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참석자들은 그 어떤 나라도 방사성 폐기물로부터, 사회 환경적 비용부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므로 체계적인 대안과 이해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지난 7월 14일, 부안군수의 독단적인 핵폐기장 유치신청으로 촉발된 속칭 '부안사태'가 발생한지 벌써 5개월을 넘기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 실종과 지역 주민의 위험 인식에 대한 몰이해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즉 애초에 선정 과정에서 해당 기관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선정 이후에도 전문가들의 위험 판단을 일방적으로 강요함으로써 핵폐기장의 위험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의식을 더욱 고양시켰다는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지난 2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중에 이필렬(방송대 문화교양학과)교수의 '독일의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방식'이라는 발표가 있어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독일은 1990년대 말까지도 원자력확대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에 저항은 더 컸고 타협의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사민당-녹색당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야 이러한 상황이 바뀌는데, 이는 새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원자력 포기와 더불어 새로운 핵폐기장 건설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
독일의 핵폐기장 건설계획은 앞에서 먼저 말했듯 1998년 사민당-녹색당 연립정권이 들어서면서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되는데 사민당은 선거에서 이길 경우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겠다고 공약했고, 녹색당과의 연정을 통해서 정권을 잡은 후에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이 절차는 핵폐기장 건설과정의 재검토까지 포함하는 것이었고, 햭폐기장 건설에 대한 논의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이 되었다. 이에 따라 1999년 2월 연방환경부는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방식을 위한 위원회, AkEnd Arbeitskreis Endlagerstandort, 아켄트)'가 설립되었고, 2000년 10월에는 2000년 6월에 이루어진 원자력발전 포기에 관한 최종 합의에 따라 골레벤에 대한 부지적합성 조사가 중단되었다.
핵폐기장 부지선정 방식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 설립된 아켄트는 보수당 정부하의 핵폐기장 컨셉과는 완전히 다른 컨셉을 개발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 위원들의 구성방식부터 보수당 때와는 크게 달랐다. 즉 18명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위원으로 선발되었으며 전문분야는 지질과학, 사회과학, 화학, 물리, 수학, 광산학, 폐기물처분, 공학, 대중홍보 등 다양하게 걸쳐있었다.
이 교수는 아켄트 보고서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민참여와 투명성이라고 강조한다. 보고서에서는 스웨덴과 스위스를 핵폐기장 건설절차를 가장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나라로 평가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 국가에서 핵폐기장 건설에 주민참여와 투명성을 크게 보장한다는 것 때문이다.
독일정부에서는 2030년에 핵폐기장을 갖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주민들의 참여와 지질조사과정에 긴 시간이 투입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글/사진 김관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