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생산에서 가축과 인간의 공존으로 

소비행태 변화와 축산업 선진화 동시에

 

돼지 매몰.

▲우리나라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20억 수출의 약 1000배인 2조를 보상비와 방역비로

 지출해야 한다.<사진=동물보호연합>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20억 수출의 약 1000배인 2조를 구제역 보상비와 방역비로 지출해야 하는 뼈아픈 현실을 감안하면 발생 초기에는 100% 현실 보상과 살처분이 맞지만 이렇게 구제역 피해가 일정규모 이상 늘어났을 때는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피해액을 줄이기 위해 구제역 예방성 살처분은 하지 않으면서 방역과 백신 접종을 하고 축산주에게 전통 민간요법을 교육시켜 이를 실천하게 해 피해 규모를 줄여야 했다.

 

구제역 가축농가의 보상과 방역비도 목적 예비비 1조 2000억원 범위 안이든 그 이상이든 국회에서 정해 처리하도록 한다. 보상금도 10마리 내의 소농은 전액 현실가로 현물로 보상해 주고 그 다음 10~20 마리는 90% 보상 등 축산규모나 재산정도에 따라 보상지급 등급을 매겨 차등 지불하되(1억 미만) 보상금이 1억 이상인 경우 현물지급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 중 50%는 시설 개선비나 목초지 구입비, 그 다음 50%는 가축을 다시 사는 비용을 대 주지 현물 지급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축산농의 경우 현물지급하면 축산업 장려금만 지원받은 채 축산업을 그만 두게 되는 등 축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개편을 위해서는 농민들과 협의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정부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구제역이 감기 바이러스처럼 추위에 더 맹위를 떨친다면 방역과 백신 예방접종 외에도 전통 민간요법을 사용하도록 한다. 민간요법은 구제역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따뜻하게 우리를 보호하는 시설(한파 대비시설)을 해 주고 건초나 짚을 삶아 소죽을 먹이는 등 가축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구제역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닌 동사’라는 엄철수 씨 주장에 필자도 축산업을 하고 있는 지인의 말과 일치하는 점이 있어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일부 축산농가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호르몬제와 항생제 대신 토양미생물 제제를 지하수에 섞어 주기적으로 먹이고 축사바닥의 볏짚 등을 자주 교체해 위생적인 환경에서 잘 자라게 하고 가끔 데리고 나와 운동을 시키고 양지바른 야외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도록 하는 등 가축의 바이러스 저항력을 길러 준다.

 

올해 구제역이 유난히 많이 발생한 것은 100년만의 추위라고 하는 이상기후, 정부의 방역정책, 방역예산 부족과 컨트롤 타워 정책부재,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가 많음이 그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단순히 돈을 위해 가축을 키우는 것이 아닌 농민으로서의 비전을 가지고 가축을 키우도록 하는 가치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가축을 건강하게 사육하기 위한 축산 농가의 사육교육도 의무화돼야 한다.

 

유기축산업을 실시하는 일부 농가를 제외하고 우리의 축산업 현실은 축산농가 시설, 방역수준, 사육환경은 후진국인데 국민들의 소비수준과 낙농업 기대수준은 선진국이어서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와 축산업 선진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앞으로는 내수용 축산업도 유기농업과 유기축산업을 연계한 자연농법을 사용하는 농가에만 허가를 내주고 등록된 유기농업과 유기축산업에 대해서만 피해보상을 현실화하는 등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나 보상금 지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축산업이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축산업(factory farming)은 이제 공장식 생산에서 가축과 인간의 공존이란 문화로 전환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원래 영어의 농업 어원을 보면 agriculture(땅+경작, 문화)이다.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땅에 다양한 작물을 심고 땅을 비옥하게 가꾸는 것이 농업문화이다.

 

소 방역.

▲축산업(factory farming)은 이제 공장식 생산에서 가축과 인간의 공존이란 문화로 전환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사진=동물보호연합>


영국이 2001년 사상 초유의 大구제역 피해를 입은 후 다음과 같은 축산정책으로의 방향전환은 한국의 축산업 패러다임 전환에도 참고가 될 것 같아 소개해 본다.

 

1. 수입 사료를 먹이지 않고 현지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곡물과 식물 및 야생풀을 사료로 사용한다(Localization).

