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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25주년 기획특집]
환경 살리고 사람 살리는 ‘고구마’를 캐다
① 2050년 90억 인구 무엇을 먹어야 하나
식량부족 3대 원인 ‘기후변화, 육류소비 증가, 바이오연료 사용’
한국은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 쌀 제외한 농업생산기반 취약
  • 김익수·김경태 기자
  • 승인 2018.07.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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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사료용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4%를 밑돈다. 곡물자급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가운데 32위로 최하위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라면이든, 빵이든 사먹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 국내 식량이 부족하면? 지금까지처럼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세계적인 기후재앙으로 대기근이 닥쳐 자국의 국민이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필리핀은 한때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었고 농업기술도 뛰어나 우리나라의 통일벼 개발에도 도움을 줬다. 그러나 외국에서 쌀을 수입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라는 정부정책이 유지되면서 1996년부터는 세계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부분의 쌀을 수입하는 베트남이 냉해피해로 쌀 수출을 금지시키자 수백만명이 배를 곯는 사태가 발생했다. <편집자 주>

한때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었던 필리핀은 농업을 등한시한 결과,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락했고 2007~2008년 쌀이 크게 부족해서 국가비상이 날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우리 땅에서 자란 곡물로는 국민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에 식량 의존도가 높은 편에 속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곡물자급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유엔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2.5%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최근 3년간 곡물자급률은 23.8%에 불과하다.호주는 275.7%를 기록했고 캐나다 195.5%, 미국 125.2%, 중국 97.5%, 일본 27.5% 등 우리나라보다 높은 곡물자급률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주요 곡물 가운데 ‘쌀’만 101%로 자급이 가능할 뿐 ▷밀(1.2%) ▷옥수수(4.1%) ▷보리쌀(23%) ▷콩(32.1%) 등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이에 따라 세계에서 5번째로 곡물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다른 제품과 달리 곡물은 수요가 비탄력적이다. 다시 말해 가격이 올라도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을 즉각 늘릴 수 없다는 의미다. 특정 작물의 가격이 폭등해도 다음 해에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2015년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 자료제공=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이점호 작물육종과장은 “식량을 살 수 없어서(구입할 수 없어서, Impossible to purchase), 살 수 없는(생존이 불가능한, Impossible to live) 시대”라고 표현했다.

또한 곡물은 우리의 주식이며 다양한 식품의 원료가 되고 가축의 사료가 되기 때문에 곡물 수입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오르면 과자, 빵, 라면, 자장면 등 식료품의 가격이 줄줄이 따라서 오르게 된다.

이처럼 곡물 가격의 상승이 식료품비를 포함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고 한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을 뜻하는 영어와 물가가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것으로 식량위기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다. 애그플레이션으로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더욱 심해지면 폭동이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곡물 가격 급등은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 경제에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생활 물가를 급격히 올려 국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2008년 식량위기는시 방글라데시, 멕시코, 이집트 등 30개국에서 폭동을 촉발했다.

곡물가격 상승은 가난한 나라일수록 치명적이다.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원료로 하는 주요 식료품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자료제공=교육부>

2150년 인구 증가로 식량 2배 필요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는 크게 3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 생산량의 감소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한해 평균 2500만톤의 곡물을 생산하다가 5년여 동안 계속되는 가뭄으로 1000만톤 정도로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곡물 가격이 폭등했다.

둘째는 곡물 수요의 증가다.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 경제가 발전하면서 경작지가 감소되고 곡물과 육류의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육류의 소비가 늘어나면 사료용 옥수수 등의 곡물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곡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셋째 바이오연료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이 높아지자 에너지업계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친환경 에너지로 바이오 에너지에 주목했다. 바이오 에너지란 콩, 고구마와 같은 작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옥수수 생산량의 약 20%가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는 데 사용이 될 정도다. 바이오 연료는 콩, 옥수수 등을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바이오 연료의 소비 증가는 국제 곡물 가격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세계 인구가 배불리 먹으려면 21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 경작지에서 2008년에 비해 2배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개발을 위한 농업과학기술에 대한 국제평가 IAASTD’는 식량문제를 대비할 새로운 세계식량정책을 촉구했다.

이 시기 기아에 시달리던 인구는 지구촌 전 인구 중 8억명에서 10억명으로 증가했다. 또 다시 식량위기가 찾아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기아와 영양실조로 내몰릴 것이다.

세계 식량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바이오연료다. 석유가격이 올라가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옥수수, 콩 등을 바이오연료로 전환했고, 정작 사람이 먹을 식량은 부족한 사태가 닥친 것이다.

