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 악취방지시설 설치 및 개선 필요

기술 개발로 체계적인 대책 마련해야

 

박정구 팀장
사람의 뇌는 향기보다 악취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야라 예슈런 박사 팀이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곰팡이 냄새와 달콤한 배 향기 중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기관이 곰팡이 냄새와 같은 악취에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향기보다 악취로 인한 각인효과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악취가 사람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악취란 황화수소, 메르캅탄류, 아민류 등 자극성이 있는 기체상태의 물질이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냄새로, 이를 유발하는 물질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배출원 또한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좁은 국토로 인해 공업지역과 주거지역이 근접하고 있어 악취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은 날로 커져 가고 있다. 2008년에는 악취로 인한 민원이 5950여 건을 넘어서는 등 2003년 이후 연평균 약 22%씩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작년에 악취문제로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된 사업장에 기술지원을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정말 눈코가 따가울 정도의 심한 악취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작업장에서 일하는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에게 방독마스크도 쓰지 않고 작업하는데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이만한 일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는 말을 듣고 코끝이 찡해 옴을 느낀 적이 있다. 아직도 일부 사업장에서는 심한 악취발생으로 작업자의 안전보건상의 문제는 물론, 주변지역에 영향을 주어 환경민원이 빈번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악취의 주배출원으로 우선 사업장이 거론된다. 그만큼 악취 노출에 악취방지시설에 대한 시설 개선 및 설치로 배출되는 악취를 저감해 근무자의 안전과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이를 통해 주변 주민에게 악취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한편 사업장에서는 악취저감을 위한 시설투자를 해도 처리효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고효율 저비용이면서 유지관리가 간편한 처리기술의 개발과 보급은 물론 악취방지시설업의 등록제 신설도 적극 검토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정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보완도 필요하다.

 

또한 정부에서는 악취방지시설 설치와 관련한 보조금 및 융자지원에 대한 재원마련과 지원을 더욱 확대해 영세사업장에도 큰 자금부담 없이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히 악취방지법이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는 공공환경시설이 악취저감을 위한 기술진단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우선 공공시설만이라도 기술진단을 통한 악취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해 선도적으로 대책을 강구한다면 생활주변에서의 악취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견된다.

 

지금까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냄새문제 등으로 지역주민의 입지기피시설로 분류됐던 분뇨, 하수, 음식물폐기물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이 주민친화형 시설로서 탈바꿈할 수 있는 인식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올해는 G20 정상회의가 대한민국의 서울 도심에서 개최된다. 악취문제는 비단 사업장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다. 우리의 생활과 밀착돼 있다. 도심지에도 하수관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맨홀 등 배출구를 통해 흘러 나오면서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또한 악취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로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악취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도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체계적인 대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불쾌한 냄새가 없는 쾌적한 정주환경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모두의 관심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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