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가 주원인, 등산인구 증가 함께 산불도 증가

효율적 피해지 복구보다 산불 예방이 최선의 방책

 

산림항공본부_(11)수정 3.

▲ 산림청 이경일 항공본부장

 

“우리 집으로 산불이 덮쳐 오고 있어요! 외양간의 소가 다 타 죽어요!! 빨리 꺼주세요!”

따뜻한 봄기운의 향기가 가득해야 할 4월 하늘이 불길과 함께 연기로 뒤덮였고, 산불이 발생한 현장에는 코를 찌르는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화마(火魔)는 풍속 25m/sec의 강풍을 타고 거침없이 산에서 산으로 걷잡을 수없이 번져갔다.

 

2005년 4월4일 강원도 양양에서의 일이다. 강현면 사교리 일대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삽시간에 주변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며 동명서원을 불태웠고, 삽시간에 낙산사 주변 송림으로 번지면서 사찰 서쪽 일주문을 태우고 원통보전에 옮겨 붙어 천년고찰 낙산사 대웅전을 전소시켰다.

 

부주의 한 누군가에 의해 무심코 시작된 대형 산불로 163가구의 41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문화재 22개소, 축사 22동, 산림시설 294만평 등 약 4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강원도 양양을 처참히 휩쓸었던 대형 산불은 6년이 지난 오늘에도 아찔하고 가슴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크든 작든 산불을 접할 때면 전한(前漢)시기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길 가던 어떤 나그네가 한 여염집을 지나다 굴뚝 바로 옆에 땔 나무가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주인에게 “이러다 큰일 나겠소이다.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도 멀리 옮겨 놓으시오. 그렇지 않았다간 큰 화재를 입을지도 모르오”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주인장은 “별 오지랖 넓은 나그네 다 보겠네” 고깝게 생각하고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그 집에는 큰불이나 전 재산을 태워 버리고 말았다.

 

산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산불이 발생 한 후 헬기 등 훌륭한 장비와 체계적 진화시스템, 효율적 피해지 복구 등을 아무리 잘해도 사전에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50여대의 산불진화 헬기를 보유하고 있는 산림청 항공본부는 안전운항정보시스템(SIS), 승무원 자원관리시스템, 정비품질향상을 위한 ISO 인증 등 과학적 시스템을 바탕으로 산불예방과 진화분야에 전방위적 대책을 마련하고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478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그 피해면적은 1161ha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고 그 피해액도 33억1200만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경제적 피해보다도 공기정화, 수원함양 등 공익적 환경적 피해는 정말 어마어마해서 금전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왜 이러한 비극이 발생했을까. 먼저 발화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 쓰레기소각 등의 원인이 주원인이지만 특히, 등산인구의 증가와 산불에 무감각한 사람들의 부주의에 의한 산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다시 맞이하면서 ‘웰빙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약 1500만명 정도가 매월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고 있다. 매년 등산인구가 연인원 4억7000명에 이를 정도로 산행이 국민들의 건강 취미생활로 정착과 함께 산불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산불원인을 조금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도 산불에 한 몫 한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발생하는 엘리뇨와 라니뇨 현상 등 이상기후 속에서 강풍과 이상 건조한 날씨는 기본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 변수가 됐다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해 역순의 방식으로 그 해결책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람에 의한 산불원인의 경우 산불 취약시기에 강력한 입산통제와 각종 폐기물 소각을 금지 시키는 한편, 발화자는 끝까지 추적해 엄중하게 처벌을 하고 산불전문 감시인력의 확충과 함께 국민 모두가 공공의 재산을 지키는 감시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개발하고 더불어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손자(孫子)는 피의 대가로 승리하는 것을 하책 중의 하책이라 했으며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상책 중의 상책이라 했다. 계략을 써서 상대의 전의를 꺾는 걸 상책이라 여겼으며 “백전백승은 최상의 계책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의 군사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했듯 산불도 잘 끄기보다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산림청 항공본부는 앞서 ‘곡돌사신(曲突徙薪)’의 나그네와 같이 예리한 시각과 판단으로 산불방지에 진력하고 있지만, 이젠 국민 모두의 산 사랑과 숲지키기의 부릅뜬 감시 의지가 산불예방의 최고 상책이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지만 올해 역시 봄철 산불과의 전쟁을 산림 항공가족 모두는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림병해충 항공방제, 화물운반, 산악구조 등 헬기 본연의 임무도 소홀함이 없이 국민을 위한 재난방지 기관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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