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원 기자] 에너지 전문 NGO 연대기구인 에너지시민연대(www.enet.or.kr)가 불교계와 함께 추진하는 에너지 자립 사찰 만들기 사업이 본격화됐다. 오는 16일 오전 10시 충남 공주 마곡사(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 주지 원혜 스님)에서는 건물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한 흙벽 보완작업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님들과 신도들이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월25일 마곡사 열렸던 ‘사찰 에너지 절약·자립을 위한 워크숍’의 후속 조치로, 전통 한옥 구조로 지어진 오래된 사찰의 열 손실을 보완하고 단열 보강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에너지 먹는 하마, 생태적 리모델링(틈새 메우기)으로 에너지 절약 실천

 

지난달 25일 에너지시민연대와 마곡사가 공동으로 개최한 ‘사찰 에너지 절약·자립을 위한 워크숍’에서는 사찰의 에너지 소비 현황에 대한 진단과 에너지 절약 방안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국내 사찰이 에너지 소비실태를 정식으로 공개한 것도 처음이었고, 관련 워크숍이 사찰에서 열린 일 역시 처음이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마곡사의 에너지 자립을 향한 의지에 강사로 나선 전문가들의 조언이 더해져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수립됐다.

 

흙건축 연구소 ‘살림’의 김석균 대표는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사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의 수분이 증발하고 수축하게 되는 성질로 인해 흙벽과 나무기둥 사이가 벌어져 에너지 손실이 많은 구조”라며 “틈새를 손쉽게 막겠다며 비닐이나 실리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방법은 결국 상태를 더 악화시키므로 흙과 헝겁을 이용해 메우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고 조언했다. 이 조언을 받아들인 마곡사 스님들은 오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신도들과 함께 흙반죽을 해서 틈새를 직접 메우기로 했다.

 

마곡사 관계자는 “틈새 메우기를 통해 난방열 손실이 컸던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스님과 신도들이 에너지 절약을 위한 이번 실천 행사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마곡사는 이번 틈새 메우기 실천을 통해 전기 에너지 30%, 난방 에너지 40%, 취사용 에너지 30%를 줄인다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행사는 에너지시민연대와 사찰 에너지 절약·자립 워크숍의 강사로 나선 생태건축 및 에너지 전문가들(흙건축 연구소 ‘살림’ 김석균 대표, 흙부대건축네트워크 김성원 매니저,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재조합연합회 대표 등)이 돕는다.

 

4개 사찰에서 잇따라 열리는 워크숍, 에너지 절약·자립 계획 직접 수립 & 실천

 

이후 마곡사는 ‘백범 김구선생 은거 기념관’ 건물을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개축할 예정이다. 무너진 흙벽과 나무 사이 틈새 메우기와 2중 창호로 단열을 보완하고 냉난방 기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건물의 외형적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오래된 산사 공간이 갖는 에너지 손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5월1일 열리는 실록축제는 예년과 달리 체험형 환경 교육 행사로 준비될 예정이다. 로켓스토브(적은 양의 나무로 큰 화력을 내는 도구), 셰플러 태양열 조리기 등 에너지 절감형 취사도구 체험기회를 마련하고 마곡사 경내에 산사 에너지학교를 만들기로 결정하는 등 산사를 찾는 일반인들에게 에너지 절약운동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탄소 중립형 행사로 치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같은 에너지 자립 사찰 만들기 프로젝트는 마곡사를 필두로 갑사, 광덕사, 관촉사에서도 잇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16일 오후 사찰 에너지 절약·자립을 위한 워크숍이 계룡산 갑사에서 개최되며, 25일에는 오전 오후로 나눠 천안 광덕사, 논산 관촉사에서 각각 열리게 된다.

 

사찰 에너지소비 실태조사 결과 최초 공개, 에너지자립사찰 모델 만들기 한창

 

에너지시민연대와 함께 에너지자립사찰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4개 사찰(마곡사, 갑사, 광덕사, 관촉사)은 에너지 소비실태 조사결과를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에너지 절약과 자립을 위한 목표 설정과 실천계획 수립의 첫 단계 작업이었다.

 

4개 사찰 중 가장 규모가 큰 마곡사는 2009년 1년간 전기요금이 5108만350원, 난방용 기름(등유·경유)값이 4071만3100원, 취사용 가스요금이 416만7000원으로 그 합계가 9596만450원이나 된다. 여기에 4대의 차량 유류대 4064만5102원까지 더하면 연간 에너지 비용이 1억3285만5252원으로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계룡산에 위치한 갑사의 경우 2009년 기준 전기요금이 2414만6320원, 난방비(등유+가스)가 1866만6275원, 취사용 가스요금이 339만4000원으로 총 4620만6595원으로 집계됐다. 충남 천안시의 광덕사는 1684만2760원, 난방비가 124만7000원, 취사용 가스비가 291만7900원으로 그 총합은 2100만7660원이었다. 충남 논산시의 반야산 중턱에 자리잡은 관촉사는 전기요금 1234만3540원, 난방용 기름값이 175만원, 가스요금이 124만9000원으로 연간 총 에너지 비용이 1534만2540원이었다.

 

대부분 사찰의 특징은 오래된 한옥이어서 단열이 잘 되지 않으며, 건물이 여러 채이고 각각 선풍기와 온풍기 등의 냉난방기기를 갖추다 보니 에너지 절약 실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4개 사찰 중 에너지 소비 규모가 가장 적은 관촉사만 해도 건물이 10채이며 온풍기 7대, 난로 2대, 에어컨 7대, 선풍기 30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 때문에 매년 가을이면 우선 수천만원의 은행 빚을 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초파일 수입으로 변제하고 있다는 어느 작은 사찰 주지스님의 고민이 충격이었다”며 “불교계와 함께 에너지절약·자립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실천·점검하면서 에너지 자립 사찰의 모범 사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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