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3D 입체 일기예보 기술 개발 박차

맞춤형 기상서비스 등 민간시장 성장 기대

 

기상청_이우진.
▲ 기상청 이우진 수치모델관리관
요즘 시중에서 3D 영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바타’에서 보듯이 손에 잡힐 듯한 입체감,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한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전통필름의 결합으로 새로운 차원의 영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는 어린 소녀가 토끼 굴에 빠져 언더랜드에 들어가서 미친 모자장수와 함께 독재적인 붉은 여왕에 맞서 싸우면서 벌어지는 환상과 모험의 세계를 3D로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3D영화는 두 개의 눈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피사체를 바라보고, 각각의 정보가 뇌에서 합쳐지면서 입체적인 감각이 얻어지는 생리적인 과정을 이용한 것이다.

 

슈퍼컴퓨터에서 분석하고 예측한 수치기상자료들도 3D 효과를 내는 데 필요한 기본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사이버 공간(cyberspace)에서 대기는 질서정연하게 사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바둑판이 양파껍질처럼 연직으로 포개어진 3차원 격자점들의 집합으로 분해된다. 대기상태는 각 격자점에서 기온, 습도, 바람의 디지털 값으로 환원된다. 슈퍼컴퓨터는 매분 각 격자점의 값들을 갱신해, 대기 상태의 변화를 연속사진으로 재구성한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거나 육안으로 식별하는 구름, 강풍, 비, 눈, 황사, 안개도 컴퓨터의 그물망에서 재현된다. 이렇게 해서 매일 오창의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서 생산하는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의 용량은 자그마치 2테라바이트(TByte) 이다. 신문지 1억6000만장의 분량이다.

 

3D 영화가 입체적인 실세계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기상영상은 슈퍼컴퓨터에서 분석한 3차원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를 기상위성이나 레이더에 잡힌 비구름에 비유한다면 영상 후반제작의 애니메이션 그래픽은 관측되지 않은 사각지대의 기상 분석 작업과 유사하다. 전통적으로 기상정보는 음성이나 문자로 전달됐으나, 멀티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최근에는 그림이나 영상의 형식으로 제공된다.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동네예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동한 마을지도위에 임의 지점을 클릭하면 기온과 하늘 상태가 동 단위로 나타나는가 하면, 모레까지 3시간 단위별로 강수와 바람 등 12개의 기상요소의 정량적인 변화경향도 함께 보여준다. 인터넷 기상해설 코너인 ‘날씨-on’에서는 인터넷 매체의 장점을 살려 수시로 입전되는 기상관측자료가 분석되는대로 기상콘텐츠가 갱신돼, 항상 최신의 기상정보가 네티즌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에서도 동네예보와 각종 기상특보를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 기상정보들이 아직은 2D 그래픽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앞으로 통신과 데이터 처리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개인용 단말기의 처리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면 모바일에서 3D 영화를 보듯이 구름과 바람과 강수현상의 예보를 받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컴퓨팅 기술의 발전으로 금년 말까지 도입예정인 슈퍼컴퓨터의 처리속도는 초당 683×1012번에 이른다. 처리속도는 2년마다 2배 이상 빨라지고 있어, 오는 2020년 이후에는 초당 1018번 이상 계산하는 초고속 슈퍼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과학도 더욱 발전해 대기 중 화학물질의 작용과 변화가 대기운동과 맞물려 예측되고, 도시의 빌딩 숲이나 차로 위의 미시 기상의 변화도 분석이 가능해지고, 태양의 흑점활동이 미치는 자기 폭풍과 통신 교란 현상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기상시장도 빠르게 성장해 멀티미디어 산업과 융합한 고객 맞춤형 기상서비스 상품이 많이 출시될 것이다. 특히 모바일과 3D TV의 출현과 함께 방송 캐스터들이 3D로 재현된 태풍의 눈을 따라가거나 폭풍우 속에서 연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불려 올라가며 느꼈던 우박과 회오리바람 소리처럼 ‘보디히트’에서 플로리다 해변의 무덥고 끈적거리는 일몰에 관능적 여인 매티와 변호사 러신 사이에 무언가 어두운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처럼, 뮤지컬 ‘오클라호마’에서 들판에 드리운 낮은 비구름과 함께 풍겨오는 진한 흙냄새처럼, 4D 영상과 오감으로 전해오는 실감나는 일기해설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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