자급자족 중국, 식량수입 대국으로

40년 전에는 몇개 나라들만이 식량 순수출국이었고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 유럽, 아시아 대륙의 대부분,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남미대륙이 모두 식량 순수입국이었다. 중국은 한때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했고, 인도는 칼로리 순수입대국이었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 브라질이 농업의 최강자로서 등장했고 유럽은 전 지구적 농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바뀌면서 식량을 자급자족하게 된 반면 중국은 식량 수입대국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식량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아프리카의 식량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인구가 인도와 중국의 인구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에는 이들 3개 지역을 합친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중국은 산업화와 함께 식량수입대국으로 바뀌었다. <중국 바오터우, 사진=김경태 기자>

중국의 경우에는 인구의 증가세가 꺾이고 있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고칼로리 식품 소비가 증가하면서 식량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이 같은 사태를 손 놓고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2008년 곡물자급률이 98%에 달하는 상태에서 식량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국가식량안보중장기계획요강을 만들어 2020년 95% 이상의 식량자급률을 유지하자는 목표를 수립했다.

2015년에는 네덜란드 Nidera사를 매입했고 2016년에는 아시아 최대 곡물유통회사 Noble농업을 매입해 곡물유통회사로 부상했으며, 2016년에는 신젠타를 52조원에 매입해 농생명산업에 진입했다.

우리와 식량수급 사정이 비슷한 일본 역시 해외농업을 포함한 곡물자주율(국내+해외)이 100%를 넘길 만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브라질 농업이민 등 해외농업 개발을 국가적 시책으로 꾸준히 육성한 결과 2007년 기준 해외에서 직간접적으로 생산하는 농작물 경지면적이 일본 내 경지면적의 3배에 달하는 1200만㏊에 달한다.

옥수수나 콩처럼 수요량이 많은 작물은 직접 재배하기보다 현지 농가와 계약재배 형식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식량정책에 ‘유사시’ 개념을 도입해 기후변화나 극심한 가뭄, 곡물시장 붕괴 등의 비상상황에서 벼 대신 고구마를 식량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와 식량수급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해외농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곡물자주율이 100%를 넘겼다.

줄줄이 실패한 해외농업 진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해외농업 성적은 초라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2008년 세계 식량위기 이후 2009년 해외농업개발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10년에는 해외농업개발협력법을 제정하는 등 해외농업개발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1년까지 국내 곡물 소비량의 10%인 195만톤 확보를 목표로 삼았지만 42만톤만 확보했다. 그나마도 까다로운 식량반출 규정 때문에 2만7735톤만 국내에 들여올 수 있었다. 아울러 해외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 정착한 기업 비율도 22%에 그쳤다.

글로벌농식품경영전략원 김용택 대표는 미흡한 정책 지원과 사전준비 부족, 국가 리스크가 높은 지역 중심의 진출, 단독투자 선호로 위험 분산보다는 위험선호 방식의 선택 등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우리나라는 2007년 마다가스카르에 200만㏊ 규모의 농지를 확보하려 시도했지만 ‘신제국주의’, ‘토지수탈국’ 등의 비난에 직면한 사례가 있다. 잘못된 방식의 해외진출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아직도 우리나라 해외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해외농업개발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곡물가격의 상승은 국내 수입가격에 반영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곡물을 사용하는 식품가격과 외식비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는 글로벌 식량위기의 대안으로 ‘고구마’를 제시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식량위기 대안 ‘고구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는 “땅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생산성 극대화와 함께 해외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글로벌 식량위기의 대안으로 ‘고구마’를 제시했다.

세계 7대 식량작물인 고구마는 열대·아열대·온대 지역에서 모두 재배가 가능하며 식용, 사료용, 산업소재(전분, 주정, 항상화물질) 생산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건조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며 토양유실이 적고 태풍 등 재해에도 강하다. 아울러 재배 시 농약과 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식물이며,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작물이다.

미국 농무성도 척박한 땅에서 최고의 에너지작물(옥수수의 2.3배 탄수화물 생산)로 꼽았으며, 우리나라 역시 고구마 재배로 인한 농가소득이 쌀의 4배에 이른다.

곽 박사는 미래 고구마 재배 대상 지역으로 중국, 카자흐스탄, 터키, 중동, 알제리 등을 지목했다. 특히 지하자원에 의존하느라 농업기반이 열악한 국가일수록 유리하다. 고구마는 무상일수(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가 120일 이상이면 고위도일수록 높은 생산력을 갖기 때문에 열악한 기후조건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특히 중앙아시아는 구 소련과 EU의 영향으로 고구마 재배경험이 없다. 유목 기반의 감자와 밀 중심의 탄수화물 섭취로 평균수명이 낮은 편에 속하는 이들 국가들에 당뇨와 비만 등 성인병예방에 고구마가 제격이다.

아울러 고구마 재배가 성공하게 되면 전분공장 설립으로 전분/당, 당면 등 가공제품 생산 기반이 가능해지고 전분과 당을 유용소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내몽고 쿠부치사막에서 고구마를 시범적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서도 고구마의 시범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1㏊당 41톤이 생산돼 한국에 비해 2배나 높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익수·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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