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수장 위에 자재적치장 만들어
서울 동작구에 위치했던 노량진 정수장은 최근 급수수요량 증가 둔화와 노
량진 배수지의 준공 등으로 인해 작년 6월 22일 가동이 중단되었고, 같은
해 10월 31일 폐쇄되었다. 한편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내년 7월 완공
을 목표로 현재 일부 노량진 정수장 부지에 수도 자재 적치장 공사를 진행
하고 있다. 이 공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정수장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
고 그대로 매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 방법과 추후 관리, 환경 오염 등
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폐수, 폐기물, 약품 등 처리여부 안밝혀
우선 기존 정수장 콘크리트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다른 곳에서 반입
한 토사로 매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상수도 사업본부 측
은 "특별한 구조물이 아니고 단순히 자재적치장의 용도로만 쓰이기 때문
에 공사방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재적치장 완
공 후 추후 용도변경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사용했던 시
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더구나 만약 자재적치장이 아닌 다른 용도로 변경시에는 지금 파묻은 노량
진 정수장 콘크리트 시설물을 다시 파서 철거해야 하는 이중고가 예상된
다. 뿐만 아니라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도 분명하다. 당장 앞으로 쓰일 자
재적치장의 용도에 문제가 없다고 해서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
로 덮는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행동이다. 또한 A
대학 K교수에 따르면 "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이 정석"이라면서 또한, "현
재 뚫어 놓은 배수구멍이 강우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다"고 하여 공사 방법상의 문제점을 재차 지적했다.
한편 상수도 사업본부 측은 기존 구조물을 놔둔 채 인근 상도배수지 건설
공사 현장과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토를 김포매립지나 사토장으
로 보내는 대신 노량진 정수장으로 옮겨 매립했고, 그 이유는 약 30여억원
의 예산 절감 효과 때문이 아니냐는 주변의 의혹에 대해 굳이 변명하지 않
았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추후 용도변경시 현재 절감된 예산보
다 복구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구조물 용도변경 따라 법 적용되어야
이와 관련해 환경부 산업폐기물과 담당자는 "기존 구조물에 손을 대지 않으
면 그 시설물이 사용중이지 않더라도 건설폐기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
여 법제도상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즉 현행법 상 거대한 콘크리트 구
조물이 사용중이 아닐 경우, 시설물 용도변경이 일어나더라도 구조물 변경
을 통해 구조물이 파쇄되거나 떨어지지 않는 한 그것은 폐기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번 경우처럼 기존 시설물위에 매립을 해도 법적으로
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식의 합법적인(?) 공사가 계
속 이뤄진다면, 구조적 안전성이나 환경적 안전성을 책임질 주체가 누군지
불분명해 진다. 따라서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의 용도 변경시 변경 전후의
법적 규제 기준이 같은 것은 분명 고쳐져야 할 점이다. 즉 기존 시설물
의 용도 변경에 따라 법적 규제 기준도 그에 맞게끔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
더불어 기존 정수장 시설물 중 약품처리된 여러 유해성 물질들이 과연 어떻
게 처리되었는지도 의문이다. 기왕에 철거 없이 공사가 이뤄진다면, 발생되
는 건설폐기물의 양도 다른 현장과 달리 적게 발생됐을 것이고 그렇다면
정수 시설내에 고여 있던 폐수 등도 그대로 매립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하여 합법적인 처리가 이뤄졌을 수도 있지만, 공사
방법상 그럴 소지보다는 그대로 매립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드는 것이 공사
관계자들의 조심스런 의견이다. 이외에도 사업 계획 완료 전 매립이 시작되
었고, 사토를 장기간 덮개없이 노상방치해 왔고, 세륜시설도 없으며, 비산
먼지 관리도 소홀히 하는 등 민간을 이끌어갈 지자체의 행동으로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불법행위들도 조사된 바 있다.
후손에 책임 넘겨선 안돼
환경은 반드시 기존 법규와 제도 내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깨끗
한 자연을 지키고 가꾸는 것은 초법적인 영역에서 행해져야 한다. 비록 법
규내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더불어 예산 절감의 효과가 있다고 해서 오염
의 원인이 되는 행동들이 모두 합리화 될 수는 없다. 분명히 잘못된 공사
방법임에도 근시안적 행정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결국 행정적·환경
적으로 그 책임을 모두 후대에게 전가하는 셈이다. 또 지금은 작게 느껴지
는 오염이지만, 그러한 작은 실수 하나 하나가 우리의 목을 조여온다는 것
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권대경 기자
사진 오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