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일보】고현준 기자 = 산에 들어가면 산을 볼 수가 없듯이 제주에 사는 제주인은 제주도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특별인터뷰를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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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
제주도가 갖고 있는 환경가치를 더 높이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찾기 위해 먼저 서귀포가 좋아 서귀포에 살고 있는 장선우 감독을 찾았다. 대평포구에서 옛집을 외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 인테리어만 살짝 바꿔 '물고기카페'로 이름 높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환경을 지키는 일. 친환경 주택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그 아이디어의 근원은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제주도의 개발은 환경을 지키면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돈벌이도 되고 환경보전도 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창의산업 발전에 더 많은 머리를 써야 하지요” 서귀포시 대평포구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는 장선우 감독은 “환경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걸 보여줘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평리가 롤 모델로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자연환경이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건데 제주도 곳곳에 있는 멋진 하천을 직선화하는 게 참 어의없다”며 “지금의 제주도의 개발방식을 고집하는 걸 못 말리겠고 제주도 환경 하면 그런 점이 참 마음 아프고 답답하다” 강조했다.

 

“대평리는 개발이 되지 않은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장감독은 “현재 이곳에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물고기카페처럼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롤 모델을 만들도록 조금만 손을 봐도 옛것을 지키면서 제주도에 어울리게 디자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4년째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경마장 가는 길’ ‘너에게 나를 보낸다’ ‘거짓말’ 등으로 친숙한 장선우 감독과 만나 환경에 관해 일문일답한 내용이다.

 

Q. 요즘 장 감독님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A. “그냥 이러고 있어요‥” (장 감독은 마침 카페에 쓸 물건을 사러 조카와 함께 서귀포시로 나갔다 돌아오며 기자를 만난 상태)

 

Q. 대평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A. “서귀포는 오래전부터 살리라 생각했던 곳이예요. 제주도에 올 때마다 좋아서 언젠가 살아야지 하고 10년 이상 생각했었는데 결국 소원 성취했지요. 3년을 넘으면 롱런한다고 하는데 3년이 넘었지요. 4년째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까지 다 좋아요. 똑같은 환경에 계속 있으면 지루할 것 같은데도 지루함이 없어요. 심심하고 싶어서 왔는데 심심하지도 않고..”

 

Q. 무엇이 그렇게 이곳을 좋게 만듭니까.

 

A. “제주시는 너무 도시적이라 서울과 별 차이가 없어요. 탑동 일대는 좋지만 제주시는 작은 서울 같아요. 태어나서 서울에서만 살았는데 서울 닮은 게 매력이 없어요. 그래서 서울이 그리워지면 제주시로 술 먹으러 갑니다”

 

Q. 제주도에 살면서 어려운 점은...

 

A. “특별히 어려운 게 없어요. 고민거리도 없고.”

 

Q. 구상하는 작품이 있는지...

 

A. “공부는 계속 하고 있습니다. 농사도 지으면서...공부가 쌓이면 할 지 몰라도 원래 아무 것도 안 할 계획으로 내려 온 겁니다”

 

Q. 제주도에 계속 살 예정인지요.

 

A. “이곳 대평리는 바다가 편안한 곳 같아요. 태풍이 불 때는 중국 배까지 이곳으로 대피해 오니까 지형적으로도 감싸 안는 곳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사 오고 난 후 동네 분들에게 과분하게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저는 해 줄 만한 일도 없는데.. 앞날은 알 수 없지만 오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하면 뼈도 묻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딜 가도 이곳을 거점으로 고향처럼 움직일 것 같아요. 산남인 여기가 중심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는데 당초 생각보다 더 좋아졌어요. 한 군데 3개월만 있으면 지루해져서 어딜 떠나고 싶어하는 성격이라 한 3년 살면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었지요”

 

Q. 주택을 뜯지 않고 잘 꾸미셨습니다.

 

A. “그건 집 사람 작품입니다. 저 또한 시골까지 와서 기름을 때고 싶지 않고...나무 때면서 흙을 바른 옛날 식 집에서 살고 싶었어요. 저쪽에 다른 집이 하나 있는데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집이 너무 작았어요. 마침 이 집이 나와서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겼는데 엉망이예요. 그래서 다 뜯어내고 페인트 냄새가 없는 친환경 주택으로 꾸민 겁니다. 이게 실은 돈이 더 많이 들어요. 원목을 사다가 잘라서 마루바닥을 놓고 연구하며 하나씩 하다 보니까 시간도 더많이 들었지요. 마당도 시멘트로 깔려 있었는데 돌로 새로 깔았고..”

 

Q. 제주도의 환경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A. “저는 이미 포기상태입니다. 공무원들 마음 변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고 생각하지요. 서울은 이미 시멘트를 걷어내고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상태인데 제주도는 너무 건설업자와의 이해관계에 묶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너무 가난한 것 같아요. 먹이사슬 때문에 이런 방향을 막기가 힘들겠다. 그래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필요하겠다. 생각이 있고 지혜로운 도지사가 나타나서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랄 뿐이지요”

 

Q. 제주환경문제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A. “개발보다는 자연이 부가가치가 더 높은 겁니다. 지금의 올레걷기처럼 자연을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제주도에 와서 살고 싶어하는 수준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습니다. 지금 서울은 살기가 너무 힘들어 30대부터 이미 시골에 와서 살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해요. 이게 요즘의 트랜드라고 하더라고요.

이들이 살 수 있는 토지와 인센티브를 제공해 준다면 학생들을 가르치고 제주도를 예쁘게 꾸미는데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예술인들이 모이면 자연히 부가가치는 높아집니다. 안 보이던 것도 돋보이게 되지요. 이제야말로 생각있는 그래서 환경을 가꿀 줄 아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지쪽 지자체들은 한사람만 들어와도 이를 자원화 하려고 애쓰는데 제주도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Q. 물고기카페는 어떤 곳입니까...

 

A.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옛날 마을을 그대로 유지해서 성공한 사례가 많습니다. 아마 물고기카페를 업자에게 맡겼으면 다 뜯어내고 새로 지었을 겁니다. 대평리가 요즘 와서 각광을 받는 이유는 개발이 안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옛것을 보호하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이 동네가 그런 롤 모델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도 물고기카페를 만들고나서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많은 문화인들이 모여 함께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대평리는 그런 가능성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두고 보려고 합니다.”

 

부인인 이혜영씨는 대목이 이곳을 보고 가면서 ‘집을 부수지 않고도 좋게 만들었다’는 얘기를 했었다며 어떤 젊은 여성은 “할아버지 집을 부수고 새로 지으려고 했다가 그냥 둬야 하겠다”는 말을 하더라며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 친환경 주택으로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kohj0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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