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새로운 재해, 태풍·홍수보다 인명피해 커

측정시스템 개발 등 예방 위한 법제화 필요해

 

케이웨더 대표이사 김동식.
▲케이웨더 김동식 대표
폭염은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새로운 재해 유형이다. 해가 갈수록 최고·최저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폭염 일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일본, 중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작년에는 중국과 인도에서 40도를 웃도는 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열중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2003년 8월 유럽에는 40도를 넘는 고온이 10일 넘게 지속되면서 프랑스에서만 1만5000여명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3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미국의 경우 1995년 시카고에서 46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1901년 중서부의 폭염으로 950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 통계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서울에서 738명의 폭염 사망자가 발생 했는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10년 동안 고온에 의한 열사병 등의 질병으로 서울, 대구, 인천, 광주에서 2131명이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기간 태풍이나 홍수로 사망한 1367명 보다 많은 수치(1.6배)였다. 연구원은 또 지구온난화의 영향 등으로 2030년대에 300명, 2050년대에는 600명 이상이 서울에서만 폭염으로 숨질 것으로 예측해, 폭염에 취약한 노인계층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우리사회에 심각한 기상재해로 인식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발생되는 ‘열중증(熱中症)’은 신체가 견뎌 낼 수 있는 한계보다 더 많은 열에너지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열경련과 열피로 그리고 열사병 또는 일사병으로 이어지는 급격한 신체장애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초기에는 흔히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는 어지러움, 구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열중증은 주로 고온다습한 환경이나 무더위 속에서 야외 작업이나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열중증은 일반적으로 33℃가 넘는 고온이 지속될 경우 많이 발생한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소가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과 8월 도쿄의 기온이 30℃를 넘어서면서 열중증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됐다.

 

그러나 33℃ 이하에서도 열중증에 의한 응급환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기온이 급격하게 올랐을 때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될 때도 열중증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열중증은 더위에 적응되지 않은 사람에게 나타나기 쉬운데 더위에 익숙해 지지 않은 시기에 발생 빈도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서늘한 여름에는 오히려 더위에 익숙해질 기회가 적기 때문에 32℃이하의 기온에서도 많은 열중증 환자가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일교차가 심할 때도 열중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상청에서 발표하고 있는 폭염경보에 사용되는 폭염지수는 열지수(Heat Index)이다. 이 열지수는 미국에서 개발된 지수로 일반적인 폭염을 나타내는 데는 좋은 지수이다. 그러나 그늘지고 바람 부는 환경(백엽상 내)에서 관측된 기온을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태양빛에 노출된 환경을 반영해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각급 교육기관에는 온도지수에 따른 야외 활동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학교장이나 교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는 실정으로, 국가 차원에서 폭염 지수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해 학교, 체육기관, 산업현장 등에 외부 활동 기준을 제시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의 경우 자위대에서 훈련 안전성 향상을 위해 WBGT(Wet Bulb Globe Temperature, 열중증 예방 정보) 지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 환경성과 기상협회는 WBGT 지수를 기본으로 폭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실생활과 산업현장 등에서 활용될 수 있는 지수를 통해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불가피하게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 운동하는 학생, 훈련하는 군인들이 있는 만큼 그에 적합한 지수 개발과 폭염 예보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WBGT는 기온, 습도, 복사열, 기류 등 열중증을 유발하는 환경의 4가지 요소를 반영한 지수로 실외 노동과 운동 시 열중증 예방에 있어 다른 온열지표들 보다 효과적이다. WBGT 지수는 미국에서 처음 개발돼 현재 유럽, 일본 등에서 열중증 예방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ISO 기준을 통해 국제적으로 표준화 돼 있다. 미국에서는 군을 중심으로 혹서 군사훈련시 열사병 환자를 막기 위해 WBGT 지수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에서도 훈련 안전성 향상을 위해 WBGT 지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 환경성과 기상협회는 WBGT 지수를 기본으로 폭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군과 노동부에서도 WBGT에 따라 훈련 및 작업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지수 활용이나 장비 이용이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폭염에 대비한 정부차원의 대처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WBGT 지수를 예보하고, 위험지역에 WBGT 관측장비를 설치해 사전에 폭염발생에 대비하고 폭염발생 시 원활한 대응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고열작업환경에 WBGT 관측장비 설치 의무화 및 해당 WBGT 지수에 맞춰 작업시간을 설정 등을 포함하는 법을 제정하고 철저히 지키도록 해 열사병 등의 열중증에 의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폭염 재난 대비 시스템을 마련하는 국가의 정책적인 노력과 열중증 예방을 위한 연구지원은 물론 정부 차원의 재해 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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