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고, 대기업 봐주고
용산구 불법 옥외광고물 난립



서울시는 작년부터 불법광고물 단속을 강화해, 거리에 널려 있는 입간판과
현수막 등을 일제 정비해 왔다.
월드컵과 같은 큰 행사와 맞물려 진행돼 온 단속을 통해 수많은 간판들이
정비되었고, 거리도 한결 깨끗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서민을 대
상으로 하는 불법광고물 단속은 철저히 하는 반면 대기업이 저지르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관대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흔히 식당과 PC방, 유흥업소 등에서 설치하는 간판은 현행 법규(옥외광고물
등관리법)상 1개 업소당 3개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간판 설치와 관
련된 법률이 크기와 설치장소·색깔 등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규정되어 있
어, 일선 업소에서는 간판 설치와 관련해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현재 용산구에는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한강대교에 이르는 구간까지
대기업들의 공사현장이 여러 곳 있으나, 그 곳에 설치된 불법옥외광고물 단
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조적이다.

용산구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입간
판 단속의 취지와 목적은 충분히 공감하나,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한 시민들
은 규정을 잘 몰라 철거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하고 “형평성에 어긋
난 단속으로 골라서 봐주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놓았
다. 그리고 “이미 제작한 입간판 등을 사용하지 못한 채 가게에 그대로 놓
아두고 있는 업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간판은 옥외광고물법, 건축법, 소방법, 도시계획법 등에서 제한하고 있다.
특히 공사현장 외벽에 설치할 수 있는 광고물은 현장 조감도와 공사의 특징
이나 비산먼지 저감 공사장 표시 등 몇 가지 안내 표시만 하게 되어 있다.
그 외의 업체 광고물 게시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예외적으로 구청 도시
정비과의 검토 후에는 설치가 가능하다. 즉 보행자의 안전에 지장이 없고,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도시 미관상 보기 좋은 그림이나 사진은
구청의 사전 검토 후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용산구내 여러 공사 현장에
는 현재 대형 옥외 광고물이 공사현장 외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광고물
내용은 건설회사의 수주 업적과 완공한 건물 광고, 회사 상호와 로고를 포
함한 기업 광고까지 다양하며, 심지어 주상복합건물이나 오피스텔 현장의
경우는 공사현장 외벽 자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광고물 부착이 심하다.
4호선 삼각지 역 바로 옆에서 공사중인 L건설 건물 신축현장은 고가도로로
인해 다소 시야가 좁은 벽면에는 용산구의 옛 모습 등 보기 좋은 그림을 내
걸고 있다. 하지만 시야가 트인 반대편에는 자사 대형 광고물을 설치해 놓
고 있다. 즉 눈에 띄는 곳에는 대형 광고물을 설치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
는 용산구 홍보물을 설치하여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불법을 저지르고 있
다.
한편 L건설 현장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진행중인 B건설 현장은 상
황이 더 심한 편이다. 공사현장이 도로변에 있지 않고 골목에 접해 있어 설
치한 광고물로 인한 위험요소가 큰데도 불구하고 광고물 설치는 더 요란스
럽다. 복잡한 골목길에 내건 B건설의 광고물은 보행자의 안전 뿐 아니라,
교통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도시미관에도 좋지 않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불쾌감은 물론 위협까지 느끼게 할 정도이다.
그 외에 D건설의 한강로 아이빌, 디오빌, 트럼프 월드 아파트 공사현장도
불법광고물의 설치는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 D건설 현장
에도 광고물이 난립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용산구 도시정비과에서는 현재 대형건물 공사
장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구청 관계자와 공사 관계
자와의 어떤 합법적인 검토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
대기업 공사현장 외벽 불법광고물 게시는 비단 용산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
이다. 서울시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러공사 현장에는 불법 광고물이 부착되
어 있고, 이를 단속하는 관계기관은 대부분 방관하고 있다. 하지만 특히 용
산구의 경우 일정 지역에 밀집되게 공사 현장이 있고, 공사 업체들이 경쟁
적으로 광고물을 부착하고 있는데도 시정조치나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
고 있다. 반면에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입간판 등의 옥외 광고물 단속은 철
저히 하고 있어 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불법광고물 게시와 관련해 용산구 관계자는 “현재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
는 입간판 등의 단속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한쪽에서 철거를 하면 다른
쪽에선 다시 설치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또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건설현장의 단속에까지 손이 미치고 있지 못하다"고 어려움을 토로
했다. 하지만 예산 배정과 집행에 있어 어려움이 없는 지자체는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언제나 예산과 인력 탓만을 하고 자행되는 불법 사례를 다 눈감
아 줄 수는 없다.
도심지 미관과 안전을 위한 불법 옥외 광고물 단속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
만 구청의 골라서 봐주기식 단속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더구나 서민
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속에는 모든 인력과 예산을 쏟는 반면, 대 기업 건
설 회사가 저지르고 있는 불법 현장 단속에는 예산·인력 운운하는 것은 전
형적인 전시행정이라 할 수 있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공무원들의 뒤에 과연 어떤 것
이 있는지 의혹이 드는 것은 서민들의 낮은 외침이 점점 커져가고 있기 때
문이다.


권대경 기자 사진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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