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등 범국가적 지원방안 마련

세계에 환경리더십 보여줄 중요한 기회

 

홍정기 과장
2012년 9월6일부터 15일 까지 열흘 동안 우리나라 제주에서 환경올림픽이라 일컬어지는 세계자연보전총회, 일명 WCC(World Conservation Congress)가 개최될 예정이다. 1972년 스톡홀름에서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되어 국제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채택하고 유엔환경계획(UNEP) 창설을 결의하였다. 20년 후인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리우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현하기 위한 의제 21(Agenda 21)이 채택되었다. 그로부터 다시 20년이 되는 2012년은 브라질에서 Rio+20회의가 개최되는 등 국제 환경문제 해결 노력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에는 작년 일본에서 나고야의정서를 만들어냈던 생물다양성총회(CBD),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논의를 위한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8)가 열릴 예정이다. 이러한 회의는 환경문제를 넘어서 전 세계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정책과 제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시기의 한가운데 제주에서 WCC가 열리는 것이다. WCC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4년마다 개최하는 총회로서 전 세계의 환경정책 입안자와 환경전문가들이 모여 자연보전,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환경문제를 논의하는 대표적인 국제환경 회의이다.

 

우리나라는 제주 유치가 결정된 2009년 이후, WCC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범국가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 지원특별법’을 제정하고,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월23일에는 조직위원회 사무처를 공식출범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앞으로 1년여 남은 기간 동안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분야별 역량을 한데 모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1만 여명 이상이 참여하게 될 총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 총회가 갖는 환경사적 중요성 등에 대하여 널리 알리고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국내에서도 학계, 산업계, 문화·예술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참여하고 지원해야 한다. 동북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WCC의 의미를 살려 우리나라의 특수성과 아시아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논의주제들을 발굴하고 주요한 결정으로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정책과 그 성과들을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T)을 적극 활용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로도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계, NGO 등 전문가단체가 IUCN 회원가입, 총회 제안(motion) 개발 및 IUCN 제출과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총회에서 한국적 특성을 반영한 의미 있는 논의 주제들이 다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적 측면에서는 후원 등을 통해 총회 운영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삶의 질과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기업으로서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일반국민들은 총회를 전후로 한 환경 캠페인이나 공모 등에 직접 참여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우리나라가 환경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제주도는 전기자동차, 자전거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수송수단을 마련하고 올레길, 자연동굴과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연계된 생태관광 코스를 개발하여 명실상부하게 친환경적인 총회가 되도록 도민 모두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한다. 그 밖에도 숙박, 보안 등 총회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치밀하고 세심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에서의 독보적인 입지와 총회 개최지의 장점을 살려 올해 11월까지 이어지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에서 제주도가 당당하게 7대 경관에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다.

 

내년은 국내 정치적으로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4월 19대 총선,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라는 커다란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국내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녹색문명의 전환점이 될 WCC를 차분하고 내실 있게 준비해서 새로운 국제 환경질서를 만들고 이끌어 가는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작년에 G20 개최로 세계경제질서를 만들고 리드해 가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면, WCC는 세계에 환경리더십을 보여주고 대한민국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내년 9월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온 세계의 관심 속에 대한민국이 환경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가 향상되는 지구촌 환경축제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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