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섬현상 완화, 도심형 홍수 방지

재활용 골재도 콘크리트 블록으로

 

1 (4)[환경일보 박균희 기자]전세계 어느 도시든, 대도시들을 수식할 때 항상 붙는 말이 있다. 바로 '콘크리트 정글'. 현대 도시 건축물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이면서도 가장 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강한 '콘크리트'. 이런 콘크리트로 지구, 그것도 가장 골칫거리인 도시 온도를 낮춘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정답은 YES 다.

 

20세기 산업발달을 거쳐 21세기, 우리는 많은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중 대도시에서 특징적인 환경문제를 꼽으라면 단연 '열섬현상(Heat Island Effect)'일 것이다. 잠 못 들게 하는 여름밤 '열대야'란 이름을 한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유독 도심에서만 열섬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고층빌딩과 아스팔트로 뒤덮인 지표면이다. 그렇다고 고층 빌딩을 모두 없애버릴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 해답은 바로 지표면에 있다.

 

교통 편의를 위해 현대 도시 대부분은 석재, 콘크리트, 아스팔트 등으로 도로와 보도를 정비하고 있다. 편리함을 위해 고안된 자재들이지만 열을 흡수하지도, 분산하여 처리하지도 못하는 이들 때문에 해마다 도심 온도는 상승하고 있다. 국내만 해도 서울의 연평균 기온이 지난 1952년 섭씨 11.3℃에서 2008년 12.9℃로 1.6℃ 상승하고, 대구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12.5℃에서 14.6℃로 2.1℃나 상승한 것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친환경 투수 콘크리트 블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투수성 블록에 대한 인지도나 수요가 꽤 상승한 편이지만 2005년 자사에서 처음 출시했을 당시만 해도 일반 블록보다 가격이 2~4배 비싼 친환경 투수블록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았다.

 

투수성(透水性) 블록이란 일반 콘크리트 블록과 다르게 블록 전면 즉 블록 표면 전체에서 물을 투과시키는 블록을 가리킨다.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수 십 년 전부터 도입해 도심 환경을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투수성 블록은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블록과 블록 하부의 모래층, 노반 등이 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지표면에 닿는 태양열의 양에 따라 수분이 증발한다. 일반 콘크리트 블록이 단순히 열을 머금거나 반사하는데 비교해 본다면 지표면 온도를 낮춰 열섬현상을 완화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도시환경디자인 분야에서는 국내보다 한발 앞선 일본의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4년 6월 일본 오사카시가 책정한 열섬현상 대책 추진 계획 속에서 지표면 고온화를 억제하는 방안으로 투수성 포장, 잔디 주차장 등에 대한 자료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포장재보다 투수성 포장재가 최대 -.7.6℃(화이트 컬러), -4.0℃ (블랙 컬러) 가량의 지표면 온도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열섬현상 완화 이 외에도 투수성 블록은 도심형 홍수 방지, 지하수 함양, 지중생태 보전 등의 다양한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2010년 추석 연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광화문 물난리'의 원인 중 하나가 광화문 광장을 빼곡히 뒤덮은 '물이 빠지지 않는 석재블록'이라는 지적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KS 기준을 통과한 투수성 블록은 시간당 360㎜까지 투과가 가능한데 국내 기상관측 이래 시간당 최다 강수량이 145㎜인 것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집중호우도 모두 투과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앞서 설명한 도심형 홍수 방지를 위한 블록의 핵심 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투수성 블록은 보도, 공원, 광장 등의 보행자로는 물론, 차량 진입부, 이면도로, 주차장 등 다양한 차도포장과 특화된 자전거 도로 등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대의 도시를 위한 기특한 포장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플라스틱이나 종이가 아닌 콘크리트도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투수성 블록이라는 완성품이 가지는 기능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재활용 골재 역시 도심 온도를 낮추는 핵심 인자라고 할 수 있다고 필자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콘크리트도 재활용은 가능하다고.

 

우리는 종종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정답 없는 주제로 토론을 나누곤 한다. 그렇다면 자연과 인간, 누가 먼저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연과 인간은 공생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파괴된 자연 속에서 인간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으며 인간이 멸종한 뒤의 자연이 인간에게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현대인들의 편리함을 위해 고안된 도심의 포장재들이 다시 도심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이 수레바퀴 같은 굴레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서 선진국도, 서울시도, 모두 투수성 포장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에게 편리하고 안전하면서도 환경에 이로운 제품인 다기능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 귀를 기울이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swoo@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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