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부족으로 난항 중인 ‘유채 시범사업’

건강한 생산자·안정적 원료확보가 관건

 

이현민소장.

▲ 부안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

바이오에너지를 이용하는 나라들은 그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작물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유리한 작물을 선택해 이를 바이오매스 자원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옥수수, 브라질의 사탕수수, 독일의 유채, 스웨덴의 나무를 이용한 목질계 바이오매스 등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생산성이 높고,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고, 비용 면에서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유리한 에너지작물은 무엇일까? 여전히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어떠한 작물이든 에너지작물의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원료곡의 확보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농민들에게 생산비를 보장하는 것이 선결의 문제이다. 가격이든, 보조금의 형태이든 생산자에게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기준은 무엇으로 하여야 할까? 2모작 작물의 기준이 되는, 최소한 보리 수준의 소득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품종 개발이 따라야 한다. 좁은 국토에 1모작으로 에너지작물을 경작한다는 것은 농민의 경제성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국토이용이나, 국민정서 등 여러 면에서 합당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가을뿌림에 의한 2모작이어야 할 것이다.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위해서라면 수량이 보장되고 내한성, 내병성이 강한 품종이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 농업관련 유관기관의 협조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바이오디젤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산자와 안정적인 원료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바이오매스에 대해 반대하는 운동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 국가들이 바이오디젤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에 대형 팜유 농장을 건설해 수입하는 경우이다. 이를 두고 착한·나쁜 에너지로 굳이 구분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도 바이오디젤용 원료의 국제가격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할 수도 없다. 당장에는 ‘싼 게 비지떡’일지 몰라도, 자원민족주의 앞에서 원료곡이든, 바이오디젤이든 원료의 안정적 수입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속담에 ‘말로 밥을 지으면 조선 사람이 다 먹고도 남는다’고 했다. 시대적인 추세이고 흐름이더라도 결국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수립하느냐에 일차적으로 달렸다. 전국 부안을 포함해 전남과 제주도에 각각 500ha씩 1500ha에 ‘바이오디젤용 유채 시범사업’이 3년 동안 실시됐다. 그런데 아직도 유채는 일반적으로 에너지 작물로서보다는 경관작물로서 ‘노란 꽃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석유를 대체하는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에너지 작물로서의 유채에 대한 홍보와 활용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진행되지 않은 채 단지 ‘시범사업으로서 3년’으로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원료곡의 확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이 없으면 지속성은 불가능하다. 일반 농산물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듯이 국제 곡물가와 단순 비교해서는 국내 원료곡의 가격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경우 자국 농업의 생존 또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농민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려움을 감수하며 어렵게 유지해 왔던 바이오디젤용 유채에 대한 시범사업 마저도 포기하고 말았다. 근거는 국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바이오디젤용 유채 시범사업의 경우 예산은 고작 1년에 26억원의 사업비인데, 이를 두고 정부의 재정부담 운운하고 있다.

 

기업은 어떠한가? 제조업체를 포함한 바이오디젤 기업, 재생가능 에너지 기업들의 대부분이 정부와 시민사회 단체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자체의 기술개발과 생산 및 소비시장 확보에 노력하기 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해다 팔기 일쑤이다. 정책을 탓하고, 지원금 타령만 반복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이 가장 중요하고 지원금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기업의 몫이 있다. 시장을 형성하고 수요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지자체는 어떠한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예로 들면, 중앙정부보다 앞서서 지역의 에너지 정책과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앞선 정책을 펼쳐나갔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지자체는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보다 먼저 가는 길에 대한 부담 등이 팽배해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 추진하는 사례가 유명하다 싶으면 껍데기만 베껴오거나, 일이 되겠다 싶으면 체계적인 준비 없이 무조건 달려들고 있다.

 

정부든, 생산농민이든, 지자체와 기업이 서로를 탓하고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역할을 나눠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할 때이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기회가 가까이 온다.

 

우리에게 두 가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에너지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다. 나쁜 소식은 석유가 고갈되면서 유가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 역시 석유가 고갈되면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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