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
▲손혜현 교수

21세기 전 세계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아마도 환경문제일 것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2057만㎢에 달하는 면적(전 세계 지표면의 15%)에 약 4억 7천만의 인구가(전 세계 인구의 8%) 35개의 독립국을 이뤄 살고있는 중남미 지역은 전 세계 삼림지대의 23%와 강우량의 29% 그리고 생물종 60~70%가 집중된 자연환경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다. 그러나 자연환경이 풍부한 만큼 기후변화에는 취약한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많은 중남미국가들은 기후변화현상에 대한 이해와 이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근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기체는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며, 화석연료는 주로 에너지 생산을 위해 사용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기후변화문제는 바로 에너지 문제이며, 에너지 문제 해결이야말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선진국의 기후변화대응정책의 핵심이 신재생에너지정책과 에너지효율화정책에 높은 비중을 두고있는 것만 보더라도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있어서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정책은 크게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적응(adaptation)전략과 보다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완화(mitigation)전략으로 구분된다. 가장 대표적인 완화전략으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들 수 있다. 중남미 전체 면적의 47%가 삼림지대이고, 전 세계 재생가능한 수자원의 1/3을 보유하고 있는 중남미지역에서 재생에너지정책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며, 실현 가능한 기후변화대응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남미 지역은 35개국 이상의 다수의 국가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단일하며 일관적인 정책이행이 어렵다. 따라서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0.6%(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88%(파라과이)에 이르기까지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활동요가 가장 높은 중미지역에서는 이미 10-50%의 가솔린을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대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지역의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약 25%(2004년 기준)에 달한다. 12.4%(2007년 기준)의 세계적 수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중남미 지역의 재생에너지 매트릭스를 보면 바이오매스, 태양열, 태양광, 지열, 풍력, 수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원 중에서도 특히 수력(11.3%)과 사탕수수 바이오매스(5.7%) 두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풍력, 태양열, 태양광, 조력, 지열 등 보다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기술이 급격한 증가추세에 있고, 수력과 바이오매스의 경우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원의 다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중남미지역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공급부족 화석연료가격의 상승 그리고 기후변화문제 극복을 위해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나,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의 부재와 기술과 자본의 부족으로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중남미 지역의 경우 비용과 경제성장을 우선 고려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재생에너지정책은 비용 측면을 우선 고

려하는 다수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서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중남미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취약한 수력과 환경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이 지역 재생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산업은 21세기 가장 각광받는 유망산업이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기술의 부재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사업성과 혜택에 대한 정책결정자들의 인식 부재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에서 재생에너지 정책은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발전 초기단계에 있는 중남미 지역의 환경시장은 앞으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공급부족 그리고 기후변화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분야에서의 수요가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자원개발의 잠재성은 크나,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중남미 지역은 한국과 좋은 협력파트너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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