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철.
▲정익철 연구위원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순방 중에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원전세일즈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더불어 금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정부가 ‘한국-말레이시아 원자력포럼’과 ‘6개국 초청 국제원전포럼’을 개최하는 등 원전수출에 대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많은 활동을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많은 국가의 정부관계자들은 한국의 원전 도입 과정과 안정적 운전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뿐만 아니라, 한국의 원전 관련 시설을 둘러싼 갈등과 그 해결 과정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원자력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 원자력관련 커뮤니케이션과 국민수용성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원전이 갖는 특수성으로 인해 원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수용성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인식되고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한국은 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UAE 원전 수주 전후의 국내 여론조사 동향을 살펴보면, UAE 원전 수주가 일반국민들이 가지는 원전에 대한 인식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09년도 84.6%에서 88.4%로 3.8%가 증가했고, ‘원전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믿음도 전년도 64.6%에서 70.2%로 5.6% 증가했다. 이 밖에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8% 증가했고, ‘원전 증설을 찬성’하는 의견은 6.5% 증가, ‘원전거주지 수용’ 및 ‘사용후핵연료 인지도’도 4.8% 증가했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여론 조사기간을 조금 더 확대해서 분석해 보면, 원자력발전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는 의미를 가질 정도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자원이 부족한 국가 현실을 감안해 원전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고, 이 비율은 다른 원전 선진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꾸준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의 기본 전제조건은 안전성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원전이나 방사성폐기물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 향상은 향후 원전 관련 프로젝트 진행에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전수출은 국민의 이러한 믿음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원전에 대한 필요성 및 안전성에 높은 점수를 주더라도, 원전을 자신의 거주지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와 원자력 관련 기관들은 이 부분이 시사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원전수출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은 높지만, 국내의 신규 원전 부지 마련과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정책 마련에 대한 지나친 낙관 및 자신감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최근 신규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의 원전수출 대상국으로 거론되고 있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국민수용성이다. 이들 국가는 장기적 에너지믹스를 고려해 원전도입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정부의 중장기 계획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선뜻 실질적인 원전도입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몇몇 원전 도입 관심 국가들이 한국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노하우와 갈등 관련 극복 과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한국의 과거 갈등 극복 과정과 원자력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노하우도 원전수출의 한 프로그램으로써 활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특히, 20여년 간 갈등이 지속됐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중 경주로 선정된 과정은 수용성 확대를 위한 과학적이고 선진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과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원전기술 못지않게 원전수출의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규원전의 부지 선정 문제와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정책 방향 결정은 원전수출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원전에 대한 거부감은 원전 그 자체의 위험에 대한 불안에서 오기도 하지만,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 원전을 30년 넘게 운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중장기 관리 및 처리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 및 처리 방안에 대한 결론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갈등 없이 사용후핵연료 관리 및 처리 방안이 결정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신규 원전부지 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지선정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신중한 결정과정이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및 처리에 대한 문제나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과정과 결과는 이제 국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원전수출 시대를 맞아 한국형 원전에 관심을 갖는 국가들이 우리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정책결정 과정과 국민수용성 증진 방안, 원자력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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