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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 교수
“사람은 물건을 적게 가진 만큼 풍요롭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라는 유명한 철학자가 ‘월든(Walden)’이라는 책에 기록한 말이다. 저자는 1845년 3월부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기 시작해 같은 해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그곳에서 홀로 지내며 자급자족 생활을 했다. 자급자족 생활 이후 저술한 책이 ‘숲속의 생활(Life in the Woods)’이라고도 불리는 ‘월든’이다.

 

이 책에서는 자연환경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동시에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이 가져다준 폐해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나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소비해야 풍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정반대인 의견을 제시해 경각심을 준다.

 

적정한 소비를 넘어 후손들 몫까지 누리는 과도한 풍요를 전문가들은 ‘초대풍요’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세상에는 중용을 취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은 만큼 소비에서도 중용을 취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과도한 소비는 허세와 교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반면에, 적정한 소비는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일정한 소비 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잉 소비와 초대풍요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한번 높아진 소비 수준을 낮춘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절약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게 들리는 ‘지나친 풍요’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소비지향적 태도는 최근의 일이고, 절약은 오랜 인류의 전통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물건을 재활용하거나 다시 사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몸에 밴 자연스런 생활습관이었다. 그만큼 소비가 미덕인 삶을 살고 있는 소비 습관은 인류 역사상 최근의 일이라는 이야기다.

 

또 한가지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모든 인류가 과도한 소비를 누리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구촌 한쪽에서는 풍부한 자원으로 초대풍요와 과소비,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절대빈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인구의 5분의1 정도가 절대빈곤 상태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구촌 어린이의 3분의1 정도가 영양실조 상태에 걸려있다. 해마다 1200만명의 어린이가 약이나 주사로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에 감염돼 다섯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사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세계보건기구의 한 보고서는 ‘빈곤은 인류의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현재 인류는 초대풍요와 절대빈곤이 공존하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그 자체만으로 비극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가 돈을 쓸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살기 원하는 종류의 세상에 표를 던지는 것이다(Every time you spend money, you're casting a vote for the kind of world you want.)”라는 안나 랩(Anne Lappe)의 말은 우리의 소비가 가져야 할 책임감을 일깨워준다.

 

적정소비와 절약은 깨달은 사람들의 현명한 선택이다. 절약이 미덕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절약이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소비라는 인식도 확산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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