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속도나 높이가 아니다

우리가 가장 행복을 느끼는 삶의 속도는 얼마일까?

 

에코북
네팔 테라이 평원에는 최고 속도 시속 12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가 있다. 지붕에도 기차 머리에도 사람들이 걸터앉아 가지만 삶의 풍경이 마음에 찍히는 테라이 사람들의 눈빛엔 언제나 행복이 그득하다. 그럼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며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행복과 시속 12킬로미터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엔 어떤 근원적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대개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행복한 날이 오겠지” 하며 죽어라 일만 한다. 팔꿈치로 남을 밀쳐야 내 생존이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을 유예시키며 산다. 그리고 월급은 한 달에 한 번씩 받아오면서 스트레스는 날마다 집으로 가져온다. 이유가 뭘까? 저자는 경제 발전의 논리인 ‘시간은 돈이다’부터 뒤집어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삶에서 속도나 높이를 추구할수록 늘 쫓기게 마련이므로 ‘시간은 생명이다’라고 말이다. 자신의 시간이 돈과 교환되지 않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행복은 늘어난다고 본 것이다.

행복의 출발점은 자기사랑이지만 저자는 개인적 행복이 빠진 사회의 행복도, 사회적 행복이 빠진 개인의 행복도 모두 불완전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은 나와 우리를 둘러싼 사회 구조의 문제도 기득권의 입장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시각’으로, 소통과 연대, 사랑의 패러다임으로 함께 성찰한다. 나 혼자만 꿈꾸면 꿈으로 남지만 여럿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마실 물을 내가 모두 마시고 있는 건 아닌지를 돌아보는 내면의 행복,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같은 대접을 하는 사회적 행복도 동시에 키우자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속도와 높이의 삶을 걷어내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나와 내면이 더불어 사는 참 행복의 철학을, 이웃과 차 한 잔 마시듯 음미할 수 있다. 돈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질서를 회복해야 행복한 세상이 열리고, 정의도 꽃핀다고 역설하는 저자는 탐욕의 경제가 이끄는 속도의 삶에서 벗어나야 걷기와 자전거 타기, 이웃과의 만남이 늘어나 마음의 밭을 갈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래서 독자에게 권한다. “지금부터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의 속도를 찾아보시라.”

 

어머니 대지를 사랑하라

 

세상이 돈벌이 경제에 올인하면 모두 부자가 될까? 그래도 지구가 견딜까? 저자는 자연에 깃든 메시지를 경청하고 따르는 삶, 조화와 균형의 공동체 정신을 살려 다른 생명체와도 더불어 사는 법을 안내한다. 그러나 현실은 조화롭지 못하다. 탐욕을 기초로 하는 경제 원리가 일상에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일갈한다. 돈으로 변화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 현대판 부의 연금술사들을 멈춰 세워야 한다고 말이다. 이들을 멈춰 세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려면 첫째, ‘개발과 성장이 곧 풍요’라는 등식의 허구를 깨고 ‘나부터’ 실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둘째, 작은 ‘규모의 경제’ 속에서 행복을 찾자며 ‘대량 생산-대량 유통-대량 소비-대량 폐기’를 핵심으로 하는 탐욕적 사회경제 구조와 삶의 가치관을 근원적으로 바꾸자고 한다. 셋째, 사람의 건강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려면 자연의 순환 원리를 닮은 적정 생산과 적정 소비의 시스템에서 살자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새로운 ‘진보’의 철학을 제시한다. 물질적 풍요를 끝없이 추구하는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더는 사다리 ‘올라가기’를 고집하지 말고 ‘땅으로 돌아가기’, ‘풀뿌리로 돌아가기’, ‘본심으로 돌아가기’의 철학을 ‘나부터’ 실천하자고 말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강수돌

 

현재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이다.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독일 브레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강수돌 교수는 ‘돈의 경영’이 아닌 ‘삶의 경영’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대학 교수인 그는 ‘나의 작은 실천’이 참 행복의 길을 열고 사회도 바꾼다는 믿음에서 2005년 5월부터 2010년 6월까지 5년간 시골 마을의 이장을 지낸 바 있다. 학교 근처 서당골에 귀틀집을 짓고, 가족과 텃밭을 일구며 세 명의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웠고 자연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사는 그는 돈벌이가 아닌 살림살이의 관점에서 사회와 삶을 바라보고 ‘아래로부터의 시각’으로 이웃과 역사를 바라볼 때 희망이 열리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도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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