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도벌 및 기후변화로 소멸 위기 처해

유전자형 분석법 통한 주목 복원사업 진행

 

홍경낙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 홍경낙 박사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나무. 사람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산정에서 비바람에 뒤틀리며 천년의 사투를 이겨내는 주목의 모습은 아홉 번 쓰러지고 열 번 일어나는 불굴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눈보라 치는 산정의 비바람을 견뎌내는 주목이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온기(?)를 견디지 못하고 소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한반도의 주목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규모 도벌과 정원수용 불법굴취, 등산객의 인위적인 훼손에 의해 개체수가 급감했다. 게다가 전 지구적 기후온난화는 한반도 고산식물의 설 자리를 위협했다. 소백산 주목의 경우 1960년대에 비해 1/10수준인 3000여 개체만 남았고, 속리산 주목이 완전 소멸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현재 태백산 주목의 개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장군봉 일대를 중심으로 유일사에서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246ha이다. 태백산을 상징하는 주목은 30년 전까지만 해도 수만 그루에 달했으나 현재는 주목 3928개체가 서식하고 있어서 동부지방산림청에서 개별관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군봉 주목림은 대부분의 주목들이 1000년~100년생이고 어린 주목들은 수십 그루에 불과해 적극적 복원사업이 없다면 소멸에 처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태백산 주목을 위협하는 요인은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되고 있는 일명 ‘일본 주목’에 의한 화분 유입 또는 종자선별 오류에 의한 유전자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생주목과 일본주목은 외형상 뚜렷한 차이점이 없으며, 엽록체 DNA분석에서도 확실한 결론을 얻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없다.

 

어느 사회든 영속성을 위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자연생태계에서도 후계목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부모 세대의 유전자 형질을 이어받은 후계목이 잘 자라야 그 명맥도 이어지는 것이 상식. 문제는 주목 자생지에서 어린나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태백산 주목림의 보존을 위한 방법으로는 자연갱신과 복원식재의 두 가지가 있다. 현재 주목 자생지에서의 자연갱신은 이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태백산 주목림의 개체 수는 자연 갱신이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극심한 피해를 겪은 산림은 방임적 자연 갱신만으로는 복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주목과 같은 희귀수종은 국소환경 조건에 민감하고 집단의 개체 수 감소나 환경 적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용력을 넘는 등산객들로 인해 토양이 단단하게 다져지면서 등산로 부근은 식물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결국 주목의 자연적인 세대교체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복원식재에 현실적인 희망을 걸고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태백산 주목림은 자연갱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정 크기 이상의 유묘 복원식재만이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다행인 것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희귀자원 혈통보존을 위해 혈통복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생지의 자연갱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은 자생지가 아닌 제2의 장소에서 후계목을 양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후계목이 다시 복원지로 옮겨질 것을 고려해 유전형질 판별에서 생육지 적응성을 우선 고려했다. 또한 주목의 진화적 특성을 고려해 유전적 오염에서 안전한 후계목을 선정했다.

 

이는 정확한 유전자 판별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마침내 국립산림과학원은 태백산 장군봉에 자생하는 주목 성목과 태백시청 묘포장에서 육모 중인 670그루의 주목 묘목의 유전적 할당분석을 통해 총 19개체를 태백산 주목림 복원용 후계목으로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태백산 주목 후계목은 자생주목과는 동일하고, 일본주목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유전적 형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팀은 이 기술을 ‘출처불명 개체군으로부터 특정개체군 판별시스템’이라고 명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태백시는 이번에 선정된 어린 주목나무가 19그루란 의미를 살려 지난 5월19일 19그루의 어린 주목을 장군봉 일대에 우선 옮겨 심었다. 특히 이번에 복원되는 19그루는 DAN 지문에 의해 가칭 명예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양목제(養木制)와 같은 양부모 선정 등 특별 관리 방안을 마련해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술은 목본류에서 실제 적용한 사업으로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으며 희귀자원의 혈통보존뿐만 아니라 출처를 숨기는 수목류 절도사건의 증거확보 등에도 결정적 역할로 생물 다양성 보존, 식물법의학 등 관련분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DNA 표지자에 의한 유전자형 분석법을 기초로 한 주목 복원사업의 경과를 올해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산림분야 국제 최대 학술대회인 제 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에서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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