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과 개발의 조화 강조'는 양당 공통분모
- 수준·내용 달라 객관적, 엄정 평가엔 무리
- 장기비전 가진 효율적 정책 추진 기대
- 한나라
성의있는 대안 돋보이나 현황분석과 대책이 장황
- 민주
직접적이고 명료하나 정책해법간 관계 설명 부족
차기 정권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수장은 과연 누구일까. 최근 우리 국민
모두는 한결같이 다음 대통령의 보다 나은 국정운영으로 나라나 가계의 생
활이 좀더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환경문제가 결코 경
제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의 환경정책 구도 역시 나라 살림
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리라 어렵지 않게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본지는 대통령선거를 십 여일 앞둔 시점이지만, 지난 달 우리 나라
최초로 한국환경경영학회, 한국환경경제학회, 한국환경법학회, 한국환경정
책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후원한 '대선
후보 환경공약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의 발표내용과 학회장들의 평가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토론회는 사전 질의에 대한 답변과 사전 검토한 내용의 발표, 그리고 토론
자들의 자유토론으로 진행됐으며, 질의 내용은 '환경과 개발의 상충문
제', '환경행정과 규제', '국제환경문제', '맑은 물과 맑은 공기 문
제', '폐기물 관리', '환경교육' 등으로 세부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단, 권영길 후보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고, 정몽준 후보는 이
후 후보를 사퇴함에 따라 당일 발표 및 토론내용을 삭제했다. <편집자 주>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새천년 민주당 후보
노무현
먼저 한나라당의 경우 학회가 제시한 모든 질문의 성립 배경을 자체적으로
다시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 현황분석과 대책을 제시함으로 지나치게 장
황한 면도 있으나 전체내용 면에서 가장 성의 있는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장 직접적이고 간단명료하게 제시하
고 있으나 제안된 정책적 해법 상호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
는 설명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양당의 환경정책 차이점을 발견하
기 어려웠으며 특히 실현가능성과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선언식 정책제언
에 대한 평가는 가급적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양당 환경정책 이렇다
환경과 개발의 상충문제
지방의 인구 유입정책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特長 기능별 수도 정책'을 통
해서 민주당은 '행정수도 중부권 이전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균형분산 5개년 계획, 민간동반이전 인센티브, 지역별 산업클러스트, 지역
별 초일류대학 유치를, 민주당은 국가균형위원회, 시도지사회의 상설화, 지
역균형발전특별법을 시행규칙으로 거론하고 있다.
환경행정 및 규제
정부의 역할 조정 방안과 지방환경청의 기능 측면에 대해 한나라당은 환경
부서의 기능을 강화하여 보다 전문화하자는 주장이며 민주당은 오히려 환경
업무를 과감히 지방자치단체에 위양하자는 주장으로 대립된다.
또 환경기초시설의 민영화 필요성에 대해서 양당 모두 동의하고 있기는 하
나 한나라당은 수익자부담원칙과 민간투자의 수익성보장을 통한 투자유도
정책으로 적극적인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는 데 비해 민주당은 시설투자의
인센티브 부여, 정부의 감시체제 강화 등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전략도입
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환경 문제
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서는 양당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산업구
조 변형과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거시적 해법을, 그리고 민주당은 법
제정비, 배출권제도 도입, 인센티브제 등 미시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 동북아국가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에서는 양당 모두 인접국과의
협력 통한 공동해결안 모색을 말하고 있으나, 방법론에 있어서 한나라당은
전문가 그룹 육성 및 공동시장 창출을, 민주당은 국제기금 활용을 강조하
고 있다.
맑은 공기
무공해자동차 보급과 청정에너지원의 개발에 있어 한나라당은 201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0% 수준까지 확대한다고 말하며, 민주당은 우선구매
제도 채택과 개발 및 가격 보조금 지원을 제시한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차이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비슷한 수준으
로 현실화하겠다는 자세였으나 환경친화적 조세체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
도를 보였다.
폐기물
확대생산자책임제도 도입에는 양당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나 한나라당
의 경우 산업특성 검증 후 시행을, 민주당은 전반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
다.
환경교육
유소년에 대한 환경교육에 있어 양당은 모두 필수교육 도입을 약속하고 있
어 환경교육에 있어 유소년교육의 중요성을 반증했다.
