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모임 ‘대운하 반대’ 공개토론회 열려

[#사진1]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 학계의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은 31일 서울대 법대 100주년기념관에서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대운하 건설 계획의 반대 이유를 생태학적, 경제학적, 문화적 관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금까지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 중심으로 진행된 데 비해 학계가 대운하 사업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내비춰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발제자로 나선 이 모임의 공동대표인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강이라는 것은 원래의 형태를 유지해야만 홍수의 파괴력을 줄일 수 있고 자연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며 강을 직선화하고 수심을 일정하게 만드는 대운하는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 플로리다주 대운하의 예를 들며 “물에 비린내가 나고 토양이 유실됐으며 물새의 90~95%가 사라지는 등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플로리다 대운하 사업의 가장 대표적인 강인 키시미강은 아직도 하천복원공사가 진행중”이라며 “키시미강을 운하로 만드는 데 3000억 달러의 돈이 들었지만 복원공사에는 3조 달러를 들여도 완전히 복원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발표한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산업파급 효과와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긍정적인 효과들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나 검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 교수는 “대운하 찬성론자들이 사업비용은 축소하고 편익은 부풀린 대표적 사례”라며 “경제학의 ABC도 모르는 이들이 엄청난 사업을 기획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또 대운하 사업의 물동량 발생, 산업파급, 고용유발, 환경개선 효과 등에 대해서도 국토가 바다를 통해 물동량을 운송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점, 운하는 도로에 비해 운송시간이 10배 이상 걸리는 점, 대운하 사업이 일시적 사업인 점, 운하 건설시 심각한 수질오염이 발생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도 강연을 통해 “운하는 지금 우리나라 구조에 그대로 적용할 게 못된다”며 “인수위내 운하를 추진하는 전문가들은 학자로서의 자존심을 잃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대운하와 관련해 토목, 환경, 경제분야 관련 연구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홍수위험이나 수질오염과 같은 엄연한 사실도 왜곡된 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권은 더 이상 기술자들의 조언을 폄하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한 검증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운하 건설이 정확한 공학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강 자체가 문화유산의 보고인데, 강을 파헤치면서 세계적인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청계천은 전체 구간이 5.8㎞ 밖에 안되지만 대운하는 540㎞가 넘는 길이로 이보다 100만배 어려운 사업일 뿐 아니라 운하 예정지 주변에 있는 240여 곳의 지정문화재, 매장 문화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토론회는 김정욱 교수, 김상종 생명과학부, 송영배 철학과, 이준구 경제학부, 조흥식 사회학과 교수 등이 추진한 행사로 서울대 교수 8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을 정식 발족하고 대운하 건설에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펴나가기로 했다.

서울대 교수모임의 대변인 격인 정용욱 국사학과 교수는 “겨울 휴강 때라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지 못했다”며 “늦어도 3월까지 현재 80명 규모인 발기인 수를 300명으로 늘려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200석 규모인 기념관 대회의실에 교수와 학생 등 300여 명이 몰려 대운하 사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발기인 명단
◇공동대표

▷김상종 자연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정욱 환경대학원 교수 ▷송영배 인문대 철학과 교수 ▷이준구 사회대 경제학부 교수
◇발기인 명단(총 80명)
강명구, 계승혁, 고철환, 구인회, 권순만, 권태억, 김도균, 김명환, 김민수, 김상종, 김성희, 김세균, 김원, 김인걸, 김정욱, 김정희, 김종일, 김진수, 김춘수, 김형숙, 노상호, 노유선, 문중양, 박찬욱, 박현섭, 박흥식, 박희병, 변창구, 변현태, 배은경, 배철현, 백도명, 백정화, 백창재, 송영배, 신하순, 안삼환, 오명석, 우희종, 유용태, 윤순진, 윤여창, 윤제용, 이기영, 이돈구, 이상찬, 이선복, 이성중, 이애주, 이용환, 이은주, 이일하, 이준구, 이준호, 이현숙, 이해완, 임종태, 임현진, 임홍배, 장경섭, 장진성, 정근식, 정긍식, 정영목, 정용욱, 정원규, 조국, 조영남, 조은수, 조흥식, 차동하, 최갑수, 최경호, 최권행, 최무영, 최세영, 최영찬, 한정숙, 홍성욱, 황상익(가나다 순)

<최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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