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방식 조기이행으로 경제질서 확립

국제경쟁력 확보 위한 무상할당 병행

 

김용건 박사님-1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김용건

 기후변화연구실장

지난해 발표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에서는 2012년까지 배출권 거래제 시범실시를 제안한 바 있으며 최근 정부와 산업계, 연구기관, 민간단체 등에서 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 필요성과 향후 일정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도는 다양한 형태로 설계될 수 있으며 이의 실행을 위해서는 적용시기, 적용대상, 적용방식, 배출권 할당 방법, 감시 및 강제, 거래소 운영 등 많은 세부요소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설계변수는 배출권에 대한 할당방법이다. 배출권 할당은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자산을 배분하는 것으로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다양한 경제 주체의 행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무상배분보다 경매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경매는 오염자 부담원칙을 충실히 반영하므로 공정성 측면에서 우수할 뿐만 아니라 경매를 통한 가격신호가 시장의 효율적인 작동을 촉진하게 되며, 경매 수입은 다른 왜곡적 조세의 경감이나 기술개발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무상배분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 조기감축행동에 대한 불이익, 신규 및 폐쇄 사업장에 대한 부적절한 인센티브의 제공, 보조금 효과를 통한 산출물 시장의 왜곡(Updating의 경우) 등을 회피할 수 있다. 아울러 무상할당으로 인해 수준을 넘어서는 보상 역할을 함으로써 오염물질 배출자가 횡재이윤(windfall profit)을 얻게 되는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존의 사례를 통해서도 배출권 할당방법으로서 유상경매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배출권 경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배출업소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배출량을 모두 경매로 할당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록 단기적으로 무상배분의 이용이 불가피할 경우라 하더라도 경매방식으로의 조기 이행은 합리적인 경제질서의 확립을 위해 필요한 원칙이라 판단된다. 또한 배출업소의 재정적 부담은 단계적인 접근과 경매수입 재분배를 통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소폭의 배출량 경매를 실적기준 분배와 병행해 시작하고 점차 배출량 경매의 비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초기에는 배출량의 할당을 비교적 여유 있게 하고 이를 점차 줄여나감으로써 배출권 가격(경매시 낙찰가격)을 점진적으로 높여갈 수 있다면 배출업소 입장에서도 초기 재정부담이 작아지고 중장기적인 기술개발 및 투자를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배출권 경매수입은 배출업소가 부담하는 타조세(국민연금 사업자 부담금 또는 법인세 등)나 국가경제 차원의 기타 조세(소득세나 법인세 등)의 왜곡효과를 경감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배출업소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국가 차원의 조세체계를 효율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국제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는 업종의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무상배분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특히 관련 업종에 있어서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가 충분한 강도의 온실가스 규제를 하지 않고 있을 경우 국제경쟁력 보호를 위해 무상배분을 통한 지원이 불가피하다. 또한 무상할당방식 중에서도 과거 배출량에 기초한 무상할당이나 벤치마킹보다는 Updating방식이 보다 강력한 지원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EU와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국제경쟁력 보호를 위한 무상할당 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제경쟁력이란 경쟁상대 국가와의 상대적 개념이므로 주요 교역대상국의 정책 동향을 토대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예를 들어 주요 교역상대국이 Updating을 적용하고 있을 경우에 벤치마킹에 따른 무상배분만으로 경쟁력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중요 교역상대국이 온실가스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도 벤치마킹보다는 Updating 방식이 보다 효과적인 국제경쟁력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의 할당방식 설계 시에 가능한 한 경매의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피규제 기업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고 온실가스 규제의 적응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도기적인 무상할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상할당의 경우에는 가급적 산출물 시장의 왜곡이 심한 Updating보다는 벤치마킹과 같은 불변실적 기준 무상분배의 적용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제경쟁력에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대해서는 경쟁대상 국가의 온실가스 규제수준 및 할당방식을 고려해 국제경쟁력 왜곡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례적인 무상할당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이 경우 경쟁대상 국가의 온실가스 규제 강도 및 배출권 할당유형을 고려한 전략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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