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장 박사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보전을 위한 계획기법

국책사업의 친환경 개발사례 모범 보여야

 

우리나라에 환경영향평가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1977년 7월 환경보전법 개정으로 단초를 마련해 시행되던 중 1993년 개별독립법으로서 환경영향평가법을 제정해 독자적인 환경정책수단 체제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사회현실과의 괴리 탓에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발생했지만 점차 우리나라의 환경관리 상황에 적합한 형태로 꾸준히 성장했다.

 

환경영향평가 도입의 성과로는 직접적인 성과와 간접적인 성과를 들 수 있다. 직접적인 성과로는 개별사업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하는 등 개발계획의 환경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전환경성검토제도가 도입된 이후로는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돼 사업 자체가 부동의 되는 경우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경영향평가의 절차 속에서 전문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의견, 환경부의 협의의견을 통해 많은 환경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간접적인 성과인데, 사업자나 승인기관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태적으로 매우 좋은 곳에다 골프장이나 산업단지를 만들려고 한다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거야’라고 주변에서 계획을 재고하도록 조언할 것이다. 이는 환경영향평가가 환경을 지키는 정책수단으로써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환경영향평가의 도입으로 인해 사업자의 인식변화, 설계지침 마련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환경평가제도가 발전하면서 사전환경성검토의 도입으로 대안 검토가 가능해진 점, 분리발주의 시행으로 환경영향평가 대행자의 위상이 강화된 점, 평가서 전문검토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원이 설립되고 검토의견의 수준이 높아진 점 등은 환경평가제도의 꾸준한 개선을 통한 결과이기도 하다.
 
반면 한계를 짚어보면 아직도 환경영향평가가 규제적 성격으로 이해되고 있어 사업자나 승인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한 점, 또한 사회적 갈등을 수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점 등은 앞으로 개선 노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본래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가 지역주민이나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논쟁이 발생하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논쟁에 대한 과학적 분석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는 행정기관 중심의 협의제도이기 때문에 협의가 완료된 이후에 주민이나 정치인에 의한 사회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나라 평가제도는 계획기법이라기 보다는 행정적인 협의제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초기 도입당시에 평가의 목적이나 정의가 불분명한 상태로 발전하였으며 이는 제도 도입을 위한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도입을 추진하던 제도는 단순한 협의제도가 아니었고 법에서도 명백하게 환경평가의 주체는 사업자라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 아직 협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사항이다.

 

한편 친환경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환경부가 아닌 승인기관의 역할이 돼야 한다. 계속 지적하듯이 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에 떠맡기고 있다 보니 규제위주의 환경영향평가가 지속된다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개발과 환경의 조화라는 명제에 맞춰 승인기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자가 친환경적인 개발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친환경계획지침의 마련이라던지, 개별사업별로 환경보전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은 법적 기준을 지키면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하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보전을 위한 목표기준을 설정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또한 국책사업이나 정부에 의한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정부가 솔선수범해 적극적인 환경영향평가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는 정부사업보다는 민간사업에 더 강력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 정부 부처 안에서의 협의나 조정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정부사업에서 좀 더 환경적인 투자를 하고 환경영향평가도 충실하게 수행함으로써 민간사업자에게 모범사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의 협의제도로만 인식하기 말고 계획수립기관이 계획 초기에서부터  다양한 전문가와 주민의 의견을 들어가며 계획을 만들어가야 한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우리나라 평가제도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제도변화의 속도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 사업자의 환경에 대한 인식부족과 개발부처의 비협조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환경평가제도가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환경부와 검토기관 및 환경영향평가대행자 등 환경영향평가 관련 주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며, 높아진 국민의 환경의식이 가장 강력한 원동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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