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성분 및 상품성 갖춘 특용수종 개발 박차 가해야
헛개나무 알콜해독·피로회복·당뇨병·구토증 등에 효능
새롭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매년 식목일을 전후로 산지나 유휴지 등에 심을 수 있는 특용수에 대한 문의 전화가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 그간 우리는 나무심기를 떠올리면 벌거벗은 산에 신록의 옷을 입힘으로서 숲이 주는 여러 공익적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이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 나무를 심어서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 주로 목재의 이용을 위한 속성 수종의 조림에 국한되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나무심기를 수익을 얻기 위한 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천연식품과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천연물질을 이용한 의약품과 기능성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으로 약재로 이용되어온 나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나무심기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꼭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음료나 주류 등의 가공식품으로 인기가 있는 복분자딸기나 가시오갈피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특용수종이며, 헛개나무 또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특용수의 하나이다.
헛개나무는 갈매나무科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수고 20m, 흉고직경 80cm까지 자라는데,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도 같은 속의 나무가 자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자생종과는 과경의 크기, 종자, 꽃 색 등이 달라 우리나라의 특산종으로 기록되고 있다. 헛개나무 수피는 세로로 잘게 갈라지며 잎은 호생하고 넓은 난형으로 3맥이 뚜렸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뒷면은 연한 녹색으로 그 생김새가 산뽕나무 잎을 닮았다. 꽃은 취산화서로 잎겨드랑이 또는 가지 끝에 붙고 화서의 길이는 4~6cm, 흰색 꽃받침은 5갈래, 꽃잎은 5장으로 꽃받침보다 약간 길고 7~8월에 황록색으로 피고 10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갈색으로 울퉁불퉁한 육질의 자루를 가지며 맛이 달콤하여 「목밀(木蜜:나무에서 나는 꿀)」, 돌과 같이 단단하고 희다고 하여 「백석목(白石木)」이라고 한다. 지방에 따라 헛개나무, 벌나무, 호깨나무(영남), 호리깨나무(전북), 볼게나무(울릉도)와 같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지는데, 예로부터 본초학이나 식물도설에서 열매의 주독해독, 정혈, 이뇨, 갈증해소, 해독작용 등의 효능이 있어 헛개나무의 과병은 한의학에서 ‘지구자(枳椇子)’란 이름의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헛개나무 구성 성분은 HodulosideⅠ, HodulosideⅡ, HodulosideⅢ, HodulosideⅣ, HodulosideⅤ, Hovenine A, Hovenolactone, Hovenoside D, Hovenoside G, Hovenoside I, Saponin C₂, Saponin E, Saponin H, Rhamanose, mannose, glucose, galactose, arabinose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성분들에는 인체에 유익한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어 술 해독작용과 피로회복, 당뇨병, 구토증, 소화불량, 액취증의 치료 및 여러 가지 질병의 치료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과병은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나무열매와 달리 열매의 자루가 점차 굵게 성장한 것을 말하는데, 이 과병에서 추출한 활성화학물질이 숙취해소, 주독해소, 구취제거, 알코올성간염, 지방간, 간경화 특히 항암효과, 혈압조절, 혈당강하, 간해독, 변비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간암, 유방암, 위암에 대하여 최고 90%의 암세포 박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최근의 연구에서 밝혀졌고 70~80%의 알코올 분해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간 보호효과와 알코올 분해효과가 탁월하여 헛개나무 과병으로 끓인 차를 장기간 복용하면 주량이 세배로 늘어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미 일반에도 그 효과가 많이 알려져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에서는 식 ․ 의약품 및 기능성 고부가가치 산림 소득수종으로 유망한 헛개나무 우량품종 육성을 위하여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 10개 자생지역에서 과병형질이 우수한 우량개체 70본 선발하고 접목 증식하여 클론보존원을 조성하고 클론검정 결과 재배시 주요개량 대상 형질인 결실지수, 결실지당 과지수, 과지당 송이수, 본당 수확량에 대해 선발효과를 추정한 결과 정상적으로 개화 ․ 결실된 50클론 중에서 상위 10%(결실지수 16개 이상, 결실지당 과지수 3.2개, 과지당 송이수 58개, 본당수확량 6㎏ 이상)에 해당되는 5본을 선발했을 때, 과병 수확량의 선발효과는 261%로 나타났다. 2차 선발된 5 개체를 대상으로 품종등록 규정에 의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안정성 검정을 실시하여 다개화 및 다수확성 헛개나무 신품종 ‘풍성 1호’, ‘풍성 2호’, ‘풍성 3호’ 등 3품종을 품종명칭 등록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헛개나무 등 특용수종을 아까시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밀원수로서의 용도를 개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아까시나무의 황화현상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벌꿀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아까시나무 벌꿀의 생산량이 해마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양봉농가에서는 아까시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밀원수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요구에 부흥할 수 있는 수종으로 헛개나무가 유망한 밀원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아까시나무가 일주일 정도의 채밀 가능한 개화기를 갖는 반면 헛개나무는 보통 열흘에서 보름까지의 긴 개화기를 가지며 꿀벌이 꽃으로부터 채집해가는 화밀의 분비량도 아까시나무보다 많아 양봉농가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히 헛개나무의 꿀 생산량이 아까시나무를 대신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순도가 높은 헛개나무 꿀은 그 맛과 향이 뛰어나 높은 상품성을 가지고 있으며, 헛개나무의 기능성을 닮아 그 꿀에서도 높은 항산화활성 및 미백효과를 보여 향후 고급 브랜드 벌꿀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에는 봄철 새로 돋은 헛개나무의 연한 잎이 쌈 채소로 이용되고 있어 봄철의 쌈 채소, 개화기인 이른 여름의 벌꿀, 늦가을의 과병 등 다양한 소득원으로 이용될 수 있는 헛개나무는 여러모로 단기소득을 얻기 위해 수종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특용수임에 틀림없다. 다만 고수익을 노리고 나무를 심을 경우 재배자들이 항상 유의해야하는 것은 수종의 선택만큼이나 수종에 맞는 적지의 선정이 중요하며 또한, 나무를 심는 노력만큼 적절한 재배관리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헛개나무 뿐 아니라 제 아무리 좋은 용도를 가진 특용수종이라 하더라도 나무의 건전한 생장과 높은 생산성은 재배자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들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비단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