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20만대 1년간 CO₂배출하는 수준

온 국민 산불방지 위한 총의 모아야 할 때

 

구길본_북부지방산림청장.

▲ 국립산림과학원 구길본 원장

 

꽃 소식과 더불어 반갑지 않은 산불 소식이 들려온다. 계속된 봄가뭄과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전국적으로 수많은 산림을 태우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73건의 산불이 79ha의 산림을 시커먼 재만 남게 만들었다. 특히 1월에 발생한 전남 구례군의 지리산산불과 강원 양양군의 현남산불은 피해면적만 58㏊가 넘어 1월에도 30㏊ 규모 이상의 대형산불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산불은 산불로써 끝나지 않는다. 소중한 산림자원의 소실을 비롯한 인명, 재산 등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산사태와 홍수도 초래한다. 이 외에 우리가 흔히 잘 인식하지 못하고 또 다른 심각한 피해가 있다. 바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가 산불로 인해 배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얼마나 될까? 산불피해지와 미피해지를 비교 조사한 결과 100m×100m 크기의 소나무림이 산불로 탔을 때 약 54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형승용차가 1년에 8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약 7대에 해당되는 양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지표면 위의 낙엽층만 태우는 지표화는 약 1만8865㎏, 관목층까지 탔을 때는 약 3만617㎏, 산불이 커져 수관층의 잎과 잔가지까지 다 태워버리는 수관화의 경우 약 5만4071kg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에서 제시한 기준과 결합해 계산해보면 2000년 이후 연평균 4457ha의 산림이 불에 타 153만5000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동차 약 20만대가 일 년간 배출하는 양이다. 지난 4월6일 발생한 경상북도 칠곡에서 발생한 산불의 경우에는 단 이틀 만에 82.5ha의 산림이 소실돼 승용차 1900여대가 일 년간 내뿜는 1만525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상황만이 아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에 의하면 작년 10월 캘리포니아 산불시 87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일주일이라는 단기간에 대기 중으로 배출됐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의 발전소와 자동차가 일 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같다. 캐나다 또한 1995년 한해에만 캐나다 전역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하는 양의 약 90%에 맞먹는 수치가 산불로 배출됐다고 한다.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더 이상 한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산불로 나무가 연소되면 이산화탄소 배출 외에도 온실효과가 훨씬 강한 메탄(CH4), 일산화탄소(CO), 아산화질소(N2O), 질소화합물(NOx) 등의 Non-CO₂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한 산불 피해 후 산림 내에 빛이 많이 들어와 토양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토양유기물 내 탄소의 배출이 가속화된다. 이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더하면 실제로는 앞서 추정된 배출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산불은 소중한 산림자원의 소실을 비롯한 인명, 재산 등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저탄소’사회 실현의 유일한 탄소흡수원으로 평가받는 산림을 이산화탄소 배출원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야 할 산림이 오히려 배출을 하니 이중의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다. 요즈음 같은 건조한 봄에는 소소한 불씨 하나가 재난에 가까운 대형산불을 만들 수 있다. 산불통계 기록 이후 가장 많은 1만3343ha의 산림이 불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삼척산불도 알고 보면 편지를 태우다 발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산불방지에 온 국민의 총의를 모아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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