~25톤 가량 생산되지만 가격은 고구마가 4~5배 비싸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고구마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고구마 시범재배 사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현지인 농부 아르스마네는 “고구마를 많이 심고 싶지만 어디에 판매해야 할지 걱정이 많아 일단은 시범적으로 조금씩 심고 있다”고 말했다.

7년 전부터 현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인 농부 아르스마네(가장 오른쪽)는 “아직은 판로 확보가 쉽지 않아 고구마 재배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은 약 130종류 이상의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이며 90%가 넘는 중앙아시아계와 러시아계 사람들에게 고구마는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작물이다.

카자흐스탄 한인농업기업협의회장 김훈 회장은 “중앙아시아 지역은 고구마를 전혀 모른다. 감자와 고구마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다. 한국은 1인당 연간 감자소비량이 9㎏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110㎏이다. 감자가 사실상 주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훈 회장은 “소수민족이지만 유럽계열 민족들과 고려인들은 고구마를 알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먹고 있다. 식생활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지만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불 잠바킨 연구소장(왼쪽부터), 다우로프 디아스(Daurov Dias)연구원, 현지 농장주 알렉산더(Александр), 김훈 카자흐스탄 한인농업기업협의회장이 고구마밭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한국은 형제의 나라’

어차피 지금은 카자흐스탄에 적합한 고구마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먼저다.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공학연구소는 시험재배를 통해 수확량, 품질, 병충해 등에 대한 검증을 거치면서 동시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차츰 고구마를 알려 나갈 계획이다.

김훈 회장은 “유럽인들과 고려인들을 중심으로 고구마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다가 감자는 1㎏에 40센트에 불과하지만 고구마는 1㎏에 2달러에 팔리고 있다. 농업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는 오염된 카스피해의 토양을 복구하고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고구마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상수 박사는 “카스피해 인근의 오염된 지역과 폐광산 인근의 토양을 회복할 수 있는 품종의 고구마를 개발해 재배한다면 환경과 에너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서 “카자흐스탄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고구마 전분으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유사시에는 식량으로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량이나 간식 용도의 고구마 재배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의 고구마 재배를 통해 토양오염 복구와 바이오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자는 제안이다. 이 계획이 실행되려면 국가와 국가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외국 자본이 들어와서 현지에서 농사를 짓고 수확물을 자국으로 반출하는 것은 어느 나라도 반기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신제국주의’라며 토지를 수탈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가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7년 마다가스카르에 200만㏊ 규모의 농지를 확보하려 시도했지만 신제국주의, 토지수탈국 등의 비난에 직면해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우리나라의 해외농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카자흐스탄인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표현할 만큼 가깝게 느낀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진출한다면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김경태 기자>

다행히 카자흐스탄은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유목 중심의 생활을 하는 카자흐스탄에 농업을 전파한 것이 바로 고려인들이어서 ‘한국인은 매우 부지런하다’는 인식이 심어졌다고 한다.

김훈 회장은 “부지런한 고려인들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아졌다. 게다가 K-POP과 드라마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져서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긴다”라며 “카자흐스탄이라는 국가 자체가 다민족 국가여서 외부인들에게 배타적이지 않다. 반면 과거 주변 국가들을 무수히 괴롭혔던 중국을 두려운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식량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놓고 국가 간에 협력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김훈 회장은 “해외에 식량기지를 만들어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한국 입장에서 원하는 것은 식량위기가 닥쳤을 때 필요한 식량을 수급하는 것인데, 카자흐스탄이 쉽게 허용하겠는가?”라며 “일정 구역을 특구로 지정해서 한국이 대규모로 지원하고 식량 수급에 비상상황이 닥쳤을 때는 국내로 반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정부 사이 협정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곽상수 박사 역시 “카자흐스탄 남부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면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하는 ㏊당 41톤의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고 적정재배를 통해 최대 3배까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면서 “북위 51도 인근의 건조지역, 고염분지역, 폐광산지역 등에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도록 국가 간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 알마티는 계획도시답게 시내 어디를 가도 숲과 나무가 울창하다. <사진=김경태 기자>

해외농업 진출 가능성 높아

일조량이 많아 농사를 짓기에 매우 적당한 나라. 세계에서 9번째로 넓고 1인당 경작가능면적이 세계 2번째이지만 농지의 90%가 방치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카자흐스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좁은 국토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집약적인 농업을 추진했고 그 결과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장점이 결합한다면 매우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구마를 포함한 해외농업이 확대되면 국내 식량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카자흐스탄은 중국에서 과일 등을 대량으로 수입하기 때문에 철도로 연결돼 있다. 물류비용이 적기 때문에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된다면 철도를 통한 한국과의 무역교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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