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민족 생활양식과 정신 깃들어 있는 공간

산림청, 도시숲·학교숲 조성해 산림문화 확산 나서

 

사본 -윤병현 서부지방산림청장.
▲ 서부지방산림청 윤병현 청장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 개인의 여가시간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웰빙(Well-Being)은 새로운 사회 트랜드를 넘어 생활양식으로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이 웰빙이 왜곡돼 잘 먹고 잘 사는 것, 고가의 상품에 현혹되는 것, 몸짱 만드는 것 등 물질적 가치나 명예에 치우치는 느낌이다. 진정한 의미의 웰빙 라이프는 어떤 것일까?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 안녕, 복지’를 의미한다. 육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삶, 필자의 생각에는 숲과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이 땅에서 살아갈 때부터 숲이 있었고 그 속에는 수천 년을 거쳐 내려온 신앙, 역사 등 한민족의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우리 민족에게 산은 단순히 땔감을 얻는 소비재가 아니라 산림자원의 영향으로 독특하게 형성된 한민족의 총체적 생활양식, 그리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배하는 자연관, 문화인식, 정서 등을 포용하는 정신체계를 담은 우리 삶과 우리 사회 속의 문화가 깃들어 있는 공간이다.

 

숲에는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정서가 있으며 삶의 본질이 있다. 숲에서 마음 편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숲에서 선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숲에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느 숲이건 한적하게 소요하며 사색하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건전한 웰빙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은 가까이 지리산을 비롯해 장안산, 백운산 등 눈만 돌리면 보이는 것이 크고 작은 산이다. 그래서 언제라도 발길만 옮기면 산에 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서 수십 분 거리에 명산이 있고 아름다운 숲이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농담으로 산에 들고 오면 “보약 한 첩 지어먹었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만큼 건강에 좋다는 의미다. 그것이 웰빙이다. 아이들과 함께 오래된 절집도 둘러보고 산에 자라는 수많은 나무나 풀, 버섯, 야생동물의 이름을 배우고 그들의 생태까지 알게 된다면 그처럼 정신적·물질적 풍요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도 드물 것이다.

 

적게 투자하고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숲과의 만남이다. 숲에 드는 일은 그리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건강과 문화적 소양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가 아닐 수 없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웰빙 라이프가 숲과의 만남인 것이다. 언젠가 유명한 과학저널지에 난 기사가 생각난다. 인간유전자에는 숲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형질이 있다고…. 숲과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며 건전한 문화생활이다.

 

산림청에서는 국민들의 건전한 웰빙 라이프와 산림휴양에 대한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 1500㎞에 이르는 고즈넉한 숲길을 조성하고, 국민의 숲으로 산림을 개방하며, 숲해설가, 등산안내인 등을 배치해 국민들이 산림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한 녹색 갈증을 겪는 도시민들을 위해 도시숲과 학교숲을 조성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유·무형의 산림문화자산을 조사하는 등 산림문화 확산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잘사는 것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듯 마음이 편하면 잘사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하는 곳이 숲이고 산이 아닐까? 이따금 찌뿌드드한 몸을 떨치고 가까운 숲에 들어 자연과 대화를 나눠보자. 한결 마음이 편하고 즐거울 것이다. 한발 한발 산길을 오를 때처럼 앞으로의 미래도 한발 한발 앞서 나가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웰빙 라이프가 아닐까 싶다.

 

이에 더해 숲을 찾는 국민들은 나만의 웰빙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숲과 자연에게 해가 되는 일들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지켜야 할 예의와 윤리가 있듯이 숲과 자연에게도 산림윤리를 지키면서 숲과의 만남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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