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부이사관
아세안 국가들의 친환경적인 성장에 기여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최근 열린 ‘제9차 아세안+3 환경장관회의’와 ‘제2차 동아시아 정상(EAS) 환경장관회의’는 아세안 국가들과 주요 파트너 3개국인 한·중·일이 참여하고 여기에 호주, 뉴질랜드, 인도가 가세한 회의이다. 특히 EAS회의는 지속가능한 도시에 초점을 맞췄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 회의에는 환경부 차관이 참석해 환경부의 사업 확대 기회를 설명하고 각 아세안 국가들이 환경분야에서 시급한 과제들을 논의했다.

 

특히 한국은 열대우림보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3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열대우림은 CO₂ 흡수 효과뿐 아니라 홍수, 태풍 등의 피해를 막는 데도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분별한 벌채로 점차 면적이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을 훼손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흔히 말하는 ‘먹고살기 어려운’ 국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변국들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그린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아세안 국가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록 우리는 일본만큼의 공적원조(ODA)를 아세안 국가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비율을 점차 높여 국제적 수준에 맞춰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국가 원조 초기에는 기아와 빈곤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만 점차적으로 개발지원이 필요하게 된다. 당장 급한 식량을 해결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가능하도록 환경분야의 공적원조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특히 이웃 일본의 경우 환경분야에 대한 공적원조 규모를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지구환경전략연구소와 같은 민간기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빵이나 옷의 원조에서 개발원조 단계에 들어서면 송전탑과 같은 산업 인프라 시설이 필요하게 되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물 공급, 하수처리, 폐기물 처리와 같은 환경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아세안의 신흥 개도국들이 바로 이 단계에 와 있어 앞으로 환경분야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사업들은 현재까지 전적으로 외교부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대사관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국제기구의 지원금이나 아세안 개발기금 등을 통해 지원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약점이 있다. 아직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진출하기에는 그들의 산업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는 이들 국가에 공적원조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한국과 동아시아가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ASEAN 국가들이 환경분야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파악해 타당할 경우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공적원조에 대해는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우리가 도와야 할 때’라는 도덕적인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이익이다.

 

선진국은 같은 금액을 지원하더라도 제품의 가격 자체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 반면 우리는 적은 금액으로도 현지에 맞는 기술을 지원할 수 있어 개도국에서도 호응이 높다. 이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동시에 우수한 국내 환경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개도국에 진출하고 이후의 장기적인 사업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후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한 현지 사업은 물론, 선진국으로의 역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 환경산업의 활로를 해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도국 지원을 통해 국가적 위상이 올라가면 국제협상 테이블에서 발언권과 함께 외교적 역량이 강화되는 계기가 된다. 공짜로 돈을 퍼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효과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일찍부터 미국과 EU, 일본 등에서는 포화 상태에 이른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제3세계에 원조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미리 선점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바보라서 그렇게 했겠는가?

 

아울러 우리는 2008년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천명 이후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국가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을 원조함에 있어서 유럽의 산업화 시기나 한국의 60, 70년대처럼 대기와 수질을 오염시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으로 산업을 발전시켜 녹색강국 코리아의 이미지를 높임은 물론, 아세안 국가들의 환경보전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환경외교는 여타 경제외교나 자원외교만큼이나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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