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스트리밍 차트 구조, 실물앨범 구입 유도용 마케팅 등 악순환 반복
CD 이용 음반 감상 고작 7%··· 작년 약 6000만장 팔리고 ‘80%’ 버려져

국내 기형적 음반 구조와 과소비 유도로 인해 K-Pop의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기형적 음반 구조와 과소비 유도로 인해 K-Pop의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K-Pop(케이팝)의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전 세계 K-Pop 팬들과 MZ 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음악계 시장에도 친환경적 변화에 대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실은 K-Pop과 친환경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된 시대에 실물 음반을 팔기 위해, CD만 파는 것이 아닌, 포토북, 포토카드, 포스터, 엽서 등을 음반에 담는 구성으로 판촉하는 행태는 여전하다.

음악감상은 스트리밍으로 하는데, 실물음반 판매량 상승?

우리나라 피지컬 음반 판매량은 2011년 이후 연평균 31.3%로 매년 성장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케이팝 아이돌’이 82%를 차지하고 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21년 연간 판매 상위 400위에 든 앨범을 기준으로 한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총 5708만장이다.

국내 음악이용자들 또한 음원스트리밍,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다운로드 서비스, TV 음악프로그램, 라디오 선곡음악, 음악공연, 기타 디지털 음원 등의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피지컬 음반형태로 음악감상을 하는 비중은 고작 ‘7.1%’에 불과함에도, 우리나라만 유독 전 세계 실물 앨범 판매량 변화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대표적 얼굴인 K-Pop 플라스틱, PVC, 포장재, 양면 코팅 종이, 염색종이 등으로 재활용이 불가한 폐기물이 발생하며, 일명 ‘앨범 쓰레기 대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K-Pop!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역할과 개선 과제’ 세미나  /사진=김인성 기자
‘K-Pop!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역할과 개선 과제’ 세미나  /사진=김인성 기자

27일 국회기후변화포럼, 케이팝포플래닛,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해 국회에 열린 ‘K-Pop!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역할과 개선 과제’ 세미나에서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 K-Pop CD는 80%가 매장에서 버려지고 있다“며 ”K-Pop이 글로벌 팬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는 만큼,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걸맞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Pop CD 매해 몇 천만장 소각되고 매립돼

즉, 매해 몇 천만장의 앨범 쓰레기 태워지고 매립되며 여기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라는 의미다.

음반의 과도한 대량구매를 부추기는 마케팅은 엔터테인먼트사들의 보편적인 전략이다. 당첨자를 추첨해 팬 사인회 기회 제공하고, 여러 버전으로 변형된 음반과 여러 종류의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제공하는 등의 실물앨범 구입을 유도한다.

이러한 원인으로 실물 음반 판매량을 바탕으로 단순히 집계 방식과 실물 음반 토대로 한 음반 차트 성적 등의 ‘기형적 음악 생태계 구조’를 꼽을 수 있다.

음원‧음방‧초동 모두 앨범판매량으로 성적 집계

우리나라 차트는 특이하게 ‘초동음반’ 차트가 별도로 존재한다. 음반 발매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의미하는 초동기록을 차트로 매기는 것이다. 한터차트의 경우, 초동 기록이 좋으면 인증패까지 시상하며 해당 아이돌을 ‘명예의 전당’에까지 올린다.

아울러 음악중심, 뮤직뱅크, 인기가요 등 각 방송사마다 차트 집계 방식이 다르며, 음반점수의 경우 5~50%로 반영비율이 책정되기에, 팬으로서는 응원하는 아이돌에게 좋은 기록을 만들어주고자 음반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음원 차트에는 음원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차트가 없기에 좋은 음악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를 측정해야 하는 음원 차트가 아이돌 팬덤의 ‘재력’을 보여주는 차트로 변색되고 있다.

최근 한터차트에서는 운영 방식을 개편해 앨범 가격이 높으면 음반 지수를 높게 주는 차트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차트사가 음악 그 자체에 높은 가치를 매기겠다는 뜻이 아니라 돈을 더 잘 버는 아티스트에 높은 가치를 두겠다는 뜻이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블랭핑크의 긍정적인 예를 들며,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두는 K-Pop의 선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블랭핑크의 긍정적인 예를 들며,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두는 K-Pop의 선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작년 영국에서 열린 COP26 홍보대사로서 전 세계 팬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선례를 들며, “기후행동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K팝 팬덤도 건강한 지구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K-Pop의 선한 영향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크게 기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내외 음악계, MZ세대 요구에 친환경 돌입

