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충하초 등 건강 지키는 생물산업으로 전환돼

기술개발 통한 새로운 농업으로 탈바꿈해야

 

농진청 류강선 박사.
▲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류강선 박사
요즈음 세상을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하게 된다. 즉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 볼 정도로 바뀐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요즈음의 누에산업이 완전 탈바꿈했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큰 밑천을 마련해준 것이 바로 누에산업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10%를 차지했으며 농산물 수출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1976년을 정점으로 급속하게 사양화돼 더 이상 섬유산업으로서의 누에산업이 지속될 수 없게 됐다. 모든 화학섬유가 실크섬유를 모델로 발전하다 보니 실크만의 우수성을 상대적으로 잃게 됐다. 이제는 누에가 의류의 소재인 실크생산의 명분도 함께 잃게 됐다.

 

누에는 1990년대 초반부터 조용히 연구실에서 변화를 준비해 왔다. 누에는 완전탈바꿈의 대표적인 곤충의 하나이다. 즉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모든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누에는 허물을 4번 벗어야 누에고치도 짓고 번데기도 될 수 있다. 허물을 벗는다는 의미는 바로 거듭난다는 의미이다. 만약 누에가 허물을 벗지 못하면 죽게 된다. 요즘과 같이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시대에 꼭 맞는 것이 바로 누에의 허물 벗기와 탈바꿈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누가 누에를 먹는 산업으로 바뀐다고 생각했을까?

 

이제는 섬유산업만의 누에가 아닌 먹는 생물누에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1995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누에분말 혈당강하제는 가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단의 누에가 아닌 당뇨병에 도움을 주는 누에로 탈바꿈하게 된 첫 단추가 됐다. 그 중 누에동충하초는 건강장수물질을 누에의 몸을 빌려서 생산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동충하초는 중국의 티베트고원지대에서 주로 채집됐기 때문에 제한된 사람만이 이용해 왔다. 그러나 모든 곤충 중에 가장 잘 길들여져 있는 누에를 이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됐다. 동의보감 등 고의서에 많이 수록돼 있는 수번데기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오늘에 맞는 천연강정제 누에그라를 개발했다.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화장품, 염색약, 치약, 비누 그리고 기억력증진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BF-7까지 개발했다. 그리고 뽕잎에는 가바와 루틴이 많이 들어 있어 혈압을 낮추어주고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를 입증해 뽕잎아이스크림, 뽕잎차, 뽕잎칼국수, 뽕잎수제비, 뽕잎찐빵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오디는 젊음을 유지해주는 C3G라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바로 형질전환누에이다. 누에가 실크를 만들어내는 공장자체를 바꾸어 값비싼 단백질 의약품을 생산하게 하는 것을 미래의 누에산업으로 준비하고 있다.

 

누에관련 산업은 일찍부터 대표적으로 돈이 되는 농업이었다. 1960~70년대 봄철에 농촌에서 현금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누에고치 판돈이 전부였다. 또 하나는 처음부터 자유무역 형태를 갖춘 농업이었다. 중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잠업선진국으로 자리하면서 완전 개방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점차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양화된 실크 양잠산업에서 바이오누에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은 바로 선진국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이라는 것이다.

 

농업을 비롯해 모든 산업이 어렵다. 뭔가 큰 탈바꿈과 거듭나기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 이는 바로 연구와 기술개발에 의한 핵심부분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거듭나고 먼저 탈바꿈을 해야 진정한 경쟁력이 얻어질 수 있다고 본다. 누에는 작은 벌레이지만 여러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누에는 진정 우리 인간을 위해 끝까지 아낌없이 이로움을 주고 가르침을 주는 곤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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