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경제활성화 기여 VS 시대 동떨어진 과거 정책 반복

지난 3월30일, 토목기술인의 역량을 모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서로 간의 결속과 화합을 다하는 ‘2009 토목의 날’ 행사가 개최됐다. 기념식과 함께 진행된 미래정책토론회는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해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편집자주>

최근 토목분야의 중요 이슈로 떠오르는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토론을 통해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의 방향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진행됐다.



▲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토론자들의 모습


이길성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안시권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기획단 총괄팀장의 주제 발표에 대해 권오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 김승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프론티어사업단장,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 부장,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의 발표와 토론의 순서로 진행돼 4대강 살리기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평이다.

물부족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
안시권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기획단 총괄팀장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으로 주제발표를 시작했다. 안시권 총괄팀장은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1245mm로 세계평균인 880mm보다 많은 편이며, 강수량의 70%인 2/3가 여름철에 집중된다. 이는 하천 유량의 계절적 변동이 커 가뭄 및 홍수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우리나라 수자원 특성과 강 현황에 대해 발표 후 “4대강 프로젝트는 물부족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플랜, 즉 종합계획은 구체적인 자료와 논의를 통해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 안시권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기획단 총괄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있다


사업의 종합적인 접근 및 자원 모니터링 시행해야
안시권 팀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권오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 수자원 관리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재해예방과 수자원 확보, 하천 생태환경 개선 및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필요하며, 핵심 과제 간에 상호 연계성을 강화시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향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했으며, 더불어 종합적인 접근을 통한 아이템의 다양화, 자원 모니터링을 통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진행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4대강 물관리, 통합수자원관리(IWRM) 방식 도입 필요
김승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프론티어사업단장은 “우리는 물관리 위기에 서 있다. 지난 20년 동안 홍수와 가뭄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그간의 위기를 운 좋게 극복해왔다. 하지만 현재 물 부족은 더욱 심각해진 상황으로 물관리 능력의 보강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고려하여 유역간 용수공급망을 연결하는 것과 같은 융통성, 유연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지역별 문제를 인식, 해결하기 위한 지역특성의 고려, 용수공급/통신/전력/교통과 같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복층의 안전판 확보 전략 차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물관리 능력의 보강은 통합수자원관리(Intergrated Water Prsources Management, IWRM)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IWRM은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물관리 철학으로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물이용의 공평성과 효율성을 궁극적 목표로 하며, 이는 ① 문제 인식과 확인 ② 개념화 ③ 조정과 계획의 구체화 ④ 합의도출 ⑤ 실행, 모니터링과 평가의 5단계로 이루어져야 하며 정책/국가전략, 입법틀, 재정 등도 원칙을 지키고 충분한 시간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라고 4대강 정비사업의 진행과정에 대해 지적했다.

많은 쟁점 존재, 사업내용 실체 미지수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2012년까지 14조의 예산으로 완료한다는 계획은 큰 규모의 국책사업이라고 하기엔 사업 내용이 스케치 수준이며 아직까지 그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실패할 경우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한 뒤, “하구둑의 수질개선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 제방보강이 오히려 하류지역 홍수를 증가하지는 않는지, 설치될 자전거길은 활용도가 떨어지지는 않는 지 등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오해의 여지가 있는 쟁점들이 많이 존재해 있다. 이런 부분들이 해결되야만 바람직한 하천정비가 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4대강 정비사업엔 시대정신이 없다
염형철 서울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정책의 주체는 관료가 아닌 시민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바라볼 때 현재 이런 국가적 프로젝트보다는 다양하고 지역특성을 살릴 수 있는 지역별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정비사업의 내용인 습지조성과 친수공간을 만들겠다는 것도 결코 생태적이지 않다. 무조건적이고 인공적인 습지조성의 의미가 아닌 자연적이고 적절한 곳의 습지 생성이 중요한 것이다. 이번 4대강 정비사업 발표는 과거의 536km의 제방 건설, 댐 건설 및 증축, 하천준설 등 과거의 정책을 반복하는 수준이다”라고 반박한 뒤 토목의 날을 맞아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토목인들의 진지한 검토와 비판,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왔던 토목인들의 진취적인 기상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달라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강’ 복원 필요, 하지만 ‘제대로’ 살려야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장은 “그저 놔둔다고 모두 친환경, 자연적인 것은 아니다. 4대강 뿐만 아니라 ‘강’에 대한 복원은 시대적으로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4대강을 살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살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대로’ 살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의견수렴 부족, 문제 제기에도 ‘소통’ 필요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바람직한 미래하천의 이상은 말 그대로 바람직하다. 강은 우리에게 깨끗한 물을 주는 수원인 동시에 생태계의 보고이며, 휴식·레저공간인 동시에 역사와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강 재정비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피력한 뒤 “다만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좋은 효과부분만을 모아서 강조할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공감과 수렴의 과정을 통한다면 추진력은 강화될 것이고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음에도 아직 의견 수렴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때 다양한 의견을 반영과 충분한 검토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4대강 정비사업의 주요 내용으로는 ▷노후된 제방을 보강하고 토사가 퇴적된 구간을 정비함은 물론 하천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 ▷홍수저류 공간 확보 및 물공급 확대를 위해 중소규모 댐·홍수조절지, 하천변 저류지 및 저수지 재개발 사업 ▷하천 상·하류를 연결하는 자전거길 설치 및 수면활용과 가뭄대비 비상용수 공급을 위한 친환경보 설치 등이다. 사업 내용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녹색성장’의 본질에 대한 정의부터 정책사안 하나까지 의견이 팽배하게 대립하고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만큼 충분한 논의와 합의도출 과정을 거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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