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촉진 위한 역세권 개발법 필요

역 중심의 보행 친화적 도시설계 강조돼야

 

성현곤박사2
▲한국교통연구원 미래도시연구센터 성현곤 센터장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던 승용차 중심의 통행패턴과 택지개발은 공로상의 교통혼잡과 더불어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를 악화시켜 왔다. 21세기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녹색교통 중심의 공간구조와 교통체계의 구축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한 시기다. 이는 20세기 자동차 중심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지혜로운 성장(smart groth)과 일맥상통 하고 있다.

 

TOD는 대중교통 중심의 공간구조로 개편하고자 하는 도시계획적 접근으로 마을, 도시, 지역, 국토단위에서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대중교통 중심의 국토 공간구조 개편은 최근 국가에서 발표한 고속철도망 구축계획과 더불어 고속철도역을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 즉 주택공급 및 지역산업의 유치 등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고속철도역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 경제권 구상에서 중요한 교통결절점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고속철도역을 교통결절 기능과 더불어 경제활동의 거점, 정보교류의 거점으로 형성하게 하는 도시개발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대중교통 중심의 국토공간구조를 개편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광역급행철도(GTX)는 지역, 특히 수도권의 공간구조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개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광역급행 철도를 서울과 연결하는 고속 네트워크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향후 공급돼야 할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도시개발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성장의 핵심동력인 급행 철도역을 중심으로 추진함으로써 대중교통 중심의 지역 공간구조의 개편이 가능하게 된다.

 

대중교통 중심의 국토공간 및 지역공간의 구조적 개편은 철도역을 중심으로 한 고밀도의 복합적 개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의 국가교통체계효율화법,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 이 3가지 법은 역세권 개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다른 2가지 법에 비해 보다 포괄적이다. 그러나 이 법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개발을 달성하기에는 그 근거규정이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대중교통 중심의 공간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대한 4가지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는 역세권 개발이 대중교통의 이용촉진을 위한 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단순히 철도역 주변의 도시개발이 주요 목표이다. 그러나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개발이 되기 위해서는 이와 더불어 교통에 대한 기능이 보다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입법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는 철도 건설과 함께 도시개발이 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 도시가 개발되고 나서 철도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되는 것은 이미 승용차에 익숙한 사람을 철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승용차의 편리함과 속도 등 다양한 편익을 포기하고 철도로의 이용 전환은 어렵다. 즉 GTX의 해법 역시 도시가 개발되고 난 후 교통문제 해소를 위한 철도 건설이기 때문에 승용차 중심의 통행 패턴의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보다는 기존의 버스 이용자를 많이 끌어들일 확률이 높다.

 

셋째는 철도역 중심의 보행 친화적인 도시설계에 대한 계획 수립 규정이 보다 강조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세권 개발은 철도역의 입지적 중요성을 이용하면서도 실질적인 고밀도 개발은 간선 가로변으로 이뤄졌다. 최근 제정된 역세권 법률에서는 철도역으로의 접근성이 보다 편리할 수 있도록 보행망과 자전거 도로망, 그리고 승용차의 통행속도를 줄일 수 있는 교통정온화 기법 등이 계획수립 규정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역 중심 도시개발에서 임대주택, 장기시프트 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등 1~2인 가구와 중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되도록 행재정적 인센티브가 반드시 연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가구원수가 적은 가구이다. 따라서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철도 역세권 개발에서 이뤄질 경우 철도의 이용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지혜로운 성장을 위한 대중교통 중심의 공간구조 개편은 기후변화의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중요한 도기계획 기법 중 하나다. 최근 제정된 역세권 관련 법률에서는 역 중심의 도시개발의 강조에서 역의 교통결절 기능을 백분 활용할 수 있도록 한걸을 더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최근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중교통 중심의 공간구조와 교통체계는 교통혼잡 등으로 인한 각종 사회경제적 비용의 낭비를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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