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최대 조업국의 하나인 우리나라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이 제정한 일련의 조업 관련 보존 조처와 지침을 따라야 하지만 위반하는 사례가 잦아 국제 사회에서 환경보다 자국의 이익만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열린 28차 카밀라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남극보호연합(ASOC) 한국지부 박지현 캠페이너를 만나 남극생태계 보전에 있어 한국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1976년 이후 크릴 비롯한 대다수 종 감소

정책 결정자가 환경 위기 제대로 이해해야

 

박지현인터뷰사진1
▲남극보호연합 한국지부 박지현 캠페이너
Q. 지속되는 기후변화로 남극의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기후변화가 지구에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아직까지 과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온도가 어느 정도 상승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기후변화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1세기 동안 지구 온도가 평균 0.74도 상승(다른 기후 변화 모델에 따라서는 1.4도 상승까지 보기도 한다)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가 1세기 간 이 정도의 온도가 상승할 동안 남극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남극의 기후변화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제공한 데이터를 보면 단지 지난 30년 간 무려 4.5도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한다. 남극은 아주 오랜 시간 물리적으로 안정돼 있고 기후도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던 곳이었기에 지구 온난화의 여파에 더욱 취약하다. 그 결과로 남극반도 지역에서는 전체 빙하 244개 해빙 중 87%에 해당하는 212개의 해빙이 녹고 있다. 반면에 로스 해 부근 빙하는 더욱 더 두꺼워지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온도 상승과 함께 빙하가 녹으면서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 남극조사단(BAS)의 앵거스 앳킨슨Angers Atkinson 박사가 1926년부터 2003년까지 일정한 기간을 두고 남극 주변 바다인 남서 대서양의 크릴 생물량 밀도를 조사했는데 이 해역에서 1976년 이후 크릴이 80%나 줄었다는 것을 알았다. 크릴 뿐만 아니라 빙하와 육상을 근거로 살아가는 펭귄, 해표, 물개 등 여러 생물들 중 일부 종의 개체수가 줄고 있는 현상은 당연히 일어나고 있다.

 

Q. ‘크릴’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극지연구소의 신형철 박사님과 일전에 인터뷰를 할 때 박사님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고 할 때의 그 새우가 바로 크릴이라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실제 고래가 주로 먹이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크릴인데, 새우와 비슷한 모양의 외양 갑각류로 크릴 안에 85여 종이 있다. 남극 크릴은 그 중 한 종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고 또 가장 넓은 집단 분포를 하는 해양 생물이다. 길이는 약 6~7cm까지 자라고 무게는 약 2g인데 이 조그만 크릴이 최장 8~9년 까지 장수한다고 한다. 이렇게 작지만 펭귄, 고래, 바다표범, 털가죽 물개, 알바트로스, 바다 새 등 남극 생물종의 대부분이 크릴을 주요 먹이로 먹는다. 그야말로 남극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종이라 할 수 있다.

 

Q. 무분별한 크릴 새우 조업작업이 남극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A. 사실 현재 남극해 크릴 조업은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Convention on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에서 정한 제한량과 조업 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남극보호연합(ASOC)과 시민환경연구소가 2008년부터 펼쳐온 ‘남극크릴보호프로젝트’가 일정한 성과를 얻어 실질적인 조업 제한량과 옵저버 승선 조처를 이끌어낸 덕분이기도 하다. 제도적인 틀은 어느 정도 도입됐으나 아직까지 업계와 조업국들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Q. 한국업체가 조업시 위반한 사항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한국 업계가 지난 해 남극해 조업에서 위반한 사항은 사실 사소한 사항들이다. 예를 들어 이빨고기 조업을 할 때 바다 밑으로 낚시줄을 드리울 때 스트리머 최소 길이를 위반한다든지, 바다새가 달려들어 죽지 않도록 주낙 추 사이의 간격을 지키지 않거나 하는 등의 문제였다. 사실 업계나 정부 쪽에서는 사소한 실수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에서 배를 타다 보면 그런 실수가 일어난다라는 변명은 너무 옹색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1970년 대 남빙양으로 진출한 꽤나 오래된 조업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회의장에서 각종 보존조처 도입에 소극적이고 이해 관계가 걸려 있을 경우는 반대를 하기도 하는 등 환경 보존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이런 위반 사항은 괘씸죄에 걸려들기 좋은 문제다. 정부와 업계가 NGO를 외면하려고 하지 말고 보다 열린 태도로 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과 열의를 보여주면 장기적으로 업계와 정부의 경제적 이익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한국 정부가 남극 환경보전을 위해 지향해야 할 정책은.

A. 남극보호연합(ASOC)의 한국 담당자로 4년 전부터 일해 오면서 느낀 것은, 남극 해양생태계 보존에 가장 큰 관건은 바로 ‘국익을 넘어서는 전 지구적 협력’이다. 아무리 어떤 과학자가 오랫동안 연구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아무리 좋은 보존 조처나 정책을 제안하더라도, 일부 몇 국가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대의적’인 협력을 해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결국 정책 결정자들이 남극 환경의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히 공조해야 한다. 또 이 정책 결정자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결국 각 국의 시민들이 지구 환경 보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여론을 형성해 정책이 변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현재 한국 업계가 남극해에서 잡고 있는 이빨고기가 지속적인 보존 관리가 되지 못해 자원량이 급감하면 업계와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열심히 잡았던 참치도 자원량이 줄고 있어 업계도 고민이 많지 않나. 또 한국은 남극해의 조업 강국 뿐만 아니라 최근에 2기지 건설까지 확정하는 등 남극 연구의 강대국 반열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2기지가 건설되는 테라노바 베이에 인접한 해역인 로스 해의 ‘해양보호구역(MPA)’ 설정에 대해서는 매우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할 경우 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근거 없는 어리석은 우려다. 순전히 경제적인 효과로만 따져봤을 때 한국 전체 GNP의 몇 프로도 되지 않는 남극해 원양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것과 그보다 몇 배나 되는 이익이 될 수 있는 환경 보존 명분을 갖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정부와 업계에 묻고 싶다.

 

showgu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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