전 세계적으로 음악계 전반이 기후행동에 돌입했다. 2019년 7월에는 ‘Music declares emergency’라는 음악인들이 만든 환경그룹이 출범했으며, 2021년 3월엔 기후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글로벌 K-Pop 팬들이 조직한 ‘KPOP4Planet’이라는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또 작년에는 ‘Music Climate Pact’라는 음악산업의 기후행동 촉구 이니셔티브가 출범했다. 음원‧음반 유통사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사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기후변화포럼 청년위원회 강예리 위원장은 “작년 써클차트 400위권 음원에 해당하는 유통사 비율 18.7%를 차지하는 Sony Music, Warner Music Group, Universal Music Group은 ‘Mucis Climate Pact’에 가입했으며, Spotify는 Equity and Impact Report라는 이름으로 기후행동을 위해 ‘Green Streaming’ 서비스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약속하고 UN Race To Zero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도 올해부터 K-Pop 산업의 기후위기 대응에 본격적인 모양새다.

K-Pop 팬들의 기후위기 인식 설문조사표 /자료제공=강예리 국회기후변화포럼 청년위원회 위원장
K-Pop 팬들의 기후위기 인식 설문조사표 /자료제공=강예리 국회기후변화포럼 청년위원회 위원장

기업들이 지속가능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 운영의 정책을 채택하고 그 실행을 국제 기구에 보고 하도록 장려하는 유엔의 국제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 유연철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올해 7월에 SM엔터테인먼트가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유 총장은 SM엔터 관계자에게 가입 연유에 대해 “글로벌 팬덤의 요청이 있어서 가입을 했다”는 대답을 받았다며, “미래 세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이러한 요구가 기업경영에 반영되는 시대가 왔다”며 “미래세대의 역할이 강조되고 기후대응의 이행이 더욱더 가속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환경일보와 KPOP4Planet이 K-Pop 팬들의 기후위기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K팝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면, 그들의 상품을 구입하시나요’라는 답면에 82.70%가 구입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K팝 시장에서 기후위기를 고려한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에 69.80%가 동의한다고 응했다.

기후위기를 고려한 K-Pop 문화 조성을 위해 변화해야 할 대상 1위로는 엔터테인먼트사, 그다음으로는 팬, 아티스트순으로 집계됐다.

엔터사 앨범 유도 마케팅, 소비자보호법에 위촉

이러한 실정이지만 주요 연예 기획사의 매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음반‧음원 사업 개선이 하루 빨리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책으로 건강한 음악생태계와 지구를 위해 엔터사와 차트사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음반 쓰레기를 감축하는 방안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최예지 활동가는 “단순히 실물앨범을 ‘친환경적’으로 제작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친환경 쓰레기도 결국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각 엔터서와 차트사의 소비 조장 마케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최예지 활동가는 “단순히 실물앨범을 ‘친환경적’으로 제작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음악계 전 분야에 걸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환경운동연합 최예지 활동가는 “단순히 실물앨범을 ‘친환경적’으로 제작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음악계 전 분야에 걸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최 활동가는 “앨범 랜덤 특전 시스템은 소비자가 내용물을 전혀 모르고 사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보호법 제3조 ‘물품 및 용역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에 어긋난다고 보여지며, 과도한 사행성 조장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하도록 규정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 등을 통해 과도한 구매 유도 시스템을 제재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최 활동가는 “이벤트 추첨권 같은 경우에는 음반을 1장을 사든, 100장을 사든 모두에게 똑같은 확률의 기회를 주는 방식의 무작위 추첨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음반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구축하도록 변화를 준다면, 팬들이 좀 더 공정하고 만족스러운 구매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리밍 1시간 탄소배출량=40개 플라스틱 사용량

국내 스트리밍의 탄소배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는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음원을 반복재생하는 ‘스밍’이라는 문화가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환경이 오염되고 있음을 명시했다.

스트리밍 업체는 음원 등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를 사용 중이며, 국내 데이터 센터의 전력은 대부분 화석 연료로부터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탄소가 배출된다.

영국 카본 트러스트와 환경부에 따르면, 1시간의 매체 스트리밍은 55g 이산화탄소 배출하고 그 양은 40개의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 것과 같다. 또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기반시설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에 달하며, 이는 세계 항공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활동가는 “국내 스트리밍 시장의 1위인 멜론(카카오)늠 2040년까지 자사 차량 연료 사용과 회사 시설 전력 사용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만 가지고 있다”며 “정작 중요한 임차 데이터센터(스코프 3)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다 친환경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환 시급성을 전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세계시장은 어느새 한국 대중 음악 시장의 기본이 돼 버렸다“며 ”K-Pop을 대표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선한 영향력’은 K-Pop 태동 당시부터 아이돌과 팬덤의 의무 아닌 의무처럼 받아들여져 온 개념이다. 잠깐의 이슈가 아닌 업계와 지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 지속해 나아갈 수 있는 꾸준한 관심과 단계별 변화가 필수로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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