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달빛차회
축제의 계절이 다가온다. 근로자의 날, 석가 탄신일, 어린이 날 여기에다 주말까지 겹쳐진 5월 초의 황금연휴에는 전국에 내로라하는 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즐거운 비명이라도 지르겠지만 과연 딱히 가 볼 만한 축제가 어떤 것일까? 하고 망설여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후 전국에는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대략적으로 등록된 축제만 해도 1500여 개라고 한다. 축제의 역사가 짧다 보니 축제 내용이 대동소이하고 획일적이지 않을 수 없다. 대략 가수 부르고 지역주민 노래자랑하고 특산품 을 파는 형식이다.

하지만 전국에는 느리지만 천천히 축제의 발전을 도모하면서 내실 있게 자기만의 칼라로 옷을 입어가는 축제도 있다. 사람 모으기에도, 물건 팔기에도 연연하지 않으면서 명품축제로 발돋움 하고 있는 축제가 있다면 이번 5월에는 그 곳으로 가 보면 어떨까 한다.

그 중에 국제슬로시티로 111번째 지정된 경상남도 하동군의 야생차문화축제장으로 가보자. 하동은 하늘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서정 1번지 섬진강, 다도 남해바다, 이 모두를 소유하고 있는 하동을 일컫어 시인들은 삼포지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느림의 미학이 흐르는 하동의 축제는 여느 축제와는 다른 모습이다. 우선 사람에 치여 고생할 염려는 안해도 된다. 시끄러운 품바소리, 전국 축제장 마다 돌아다니는 야시장, 매일 TV에 나오는 똑같은 가수들로 식상하지 않는 새로움의 축제장이다.

차를 주제로 열리니 만큼 여유롭게 거닐면서 이곳저곳 다니면서 집집마다 다른 차 맛을 즐길 수 있다. 전국축제장마다 똑같은 모양의 몽골부스도 볼 수 없다. 천연소재 대나무로 부스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축제장은 한곳에 밀집돼 있지 않다. 야생다원과 녹차마을, 화개장터와 최참판댁, 그리고 평사리 청보리밭과 섬진강 백사장이 곧 축제장이다.

소음으로 피곤해져 있다면 산사로 가자. 휴인 하동 (Hue (休) in Hadogn)이라고 불리는 쌍계사 프로그램에는 템플스테이, 쌍계사의 차향기를 찾아 떠나는 다소곳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큰 축제에 짓눌려본 사람이라면 14개 녹차마을에서 열리는 마을 축제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차 농들이 손님을 맞아 촌스럽게 축제준비를 하고 있다. 다숙 (茶宿)이라고 하는 민박도 한다. 녹차물에 족욕을 하고 녹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하동만의 만박이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 특히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섬진강 달빛 차회’ , 섬진강 백사장에서 달빛을 찻잔에 담아 님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일명 섬진강 월광쏘나타다.

5월4일 저녁 7시30분 좁은 무대와 광장을 과감하게 떨치고 일어나 달빛이 멈춘 섬진강 백사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그래봐야 무대도 별도로 없다. 백사장이 곧 무대요, 달빛이 조명이다. 음악은 물론 흐르는 물소리요 산들거리는 봄바람이다.

섬진강을 좋아한다면 획일적인 축제에 진진머리가 난 사람이라면 달빛을 좋아하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5월에는 하동 평사리백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봄이 좋을 것 같다. 포석정형태의 곡수다연에서 사랑의 찻잔을 전하고 순박하기 그지없는 하동의 다농들이 ‘소망의 등잔’을 올리고 다악과 다무로 흥을 돋우게 될 것이다.

무대와 공간이 특이한 만큼 전국의 끼쟁이들이 섬진강 달빛 아래로 모여든다. 부산대학교 강미리 무용단, 거문고 신혜영, 여창가곡의 인간문화재 김영기와 대금연주가 채수만은 찻자리의 품격을 더해 줄 것이다.

의상은 천연염색의 아라가야 이나경과 모래조각가 김길만씨도 한껏 멋을 품기게 하고 이미지 퍼포먼서의 신용구 그리고 미디어아트 박상호씨, 연출은 이종남씨가 담당한다.

<하동=강위채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