 

2. 식량 주권(food sovereignty)을 회복한다. 영국의 2002년 식량주권특별보고서에는 식량과 농업에 대한 환경주의 철학이 들어 있다.

 

“식량주권은 생태계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의 권리이며 민중들이 자신의 고유한 식량의 농업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히 기아 인구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스스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고 충분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가도 해당된다. 아울러 식량주권은 식량생산과 유통시스템을 제약하거나 파괴하는 요인들로부터 농업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을 포함한다(위키디아 참조)”

 

3. 자연농법을 사용한다. 농업은 문화이지 산업이 아니다. 유기농업이 틈새시장이 아닌 정상시장이 돼야 한다. 유기농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유기농 등록 농가만 농작물이나 축산 피해로부터 정부 보상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4. 동물복지(animal welfare)를 증진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천부적으로 부여받았듯이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생태계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죽어야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가축을 우리에 가둬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로 키우고 도축하는 것은 동물권리에 위배되며 그 고기를 먹는 인간에게도 나쁘다. 그리고 산 육우의 수출과 수입을 금지한다. 가축도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죽거나 병에 걸릴 수 있으며 바이러스 감염원인도 된다.

 

공장식 축산인 밀집축산을 금지하고 농업생산(agriproduction)이 아닌 농업문화(agriculture)를 지향한다. 축산복지기준을 정부가 제시하고 이를 따르는 축산 농가에게만 보조금과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것을 수입 농축산물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5. 방목을 장려한다. 집단사육을 금지하고 가축우리를 없앤다(free-range). 대형축산공장이 아닌 소규모의 돌봄 축산으로 전환한다. 소규모의 돌봄 축산은 농촌 일자리를 증대시킨다.

 

6. 가축 먹이를 여러 가지 섞여서 먹인다(Breed bio-diversity). 사료를 사서 먹이면 편식을 하게 돼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므로 전염병에 특히 취약하다. 가축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골고루 잘 먹여야 병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일이다.

 

7. 도시 농업을 장려하고 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커뮤니티 가든이나 시티 팜(city farm)을 권장해 도시근교나 도시 내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시민들이 생산해 먹도록 한다.

 

8. 퍼머컬처(permaculture)를 장려한다. 퍼머컬처의 원리는 리사이클링이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농법을 쓰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며 저탄소주택, 저영향 교통을 이동수단으로 사용한다. 가축의 분뇨는 퇴비로 쓰고 직접 재배한 식물을 가축에게 먹이는 순환농법이 퍼머컬처의 본질이다.

 

9. 축산의 기업지배를 반대한다. 종자와 식품 생산에 대기업이 들어오게 되면 이윤 극대화를 꾀하는 기업의 속성상 식품 안전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10. 농업의 국제연대를 강화해 정보교류를 촉진한다. 우리나라도 도시농업을 장려해 식량주권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농업은 쿠바의 하바나가 좋은 모델이다. 도시농업으로 저소득층은 최소한 기아는 면할 수 있다.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이를 지원한다. 기초생활 수급자도 노동이 가능한 사람은 도시농업에 종사하게 하고 이에 대한 급료형식의 수급비를 지불하는 생산적 복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농업으로 생산한 부식을 친환경 급식 식자재로 공급하면 급식비도 줄일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자연순환형 농업을 지향하는 농업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 유기농을 선택이 아닌 기본으로 하고 종 다양성을 존중해 여러 가지 작물을 섞어서 재배하도록 바꿔 토양도 건강하게 하고 병충해로부터 안전하도록 해야 한다. 단일 작물은 천적이 없어 병충해에 취약하므로 자연재해의 피해를 크게 입어 식량주권에 영향을 미친다.

 

축산업도 순환농법을 철칙으로 가축두수와 분뇨처리 땅 비율을 맞춘 농가에만 축산업을 허용해야 한다. 축산분뇨를 분뇨처리 공장으로 가게 하지 말고 땅에 묻어 퇴비로 사용해 재활용하고 그 땅에서 생산한 식물을 사료로 먹이는 것이 순환농법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업계나 학계의 구제역 토론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종합해 단순히 구제역만을 대상으로 축산대책을 수립하지 말고 우리나라 농업의 건강성과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둔 종합적인 축산업 패러다임 전환 방안을 신속히 제시하기 바란다. 구제역이 국가재난으로 선포된 이후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보상문제와 대처방안을 내놓는데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국민의 대의기구로서의 책임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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