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이용객의 이해와 협조가 가장 중요

자원절약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까지

 

박미자 사진-편집2.bmp
얼마 전 삼성동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1회용 컵 없는 매장’ 선포식이 있었다. 선포식에서 스타벅스 대표는 환경부장관,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0년 1월25일부터 50개점을 ‘1회용 컵 없는 매장’으로 우선 전환하고 연내에 국내 330개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국내 시장규모가 2009년 2조3천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3%나 성장하면서 매장수가 크게 늘고 매장 수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레 1회용 컵 사용량도 계속 늘어 연간 1억500만 개에 달하고 있다.

2009년 5월에 환경부와 17개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점이 함께 다회용 컵으로 전환하기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업체들이 약속과 달리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앞세워 1회용 컵을 즐겨(?)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손님들에게 “머그컵을 사용하시겠습니까, 1회용 컵을 사용하시겠습니”'라고 물은 뒤에 원하는 대로 제공하다 보니 붐비는 점심시간에는 물을 겨를조차 없는 실정이고 직원들이 자주 바뀌면서 묻는 절차마저 생략돼 자발적 협약을 한 매장이나 하지 않은 매장이나 차이가 없게 됐다.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방식을 좀 바꿔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여건이 갖춰진 업체를 중심으로 ‘1회용 컵 없는 매장’을 공표하고 일정한 시점부터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 컵을 디폴트(default)로 정해 손님 기호에 상관없이 다회용 컵을 주자는 것이다.

 

우선 ‘스타벅스코리아’, ‘할리스커피’, ‘커피빈’ 등 국내 굴지의 커피전문점 대표들을 만나 취지를 설명한 결과 스타벅스코리아가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젊은 소비자들의 기호, 립스틱 흔적 등 위생 측면에서의 우려, 직원들의 불평, 경쟁업체의 반응 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간 회사 차원에서 다회용 컵 사용에 필요한 세척시설 등 인프라를 갖추고 직원들에 대한 환경교육을 꾸준히 해 온 것이 원동력이 됐다.

 

스타벅스의 ‘1회용 컵 없는 매장’ 선언은 선포식 이후부터가 새로운 시작이고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총론적으로는 새로운 시도에 찬사와 동감을 나타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1회용 컵 없는 매장’ 선언이 1회용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세심한 노력이 절실하다.

 

‘1회용 컵 없는 매장’에서는 말 그대로 매장 내에서 커피를 마실 때 다회용 컵이 자동적으로 제공된다. 이용하는 손님들의 60%가 테이크아웃을 하는 분들인데 이분들은 주문할 때 '테이크 아웃'이라고 명확히 얘기해야 한다. 테이크아웃이라고 말한 경우 1회용 컵이 제공되는데 이 경우 매장 내에서 드시면 안 된다.

 

그런데 시행한 지 2주째에 현장점검을 갔더니 드물긴 하지만 1회용 컵을 들고서도 매장 내에 눌러 앉아 계시는 분들이 있었다. 매장 직원들은 처음에 원칙을 강조해 설명하다가 불필요한 실랑이를 피하기 위해 곧 포기해 버렸다. 융통성 없이 너무 딱딱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회색지대에서 예외가 생기고 예외가 늘어나다 보면 어렵게 세운 원칙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의 이해와 협조가 가장 필요한 대목이다.

 

손님 중에는 다회용 컵을 사용한 후에 세척과 소독이 제대로 되는지, 잘 씻는다고 해도 왠지 남이 먹던 컵이라 꺼려진다는 분도 계신다. ‘1회용 컵 없는 매장’에서는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세척기로 씻고 살균하는 등 만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전해드린다.

 

그렇다면 이렇게 작은 노력이 환경보호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다회용 컵을 사용하더라고 물과 에너지가 들고, 운반과 사용과정에서 깨지기도 한다. 직원들의 손도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회용 컵을 써야 하는 것일까?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번 선언으로 매년 1600만개의 1회용 컵을 줄여 환경보호는 물론 종이컵을 본사에서 수입해 들어오기 때문에 약 24억원의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1600만개의 1회용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서는 3500그루의 20년생 나무를 베어야 하고 생산과정에서 연간 17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참여하는 기업에게도 국가에게도 일석이조의 도움이 되는 일이다.

 

커피전문점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환경교육 측면에서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녹색성장이 세계적인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한편에서 1회용 종이컵이 넘쳐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리라.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1회용 컵 없는 매장’ 선언에 앞다퉈 동참의사를 밝히고 환경부와 국민들이 함께 노력 한다면 작은 실천으로도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길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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