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시민의식이 진정한 취지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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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태관광 활성화방안 토론 장면 |
전세계적으로 환경 정책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는 가운데 특히 ‘습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세계 습지의 날’을 기념해 포스트 람사르 습지관리 대책 및 생태관광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관계전문가의 대토론회가 열리는 등 관심을 모았다. 특히 ‘생태관광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던 내용을 집중 조명해 봤다.
먼저 ‘생태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시작한 강신겸 교수(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는 생태관광을 소재로 한 탐방프로그램 등의 상품을 개발해 해당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개발과 지역 내 농림수산업, 제조업 등 1·2차 산업과 3차 산업을 연계해 고부가가치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생태관광 캠페인, 마케팅 지원을 위해 공공 및 민간 조직의 정비가 따라야 하며 법률 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생태 보존을 위해 보존 그 자체로만 제한하는게 아닌 관광사업을 접목시키며 보존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고취시킨다는 뜻이다.
강 교수의 발표 후, 지정토론자로 나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효정 책임연구원은 생태와 관광, 지역경제라는 조합은 모순된 개념으로 혼돈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지구생물체의 모든 것이 관광이고 돈이 된다는 억지스러움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그게 앞서 ‘생태의 보존’이라는 명제가 전제된 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종(種)이나 특이한 동식물 및 해양생태에 대해 뜻하지 않는 생태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나아가 ‘소멸’이라는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소멸된 생태 환경을 복원하거나 재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훼손된 것을 복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효정 연구원은 생태자원을 지속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연 유산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충분히 뒤따라야 하고, 이때 가장 합리적인 ‘방법과 수단’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태 변화를 올바르게 예측하고, 인간의 욕심과 자연의 변화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생태관광은 준비하는 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다른 지정토론자였던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는 한국의 생태 관광 자원과 현실에 대한 사례를 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다양한 겨울철새 월동지인 ‘철원’은 계속되는 개발로 인해 철새의 보금자리 훼손으로 철새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으며, ‘파주·고양·김포’는 동아시아 지역 철새의 주요 이동경로이고 월동지인데 자유로, 신도시, 남북경협지원시설 등으로 인해 훼손됐다고 밝혔다.
한반도 최고의 흑두루미 월동지이고 생태관광지로 주목받으며 SBS 물 환경 대상을 수상했던 ‘순천’은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로 인해 다시 훼손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습지보전 람사르 총회를 통해 국제적인 자연생태 명소로 인식됐던 ‘창원 주남저수지’는 새 쫓는 탐조 시설, 농경지 콘크리트 농수로공사, 동력선 고기잡이, 농경지 매립 산업단지 개발로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그 밖에 한국 최대 철새 도래지인 ‘부산(낙동강 하구)’의 계속되는 개발 사업, 천수만 간척 후 철새 주요 도래지였던 ‘서산’의 도시 개발 등 수많은 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과 생태는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 기자는 외국의 생태 관광 우수 사례를 소개하며 비교했다. 일본 큐슈 가고시마현 이즈미(出水)는 세계 최대 흑두루미·재두루미 월동 도래지(1만2000마리)다. 지역 관광자원을 망라해 연중 활용(봄-벚꽃, 꽃창포, 은어, 여름-불꽃놀이, 가을- 고원 풍광, 겨울-두루미, 온천)하고 있다. ‘두루미에게 선택받은 고장’이라는 자부심, 자연과 환경 보전, 친환경 농산물, 두루미 보호라는 이미지를 늘 유지하며 인구 4만8000의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두루미 관련 관광객은 년간 40~50만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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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포늪 <사진제공=환경부> |
생태 관광이란 미명하에 해당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이곳저곳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등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박수택 기자는 시민의식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데 어떻게 올바른 생태 관광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겠느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가령 싼 비용에 낮은 서비스도 문제지만, 고비용으로 너무 호화스런 서비스도 문제라며 금전 가치 지향의 레저를 비판했다. 강원도 산속에 리조트, 호텔을 짓고는 그 속에서 또 다른 도시생활을 연장하는데 그건 자연이 아니라 인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시민들의 의식 변화도 중요하고 지역의 숨은 생태 관광자원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끊임없는 ‘조사→발굴→정비→지역민 동참 사업화→홍보→(피드백)개선→유지·발전을 위한 노력’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된 관광지와 자전거 길 조성, DMZ 횡단 자전거 길 계획이 자연을 변형·훼손하는 토목 개발로 변질되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도시 개발을 빌미로 멀쩡한 습지를 없애고 다른 습지 개발을 하는 정부의 황당한 정책 사례를 비꼬기도 했다.
<한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