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양궁 등에 결정적 영향 끼쳐

날씨에 맞춰 발전하는 스포츠 과학

 

김승배 대변인.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본선, 결선에 출전한 나라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인이 축구에 열광하고 있다. 역시 월드컵 축구대회는 전 세계인이 가장 주목하는 스포츠 이벤트임이 틀림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이번 월드컵 잉글랜드 대 미국 경기를 영국 국민이 지상파 ITV 생방송으로 2000만명이 시청해 73% 시청률을, 독일 대 호주 전은 독일 국민이 지상파 ZDF 생방송으로 2800만명이 시청해 74%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니 영국과 독일에서 축구의 인기를 새삼 실감한다. 물론 한국 대 그리스 시합도 한국 내에서 60% 이상을 기록했고, 이 경기를 중국 CCTV5 생방송으로 중국 내에서 2400만명이 시청했다.

 

날씨는 스포츠에 영향을 미친다. 지붕이 덮여 있는 실내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직접적인 지장이 없겠지만 밖에서 펼쳐지는 대부분의 스포츠는 당연히 날씨에 따라 선수들의 경기력과 관중 동원에 지장을 받는다. 기압·기온·습도·풍속 등의 조건에 따라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마라톤, 양궁, 육상과 같은 기록경기는 기상 조건에 따라 기록이 달라지기도 한다. 야구는 공기가 건조하냐 습하냐에 따라 타자가 친 공이 날아가는 거리에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축구의 경우를 살펴보자. 큰 경기가 벌어지는 날에 비가 예상되면 모든 언론이 ‘수중전이 변수’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한다. 비로 인해 그라운드가 젖는 만큼 패스, 드리블 등 개인기가 원활하게 펼쳐지지 않아 의외의 변수가 작용해 승리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돌이켜보면 한국 축구 대표팀은 대대로 수중전과 악연이 많았다. 1960~1970년대 권위 있는 국제대회는 대부분 비가 많이 내리는 동남아에서 열렸다.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배, 태국의 킹스컵 등이 바로 그런 대회다. 이러한 특히 동남아 무대에서 싸울 때면 번번이 비 때문에 고생을 했고 한국은 수중전에서 재미를 본 적이 별로 없다. 당시 국가대표로 활동한 이회택 축구인도 ‘징글징글’한 수중전의 기억을 추억으로 말한다고 한다. 1966년 방콕아시안게임 태국과의 경기에 새로 지급받은 영국제 축구화를 신고 나갔다가 장대비에 미끄러져 공 한 번 제대로 차 보지도 못하고 0대 3으로 완패했던 사건이다. 당시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하는 한국 축구 특성상 비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날씨에 민감한 것은 단연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이다. 그라운드가 젖을 경우 이번 월드컵의 공인구 ‘자불라니’의 탄성이 커지며 경기 템포가 빠를 수 있겠지만, 세밀한 패스와 세트플레이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발목과 무릎에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문제가 된다. 골키퍼도 상대의 슈팅 궤적에 변화가 심하고, 볼이 미끄러워 예상치 못한 실점 상황을 허용할 수 있다.

 

비 오는 날씨 때문에 불편함은 양 팀에 동등한 조건이겠지만 체격이 큰 선수들은 비가 오면 움직임이 더욱 둔해지기 때문에 미끄러운 잔디에서는 체력 좋은 선수보다 오히려 빠르고 기술 좋은 선수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보는 스포츠 전문가도 있다.

 

축구공도 날씨에 맞춰 발달했다. 1970년 멕시코 대회부터 월드컵 공인구 시대가 열렸는데 당시 등장한 것이 오늘날 우리 눈에 익은, 흑백 가죽 조각을 이어 만든 얼룩이 공 ‘델스타’. 그런데 천연 쇠가죽으로 만들어 방수가 안 되는 바람에 비가 오면 취약했던 델스타였다. 1978년 완전방수 처리된 ‘탱고’가 처음 개발됐다. 1986년 첫 인조가죽 공 ‘아즈테카’, 1994년 합성수지로 표면을 덧댄 ‘퀘스트라’, 1998년 첫 컬러공 ‘트리콜로’가 차례로 등장했다. 축구공과 축구화의 발전이 어떻게 하면 비가 오더라도 경기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를 고민한 결과일 것이다.

 

비가 축구에서 큰 변수지만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기압’이다. 멕시코나 이번 남아공처럼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경기장이 있으면 한국 선수들은 불리하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기압이 낮기 때문이다. 이는 원활한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선수들이 경기 후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게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경기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날씨 변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첫 경기인 그리스전이 열릴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는 강한 바람이 자주 부는 지형이라고 우려했었다. 포트엘리자베스는 ‘바람의 도시(windy city)’라는 별칭이 있듯 인도양에서 강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경기에 앞서 그리스와 한국팀 모두 바람을 걱정했다.

 

그리스와 대전에서는 바람이 문제였고, 고지대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와 대전은 기압이 문제였다. 나이지리아와 경기는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곳은 해발고도 0m여서 한국 선수들은 체력적 부담을 덜었지만 해안성 강풍으로 기온이 7℃까지 떨어져 추운 나라인 한국 선수에게는 유리한 변수로 작용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프로야구가 한창이다. 뜨거웠던 월드컵 열기에도 프로야구는 경기당 평균 관중 1만명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이번 프로야구에는 길어진 장마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전쟁에서 날씨가 승패를 좌우한 역사적 사례도 있다. 날씨는 스포츠에서 중요한 승패의 변수로 작용한다. 어디 스포츠뿐이랴. 이제 날씨는 인간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주는 자연환경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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