이런 점은 아쉽다
양당 정책 모두 개발과 환경의 상생논리를 기지로 표방하고 있으나 지난
2002년 9월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바가 있는 개발, 환경
그리고 사회문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시각을 답변서에서 찾기 어려웠다.
환경정책에 기업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현실에 비춰 기업관점에서의 환경
경쟁력, 특히 중소기업 환경경쟁력 제고방안에 대한 획기적 정책이 없다.
혁명적인 변화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걸로 보인다.
환경친화적 경영에 대한 개념이 기업이나 산업마다 다르고 특히 중소기업
의 경우 이를 체계적으로 해결해나가기에는 조직적 역량이 현저히 부족함으
로 환경친화적 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은 물론이고 우수 환경경영 모델을 꾸
준히 발굴하여 '환경 경쟁력'의 과실을 이들이 실제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해
야 한다.
특히 환경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현실적으로 초
중고등 교육과정에서는 물론이고 대학의 교양과정에서도 체계적인 교육프로
그램을 전문적으로 교육시킬 환경경영 교육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
정이다. 특히 기업은 'ISO14000교육 만능론'에 빠져 경쟁요인으로서의 환경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집권하는 후보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여 우
리나라에서도 전문적인 환경교육인력이 배양되고 이들을 통해서 다각적인
교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는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새 정부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된 다양한 환경정책에 의해 많은 환경개선 효과를 거두었지
만, 개발정책이나 경제정책과 조화되지 못해 한계점이 노출되는 사례도 많
았다. 즉 계획된 각종 개발사업이 사업 시행단계에서 환경적으로 문제가 발
생한 경우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종 경제정책이나 개발
정책 수립 단계에서 환경친화성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향후
환경정책의 방향은 사후 처리나 규제중심이기 보다는 계획단계에서 환경성
이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자원순환 정책
자원순환형 사회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폐수나 폐기물 등 폐자원의 재이용
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자원으로 이용되지 않고 원재료의 이용이 늘고
있다. 자원의 순환은 단순한 수치적 개념의 경제성에만 기초할 수 없으며
자원순화의 개념이 포함된 정책이 우선적으로 채택돼야 지속가능성이 유지
된다.
경제정책·국토정책·환경정책의 조화와 연계
환경오염은 경제활동의 불가피한 부산물이나 생활양식과 경제행위의 변화
를 통해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경제행위에 영향
을 미치는 경제정책은 환경정책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간의 경제정책
과 개발정책은 자연의 희생을 강요하는 고비용-저효율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저비용-고효율의 추구 차원에서 검토되는 선계획-후평가 개념을 근
본으로 결정해야 한다.
세대간 형평성 고려 의사결정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동일한 잣대에서 보아야 하며 미래세대의 환경오
염을 예상하면서 현재세대의 개발과 자원이용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 따라
서 현 세대에서 정책의 결정이 이뤄진다 해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미래세대
의 피해는 곧 현재의 정책결정시 반영돼야 한다.
통합적 오염관리정책
산업시설에 대한 허가 감시 감독의 단계에서 매체별 기준을 따로 따로 적용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매체별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는
방안, 법·제도·환경행정조직 증의 통합과 조정이 필요하다.
환경관리기반과 정책집행력 강화
환경관리능력 제고를 위해 환경정보체계의 정비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환
경지리정보의 활용체계 구축, 중앙과 지방환경관리 체계의 효율성 점검과
개선점 도출, 환경기초시설관리의 광역화 또는 효율화, 사전환경성검토제도
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효율화 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환경정책은 환경기초시설의 확보를 통해 주요 오염물질을 줄이
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의 환경정책을 적극적으
로 받아들임으로써 국내 환경정책은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환
경문제의 성격 자체가 경제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정
책이 각종 경제정책, 개발정책, 국토정책들과 분리하여 그 효과성을 달성하
기는 매우 어렵다. 이들 경제정책과 환경정책과의 부조화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환경정책의 제한점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향
후의 환경정책의 방향은 세부적인 정책의 개선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사회시
스템 속에서 인식과 개념의 변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환경문제
를 보는 인식,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경제 사회적 의사결정 체
제 내에 검토·반영돼야 진일보한 환경개선,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발
전이 이뤄질 것이다.
정리 이지원 기자·사진 오세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